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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22. 2021

몽골의 한인 학교, UBMK

몽골. 2016년 기획 원고

몽골 이주민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한국 재외동포들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UBMK SCHOOL의 송해남 교장 선생님을 찾아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UBMK 입구와 벽
UBMK 신발장과 중앙 교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UBMK SCHOOL 교장 송해남입니다.

  

UBMK는 어떤 학교인가요? 학교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 네. 저희 UBMK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1998년에 세운 학교로, 처음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개교했다가 후에 중·고등학생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몽골 교육부에서 인가를 받은 학교이고,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에 재외국민교육기관(한글학교)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재단이 따로 없기에 학생들의 수업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개인 후원과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송해남 교장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언제부터 몽골에서 교사 생활을 하셨나요?
 - 저는 원래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휴직을 하고, 몽골 본교에서 초등교사로 활동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다시 복직을 하여 한국에서 근무하다가 UBMK의 요청이 있어서 공립학교를 사직하고 2014년부터 본교의 교장에 재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하시다가 여기서 한국어를 가르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한국은 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들이 많이 있고, 특히 요즘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 진출하거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등 교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자녀들은 따지고 보면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선택에 따라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재외동포 2세 들이 한국어를 모르고 윗세대들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 현상을 많이 본 저는 그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그 아이들은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한국에 가면 모국어가 서툴러서 또다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몽골에서 한국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또,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외국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별로 없습니다. 저는 외국이라 할지라도 한국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한국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한국으로의 재진입도 훨씬 용이하다는 생각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외국생활을 하더라도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재외 동포들이 있는데, 그들의 자녀들이 한국에 들어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정말 선생님의 말씀대로 외국에서도 한국 교육 과정에 맞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UBMK에서는 한국 학생만 가르치는 거죠?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습 목적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 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들의 자녀들입니다. 우리 학교는 한국 국적의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몽골 교육부에 한국인을 위한 학교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학생들은 부모님이 몽골에 이주하신 한국인이거나 부모님 중 한 분은 한국인이고, 학생들이 한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육 목적은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 앞으로 학생들이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국제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치시는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주로 어떤 목적으로 몽골에 오신 분들인가요?
 - 선교나 의료 봉사, 상사 주재원, 국제 NGO단체, 기타 사업을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계십니다. 또 학부모 중에는 몽골인과 결혼하셔서 가정을 이루신 분들도 있는데 우리 학교는 전교생 101명 중 이런 다문화 가정 학생이 14명 있습니다.


UBMK SCHOOL의 교육 제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우리 학교는 12학년제로  한국 교육부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해 주는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몽골에 있고, 몽골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학교지만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과 같이 가르친다는 점에서 한국학교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보통 어머니가 몽골인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인데, 아무래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다 보니 한국어 실력이 다른 학생보다 뒤처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는 따로 보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목에 따른 UBMK만의 교수 방법이 있나요?

 - 우리는 한국 교과 과목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대부분 한국 대학에 진학을 하는데, 아무래도 초·중·고등학교 전부를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대학 수학 능력이 부족할 우려가 있어 한국으로의 재진입을 위한 준비를 돕고 있습니다.


정규 교과과목 이외에 인문학, 인류학, 서양미술사, 철학, 논문 등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고등 2학년 학생들은 20일간 유럽여행을 보내고 중학교 2학년들은 10일간 중국으로 비전 트립(vision trip)을 보냅니다. 여행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해 보게 하는데, 박물관 견학을 꼭 하게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 그 박물관에 비치된 문화재에 대해서 글을 쓰게 하고, 학생들이 쓴 글을 자료집으로 편찬합니다.


또 토론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몽골에서 살다 보니 한국의 시사 문제에 대해 둔감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주로 한국 시사 문제에 대해 같은 주제로 나온 신문 사설 세 가지를 통해 공부하고 토론을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학생들이 꼭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요, 바로 ‘논문 작성’입니다.


고등학생이 논문을요?

 - 네. 대학교에 가면 논문을 써야 할 텐데 우리 학생들이 한국 대학교에 가서도 글쓰기 능력에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도록 고등학생 때부터 논문을 쓰는 연습도 하게 합니다. 주제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 전공하고자 하는 공부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는데 고등학교 때 갑자기 논문이 도입되면 어렵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 인류학에서 글쓰기를 먼저 가르칩니다. 작년 9학년들은 과자, 중독, 방관자 효과, 치킨의 위험성, 블랙 마케팅 등과 같이 재미있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였고, 올해 논문을 쓰는 학생들은 자신의 비전에 관하여 생애사 연구를 한다든지, 거짓말의 심리학, 에릭슨의 사회성 발달 단계를 바탕으로 청소년기의 정체성 연구, 학교 보건 교육 현황, 다문화 가정의 국어 교육 실태에 관한 연구, 청소년기 일탈 등 재미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재외국민 전형으로 위해 한국으로 들어갔는데 2학기가 되면 연구 결과를 통해 글쓰기 작업을 할 것입니다. 아마 40페이지가량의 논문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비전트립 자료집, 인류학 글쓰기 모음집(논문집)


(선생님 한 분과 학생들이 갑자기 교무실 밖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는 듯했다.) 밖에서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네. 지금 열린 회의를 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모여서 학교 생활에 관해 토의를 합니다. 의견이 있으면 저렇게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가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여론을 만들며, 즉답이나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담당 교사나 교장인 저도 직접 나가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험담이나 책임지지 않는 소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주체로서 함께 의견을 모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회의 중인 학생들


만약 학생이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말하고 정말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시정 사항이 바로 적용되는 편인가요?

- 네. 예를 들어서 학생이 어떤 시설이 불편하다 하면 그 시설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불러 이야기를 듣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해결책을 교사 기획 회의에서 의논하여 결과를 학생들에게 알려 줍니다.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다음날 바로 해결합니다. 그렇게 되면 회의가 더욱 진지하고, 재미있어집니다.


몽골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면 아무래도 한국 본토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문화수업을 할 때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요, 문화수업은 어떤 방법으로 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 네. 맞습니다. 한국 학생들인데도 한국이 아닌 몽골에서 살고 있고, 또 다문화 가정 학생들도 있다 보니 한국 문화에 조금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이 6학년이 되면 필수적으로 10일 동안 한국에 가서 문화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주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자연환경 등을 고루 보려고 합니다만 그 중점은 문화 유적 탐방에 있습니다. 교과서로만 배웠던 곳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학교에서 문화수업은 주로 교과서 내에 있는 시사교육도 하고 태권도와 해동검도, 전통 무용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UBMK에서는 정규 교육 과정 이외에 특별활동으로 하는 수업이 있나요?
 - 학생들은 고등학생이 되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합니다. 몽골에 진출해 있는 다양한 NGO와 연계하거나 고아원, 호스피스 병원, 교내에서는 유치원 봉사활동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도 있는데 이 그림책을 유치원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가지며,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초등 부진아 학생의 보충 수업을 도우면서 교사의 자질을 점검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만든 그림책과 미술 동아리반에서 그린 작품들은 전시회를 개최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외에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선택 학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카페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하기도 하고, 미술 전공자 반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NGO와 연계해서 봉사활동도 하고, 한인들의 스포츠 동아리에 위탁 수업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한국어로 하고 있고, 부모님도 한국인이니 현재 살고 있는 몽골을 이해하는 데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중 몽골어 수업을 3시간씩 몽골어 교육 전문 학원과 연계하여 몽골어 수업을 하고 있고, 외국 학생들을 위한 몽골어 교육과정을 용역을 주어 계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몽골의 현지 문화를 잘 익힐 수 있도록 야외 활동이 용이한 5월부터 9월까지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야영활동과 몽골의 지방을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생들은 후레톨가학교 및 날라이흐에 있는 학교와 교류하여 현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화책 전시회 팸플릿, 미술반 동아리전 팸플릿


다양한 활동을 하는군요. 학생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습니다. 그럼 특별활동 외에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나요?
 - 매년 전시 및 발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생들이 동화책을 직접 만드는데, 작년엔 카페를 빌려서 동화책을 전시하는 행사도 했습니다. 또 미술반 전시회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행사를 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하고 준비를 하면 학교에서는 재정 지원을 해 줍니다. 이 외에도 여러 행사 시에 사물놀이나 기타 연주 공연도 합니다.


악동 뮤지션도 저희 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다는데 그 아이들이 그렇게 성공할 줄 알았으면 미리 사인을 받아놓을 걸 그랬습니다.(웃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국립국어원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 하고 싶은 말이요?(잠시 생각하다가) 네. 도서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책들이 새로 출간된 책이 아니고 옛날에 출간된 책입니다. 학생들이 새로 나온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가능하다면 국립국어원에서 저희와 같은 학교에 한국에서 출간된 좋은 책을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희 몽골 국립사범대학교에도 한국어교실에 책이 굉장히 많은데, 모두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출간된 책이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새 책으로 바꿔줄까 해도 예산이 부족하더라고요. 

- 맞습니다. 한국에는 시 도마다 시설 좋은 도서관이 많이 있고, 개별 학교에도 좋은 책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산상으로 매년 새 책을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 책을 매년 일정 정도 구입해야 하니 공간적으로 매년 처분해야 하는 책들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중고책들이 외국에 있는 한글학교로 나누어진다면 재외국민 자녀들을 위해서 잘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국립국어원에서 시도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거나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셔서 외국의 각 학교나 도서관, 한글학교에 중고 도서들이 기증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몽골 현지 이주민의 언어교육에 대해서 UB MK의 송해남 교장선생님과 나눈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이 글은 2016년에 몽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

국외통신원의 편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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