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에는 이태준 선생 기념 공원(Dr. Tae-Joon Lee's Memorial Park & Museum)이 있습니다. 이태준 선생 기념 공원은 울란바토르 항올구에 위치해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자이산 전망대(Зайсан толгой) 가는 길목에 있어서 매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좌) 이태준 기념 공원 입구 / (우) 기념 공원 맞은 편 자이승 전망대
대암(大岩) 이태준 선생님은 몽골의 슈바이처이자 유명한 독립운동가입니다. 그는 1911년 세브란스병원(제중원) 의학교(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1914년 몽골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의사로 활동하며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보그드 한(Богд хаан) 8세의 어의가 되어 ‘에르데닌 오치르’(당시 몽골 최고 등급의 훈장)라는 높은 등급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태준 기념공원 내부
이태준 기념 공원은 이러한 이태준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7월 19일에 준공식을 했습니다. 2006년에는 기념 공원 내에 몽골 전통식 주택인 게르(гэр) 형태의 기념관이 세워졌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기념관이 주저앉고 난간도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2009년 말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와 연세의료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기념관을 현재의 통나무집 형태로 신축하였고 2012년에는 함안군이 주변 조경을 재정비하여 현재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번 6월 6일에는 기념 공원 내 추모비 제막식도 했습니다.
이태준 선생 추모비 제막식(사진 출처: 주몽골 한국대사관 페이스북)
2009년에 신축 공사 한 이태준 기념관
이태준 기념관 내부
기념관 내 이태준 선생 사진
이태준 선생의 일생을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는 1883년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태어났으며, 독립운동가 김필순이 운영하던 독립지사의 비밀 회합 장소인 김형제 상회에 취직하였습니다. 김형제 상회 앞에는 현 연세 세브란스 병원인 제중원이 있었는데요, 제중원 의학도였던 김필순의 영향으로 마찬가지로 제중원 의학도가 되었습니다. 의학생 시절에는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안창호의 권유로 신민회의 자매 단체인 청년 학우회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세브란스 의학교 학적부(좌)와 일본 고등 경찰의 비밀 보고서(우)
졸업 후에는 백오 인 사건*으로 일제의 탄압을 피해 김필순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하였고, 중국 남경의 ‘기독회 의원’에서 의사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처사촌인 김규식의 권유로 몽골의 고륜(庫倫. 몽골어로 ‘후레(хүрээ)’. 현재의 울란바토르로 가서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개설했습니다. 그는 그 일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그를 신인(神人)으로 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이태준 선생은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보그드 한의 어의가 되어 1917년 7월 에르데닌 오치르 훈장을 받았습니다.
몽골 외무부의 훈장 수여 확인 문서
이태준 선생의 몽골 활동
이태준 선생은 몽골에서 의사로만 활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각지의 애국지사들과 연락을 하며 비밀 항일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한인사회당 주도로 소비에트 정부로부터 확보한 코민테른 자금 40만 루블 상당의 금괴 운송에 참여했으며, 1920년에 의열단에 가입하여 헝가리 출신 폭탄 제조사 마자르를 의열단에 소개해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태준 선생은 이 임무를 수행하려다가 안타까운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1921년 2월 러시아 백위파의 운게른 남작(Ungern Sternberg)이 몽골을 점령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코민테른*이 지원한 자금을 애국지사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한 후 의열단과 마자르를 연계시켜 주려고 다시 몽골로 돌아온 이태준 선생은 운게른의 군대에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운게른의 군대에는 일본에서 파견된 정보 장교들이 있었고, 이태준 선생은 이들에 의해 고문을 당한 후 교살(較殺)당했습니다. 이태준 선생의 묘는 몽골의 성산(聖山)인 보그드(Богд) 산 근처에 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이태준 선생에게 건국 훈장 애족장을 추서 하였습니다.
먼 타국에서까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태준 선생은 몽골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몽골에서 선진 의료 기술로 수많은 몽골인을 치료하여 황제의 어의까지 된 이태준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현재 세브란스 몽골 의료 선교 팀 등 많은 의료인이 몽골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 백오 인 사건(百五人事件) 『역사』 1911년에 일본 경찰이 민족 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안명근의 조선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을 구실로 삼아 신민회 회원 105명을 체포하여 고문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