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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Apr 03. 2021

몽골 유목민의 생활이 궁금하시나요?

몽골. 2016년 11월 자유 원고

몽골의 전통 주택인 게르(гэр)는 이동에 편리하게 설비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몽골인들은 오래전부터 넓은 몽골 땅에서 유목 생활을 하며 생활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몽골’이라고 하면 드넓은 초원과 그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말, 그리고 떼를 지어 풀을 뜯는 가축들을 떠올립니다. 오늘은 유목민 출신 몽골어 선생님이신 덴스마 선생님을 만나 몽골 유목민의 삶과 문화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유목 생활을 하시다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울란바토르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제 고향 바양헝거르에서 유목민이신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울란바토르에 있는 몽골국립사범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상경했습니다. 지금은 휴가 때나 명절 때 가끔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선생님은 유목민 출신이라서 유목민의 특징과 삶에 대해서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비 유목민과 비교되는 몽골 유목민들만의 풍습이 있습니까?     

다른 나라에는 없는 몽골 유목민들만의 특징은 많이 있습니다. 먼저, 몽골 유목민들은 계절마다 이사합니다. 겨울에 추워서 풀이 없으면 여러 번 이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몽골의 게르(гэр)는 이사할 때 쉽게 옮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몽골 유목민들은 5살 때부터 말 타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서 몽골의 대 축제인 나담(наадам) 때 5~6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말 경기에 출전합니다. 또 유목민들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므로 돈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도시에 올 때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옷이나 장신구, 아이락(айраг. 몽골 전통 술. 말의 젖으로 만들어서 마유주라고 한다.) 등을 팔아 돈을 마련합니다.

                                       

몽골의 전통 주택 게르


유목민들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축과 날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일기예보를 봅니다. 계절마다 이사하는 장소도 중요하기 때문에 겨울에 이사할 장소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족마다 이사하는 곳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 몽골은 땅이 넓긴 하지만 땅의 소유주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모든 초원 땅은 국가 소유이며 국가가 어디에 살아도 되는지 지정해주고 증서를 줍니다. 지정되지 않는 땅도 있는데 이 곳은 갑자기 본인 지역이 자연적인 이유로 살기 힘들어졌을 때 갈 수 있는 땅입니다.


아, 그렇군요. 모든 초원 땅이 국가 소유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초원이라면 어디든지 내 삶의 터전으로 만들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듣기로는 요즘에는 유목민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

네. 많은 몽골인이 교육과 취업 등의 이유로 울란바토르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대학이 울란바토르에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다시 시골로 오는 것을 싫어합니다. 유목민 가정은 지원해 줄 수 있는 학비가 부족해서 자녀 중 한 명만 도시로 보내는데 보통 딸을 보냅니다. 왜냐하면, 아들은 집에서 가업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몽골은 아직 아들이 가계를 잇는다고 생각하여 아들이 부모의 재산을 모두 물려받지만, 딸은 그러지 못하니까 교육을 받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날씨 때문에 계절마다 이사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혹시 계절마다 먹는 음식에도 차이가 있나요?     

네. 몽골 사람들은 고기를 매일 먹는데, 유목민들은 여름에는 고기를 안 먹고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유제품을 먹습니다. 송아지와 망아지가 보통 여름에 많이 태어나기 때문에 여름에 우유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때 여름에 먹을 우유를 많이 비축하고 그 우유로 유제품을 많이 만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는데 여름에는 유제품도 먹지만 말린 고기를 조금씩 먹고 가을에는 겨울과 봄에 먹을 고기를 준비합니다. 겨울과 봄에 먹을 고기로는 소고기와 말고기를 주로 준비하는데 그 이유는 소와 말의 피가 따듯하기 때문입니다. 고비 지역에 사는 유목민들은 낙타고기도 먹습니다. 겨울에는 가축을 먹는 일이 드문데, 그 이유는 날씨 때문에 가축들의 살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축들이 살이 쪄 있는 가을에 고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유목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날씨를 말씀하셨는데요, 한국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몸이 뻐근하면 비가 온다든지 개구리가 많이 울면 비가 온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날씨를 예측할 때도 있습니다. 몽골 유목민들도 일기예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날씨를 예측합니까?     

네. 한국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날씨를 잘 예측하는 사람의 뼈가 부러지면 그날 날씨가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북·서쪽에서 불면 날씨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남·동쪽에서 불면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력으로 2일이 됐을 때 달이 아주 가늘면 이번 달은 날씨가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가 갑자기 많이 뛰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내일 날씨는 좋을 것이지만, 염소가 그러면 날씨가 추워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몰 때 노을이 많이 지면 내일 날씨는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겨울에 먹을 고기를 가을에 미리 준비한다고 하셨는데, 그 외에 겨울 준비를 또 하는 것이 있습니까?     

네. 겨울에 입을 옷을 준비합니다. 몽골 유목민들은 아직도 몽골 전통 옷인 델(дээл)을 많이 입습니다. 겨울에 입을 두꺼운 델을 미리 만들고, 여우 가죽으로 만든 모자나 털신도 만듭니다. 보통 직접 만들어 입지만 요즘에는 사서 입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델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


몽골의 겨울은 혹독할 정도로 추운데요, 유목민들은 한겨울에 가축을 어떻게 보관합니까?     

가축들이 먹을 풀들을 일단 많이 비축합니다. 유목민들은 초원과 산이 같이 있는 곳에 거주하는데 여름이나 가을에는 가축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게 하고 산 쪽으로는 보내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산에 있는 풀들을 가축들에게 먹이고, 날씨가 심하게 안 좋을 때는 여름에 비축해 둔 풀을 먹입니다. 그리고 양과 염소 우리 주변에 나무나 소의 언 똥으로 만든 큰 담을 만들어서 바람과 추위를 막아 주게 합니다. 말과 소는 초원이나 산에 풀어놓는데, 가끔 가서 몇 마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묶어 놓은 낙타들. 새끼 낙타들은 털갈이를 하고 있다.
초원에서 쉬고 있는 염소들

 

시간이 지나면서 유목 문화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과 비교해서 지금 유목민들 문화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네. 유목민의 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전기를 쓰는 유목민이 많이 있습니다. TV를 보고 전화도 할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습니다. 이사할 때도 옛날처럼 소나 말로 이사하지 않고 차를 이용합니다. 옛날에는 소나 말을 이용해서 가는 속도가 느리니 이사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우유 차나 먹을거리를 주며 간단한 인사를 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유목 생활은 도시 생활과 비교하면 불편한 점도 있지만 또 유목 생활만의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유목민들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골에 살면서 유목 생활을 하면 도시에 살면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생활도 누릴 수 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말 타고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요. 유목 생활을 하면 공기도 맑고 고기도 신선하니 건전한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유목민들은 점점 사라져 가는 몽골 전통문화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몽골의 유목 문화도 점점 없어지겠지만, 저는 몽골의 유목민 문화가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드넓은 몽골 초원

지금까지 몽골 유목민의 생활 문화에 대해 덴스마 선생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몽골 유목민의 삶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몽골 유목민들은 시간을 물어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차로 이동을 할 때도 목적지까지 몇 시간이 걸리느냐고 물어보지 않고, 몇 km가 남았냐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것은 몽골 유목민들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인들은 많은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자유로운 생활을 그리워합니다. 몽골 유목민들은 비록 풍족하게 살지는 못해도 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로움과 깨끗한 공기, 이웃 간의 정을 느끼며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에서만 가끔 볼 수 있었던 몽골 유목민의 삶이 최근에 방영된 ‘정글의 법칙 in 몽골’ 덕분에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끔 시간에 쫓겨야 하는 삶과 각박한 삶에 지칠 때 유목생활을 체험하며 기분을 전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2016년에 몽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

국외통신원의 편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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