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는 700여 개 정도의 많은 성씨가 있지만 ‘응우옌’, ‘쩐’, ‘레’, ‘팜’, ‘황/후인’, ‘판’ 등이 가장 널리 쓰입니다. 가장 많은 성씨인 ‘응우옌’, ‘쩐’, ‘레’는 유명한 왕조의 성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베트남 성씨 비율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성씨인 ‘응우옌’은 응우옌 왕조(Nhà Nguyễn)에서 비롯된 성씨입니다. 응우옌 왕조는 1802년부터 1945년까지 베트남을 통치한 왕조이자 베트남 최후의 왕조이기도 합니다.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Huế)에는 아직도 ‘응우옌’이라는 표현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응우옌 후에(Nguyên huệ) 거리
약국이나 가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응우옌(Nguyên)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쩐’은 1225년부터 1400년까지 약 200년간 베트남을 통치했던 쩐 왕조(Nhà Trần)에서 비롯된 성씨입니다. 쩐까인(Trân Canh)이 세운 쩐 왕조는 베트남 일대를 지배했으며, 지금의 하노이 위치인 승룡(Shēnglóng. 베트남어로는 'Thăng Long')에 수도를 정했습니다. 쩐 왕조의 왕족인 쩐흥다오(Trân Hưng Ðao) 장군은 3차에 걸친 몽골의 침략을 격퇴하여 베트남 내에서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호찌민 시에 있는 쩐흥다오 장군의 동상(출처: 위키디피아)
마지막으로 ‘레’는 레 왕조(Nhà Lê)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레 왕조는 크게 ‘전기 레 왕조’와 ‘후기 레 왕조’로 나뉩니다. 레 호안(Lê Hoan)이 세운 전기 레 왕조(980~1009)는 3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만을 통치한 단기(短期) 왕조이며, 후기 레 왕조(1428∼1789)는 레 러이(Lê Lơi)가 중국 명나라의 세력을 몰아내고 세운 왕조입니다.
한국의 ‘김, 이, 박’만큼이나 베트남에는 ‘응우옌, 쩐, 레’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이 왕과 왕조에 대한 존경심을 자신에 성씨에 담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 자료>
김영군 등, ≪베트남 문화의 오디세이≫, 북코리아, 2013.
표지 사진 출처: pixbay
*이 글은 2017년에 베트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