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54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대부분의 다민족 국가가 그렇듯이 베트남도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이 있습니다. 베트남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은 ‘킨(Kinh)족’이라고도 불리는 비엣(Việt)족으로 전체 베트남인의 8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족은 베트남 전역에 살고 있는데, 화(Hoa)족과 짬(Chăm)족, 커-매(Khơ-me)족을 제외한 나머지 소수민족들은 모두 산간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베트남 민족 집단의 인구 규모(출처: <베트남의 소수민족>, 당 응이엠 반 · 쭈 타이 선· 르우 홍, 조승연 옮김(2013), 민속원)
베트남이라는 한 국가 안에 있지만, 베트남 민족들은 언어나 의복, 관습 등 문화 전반이 차이가 큽니다. 먼저 베트남의 민족들은 언어권별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54개의 민족별로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 경계선을 두지 않고 오랫동안 어울려 지냈기 때문에 지역별로 언어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민족 언어권별 분류(출처: http://egloos.zum.com/butandorso/v/2754134)
베트남 주 민족인 킨족은 베트남 전 지역에 살고 있으며 주로 평야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스트로아시아 어족(Austroasiatic languages)의 비엣-므엉(Việt - Mường) 그룹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흔히 말하는 베트남어는 이들이 쓰는 언어입니다. 또한 베트남 주류 민족답게 그들의 문화는 베트남의 상징이 됩니다. 멥쌀과 찹쌀을 주식으로 하며 전통 의복으로 아오 자이(Ao Dai)를 입습니다. 주거 공간은 전통적으로 단층 주택을 지어 살았고,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며 조상에 대한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해 집과 가게에서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냅니다. 유교 문화는 킨족뿐만 아니라 베트남 민족 대다수에 퍼져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민족인 따이(Tày)족은 베트남 전역에 걸쳐 긴 띠 모양으로 분포하며, 킨족과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합니다. 어군은 ‘따이-타이(Nhóm Tày - Thái)’입니다. 따이족은 대나무로 만든 고상식 가옥에서 살아왔습니다. 여자들이 머리 위에 스카프를 쓰는 것이 의복 문화의 큰 특징입니다.
한(Hán) 계통 어군인 화(Hoa)족은 논농사와 가내수공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화족의 의복은 통이 넓은 바지와 다섯 장의 천으로 이루어진 조끼가 특징입니다. 다른 베트남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화족도 가부장 문화이지만, 다른 민족보다 그 경향이 강한 편입니다. 남편이 죽은 경우 아내는 자신의 어깨 받이를 두 조각으로 나눠 한 조각은 남편의 관에, 나머지 한 조각은 나중에 자신의 관에 넣는 관습이 있습니다.
짬족(Chăm)은 다른 민족과는 달리 여성이 가장이 되는 가모장제(家母長制) 문화가 있습니다. 그들은 베트남 사회로 통합되기 전까지 가모장제 문화를 유지했으며, 각각의 집단은 여성이 다스리는 분파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짬족 사회 곳곳은 아직도 가모장제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짬족의 어군은 말레이-폴리네시아 어군(Malayo-Polynesian languages)입니다. 종교는 특이하게 지역에 따라 다른데, 베트남 남부 짬족은 이슬람교를, 중부는 힌두교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민족 국가이며,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마다 문화와 언어가 제각각인만큼 베트남 정부는 다수 민족인 킨족이 중심이 된 베트남 사회에서 소수 민족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 왔습니다. 정부는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을 금했고, 소수 민족이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베트남 공용어를 배우도록 장려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은 일상생활에서도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러나 소수민족이 주 민족인 킨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소수민족 차별을 금하지만, 공무원들 특히 고위 공무원은 모두 주류 민족인 킨족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민족이 고위 공무원이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소수민족이 고위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입니다. 소수민족은 대부분 같은 민족끼리 무리 지어 살고 있는데, 그들의 터전이 대부분 산간 지역이나 어촌인 것도 소수 민족 출신이 베트남 사회 상위 계급에 진출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도시와 평지에는 몇몇 소수 민족을 제외하고 모두 킨족이 살고 있습니다. 병원, 은행, 학교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에서 사는 킨족과는 달리 소수 민족은 농업이나 가내 수공업 같은 전통적인 일에 종사하며,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기 위해 매일 먼 거리를 통학합니다.
정부는 1946년 11월에 공표한 헌법에서 소수 민족의 개별 언어 사용권을 법적으로 인정했고, 이는 이후에 개정된 헌법에서도 재차 강조되었습니다. 또 베트남 정부는 21세기에 들어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산간 지역과 고원 지역이 사회 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덕분에 현재는 산간 지역도 운송로가 확보되었으며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소수 민족 지역에 병원과 교육 시설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소수 민족을 위해 소수 민족만을 위한 직업학교도 몇 개소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신한대학교와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협력하여 중부 지방 ‘닥락성 소수민족 청소년 직업훈련대학'의 시설 개선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였고 현지 교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 연수 교육도 실시하였습니다. KOICA 외에도 다른 비영리단체에서도 베트남 소수 민족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베트남 사회도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소수 민족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
- 베트남 소수민족의 언어 정책에 관한 주요 이론적 쟁점. 응우옌 반 히에우 저. 새국어생활 제22권 제1호(2012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