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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y 05. 2021

베트남의 추석, 뗏 중 투(Tết Trung Thu)

베트남. 2017년 자유 원고

베트남은 한국과 같은 한자 문화권이었고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공통점 중 하나는 명절입니다. 한국의 설날,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은 명칭은 다르지만 베트남에도 있습니다. 설날은 베트남어로 ‘뗏(Tết)’, 정월대보름은 ‘람 탕 지엥(Rằm tháng giêng)’, 단옷날은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o)̣’, 추석은 ‘뗏 중 투(Tết Trung Thu)’라고 합니다. 날짜도 똑같고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제기차기나 연날리기 같은 민속놀이를 한다는 풍습도 비슷하지만, 종교와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의 추석인 뗏 중 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뗏(Tết)’은 명절을 의미하고, ‘중 투(Trung Thu)’는 가을 중순을 의미합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추석에는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온 가족이 모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빕니다. 그런데 한국의 추석은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만 있지만, 현재 베트남의 추석은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라기보다는 ‘어린이들을 위한 명절(Tết thiếu nhi)’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20세기 초에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과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것이 신(神)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의미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뗏 중 투는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뗏 중 투가 되면 집집마다 풍등을 달아놓고 가족 친지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먹으며 풍습을 같이 즐기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명절을 이용해 그간 안부를 못 전했던 지인들에게 명절 인사와 함께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스승에게 간단한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중추절과 마찬가지로 추석에 월병을 먹습니다. 이 월병은 ‘반 재오(Bánh dẻo)’와 ‘반 느엉(Bánh nướng)’, ‘반 중 투 (bánh trung thu)’가 있는데, 보통은 ‘반 중 투’를 많이 먹습니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명절인 만큼 집집마다 어린이들이 먹을 간식을 준비해 놓습니다.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이웃집을 누비면서 과자와 과일을 얻어먹습니다.


반 재오(Bánh dẻo)와 반 느엉(Bánh nướng)
베트남의 대표적인 추석 음식 반 중 투(bánh trung thu)


뗏 중 투에 주로 하는 놀이는 ‘사자춤’입니다. 뗏 중 투에는 며칠 동안 사자탈을 쓴 공연단이 북과 징 등의 악기를 가지고 트럭을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가게에 들러 사자춤 공연을 합니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주황색 사자탈을 쓴 춤꾼들은 노인 탈을 쓴 사람의 지휘에 맞춰 힘차게 춤을 춥니다. 그 후에는 사자탈을 쓴 사람 한 명이 긴 장대에 홀로 올라가 묘기를 보여준다. 사자춤이 끝나면 여러 개의 막대를 이용한 용춤을 공연합니다. 여러 명의 남자들이 화려하게 추는 용춤은 뗏 중 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사자탈을 쓰고 사자춤을 추는 사람들은 거의 아이들입니다. 이는 뗏 중 투가 아이들을 위한 명절이기 때문입니다. 뗏 중 투에는 이런 길거리 공연단들을 위해 가게나 집에서 미리 일정한 금액을 준비해 놓고, 공연단이 공연을 끝내면 돈을 줍니다. 뗏 중 투에 가게나 집에 사자춤 공연단이 오면 그곳은 복을 받는다고 속설이 있어서 많은 가게들이 공연단을 환영합니다.


베트남의 사자 춤

                                                            

사자춤 동영상


용춤 동영상




참고 정보: http://www.chaovietnam.co.kr/archives/5202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한국 전통 명절 경험에 관한 연구: 문화 접촉을 중심으로. -Duong Thi Thanh Phuong. 2017>

반 재오와 반 느엉 사진 출처 : 위키디피아


*이 글은 2017년에 베트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 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

국외 통신원의 편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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