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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y 13. 2021

2017년 2학기 수료식

2017년 후에 세종학당 2학기

2학기가 시작한 지 별로 안 된 것 같은데 10주가 빠르게 지나갔다. 항상 그렇듯이 마지막 주에는 성취도 평가를 했다. 이때만큼은 항상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한국어 수업을 듣던 학생도 진지해진다. 학교가 아닌 학당에서 보는 수료 평가인데도 학생들은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봤고 시험 결과도 아주 궁금해했다.


성취도 평가가 끝난 후에는 반별로 회식을 했다. 1학기 때는 학생들의 오토바이에 타는 것이 무서웠었지만 2학기 때는 내가 무서워할까 봐 천천히 달리는 학생에게 ‘더 빨리 가요!’라고 말할 정도로 오토바이가 익숙해졌다. 1권 월수금 반 학생들과는 카페 겸 식당에 갔는데, 반 학생 중 한 명의 생일이라 생일파티도 겸해서 했다. 나는 한글 수업을 마치고 초급 학생들에게 모두 한국어로 이름을 만들어 줬었는데 생일인 학생 이름은 ‘희정’이라고 지어줬었다. 학생들은 모두 ‘희정 언니 생일 축하해요!’라고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고, 케이크에도 ‘희정’이라는 이름을 썼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한국어 이름을 만들어 줬었는데 사실 베트남 이름이 어려워서 학생들 이름을 편하게 부르려고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고맙게도 한국어 이름을 아주 좋아했다. 내가 지어준 이름을 좋아해 줘서 뿌듯했다. 우리는 카페에서 케이크도 맛있게 먹고, 베트남식 한국 김밥(밥에 간은 전혀 안 되어있는 김밥을 소스에 찍어 먹는다. 간혹 김밥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기도 한다.), 피자, 똥 모양 빵(팥 없는 붕어빵 맛)도 먹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1권 아침반 학생들과 먹은 음식들과 케이크


1권 화목토 반 학생들과도 베트남 식당에서 학생들이 추천해 준 음식을 먹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학생들은 내가 빵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나를 위해 유명한 빵집에서 빵도 사 왔다. 혹시나 베트남 음식이 내 입에 안 맞을까 봐 준비했다고 한다. 빵은 물론 맛있었지만 나는 빵 맛보다 나를 위한 학생들의 마음씨에 더 감동받았다.


1권 저녁반 학생들과 먹은 저녁. 맛있었던 슈크림 빵


중급반 학생들과는 ‘HOT POT’ 식당에 갔는데, 거기에서 ‘우유 육수’라는 것을 처음으로 봤다. 말 그대로 우유를 이용한 육수였다. 반은 우유 육수, 반은 매운 육수를 끓이고 거기에다가 샤브샤브처럼 야채를 먼저 넣고 얇은 고기를 넣어 먹는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음식이라 입맛에 안 맞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입에 맞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있었다. 내가 먹기 시작할 때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 봐 나를 걱정스레 쳐다보던 학생들은 내가 맛있다고 하자 안도했다.


특이하고 맛있었던 우유 샤브샤브


성취도 평가가 끝나고 수료식을 준비했다. 나는 학생들의 성적을 모두 취합한 후 수료 여부를 판별하고 우수 학생들 선정한 후에 행정 선생님을 도와 수료증과 상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와 김 선생님, 행정 선생님은 수료식 때 나눠 줄 간식과 케이크, 우수생들 선물을 샀다. 간식을 사러 마트에 갈 때는 나와 행정 선생님이 같이 갔는데, 평소에 가던 신시가지 쪽 빅씨 마트가 아닌 구시가지에 있는 마트에 갔다. 선생님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고궁을 가로질러 마트에 가고 간식을 고르고 학당까지 오는 일은 은근히 즐거웠다. 분명 일하고 온 건데 놀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7월 21일 2학기 수료식을 했다. 2학기는 학생 수가 적어서 1학기 수료식 때와는 다르게 간단하게 학당 안에서 진행했다. 먼저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우수생에게 상장과 상품을 준 후 반별로 수료증을 나눠 줬다. 수료증을 나눠 준 후에는 반별로 단체 사진을 찍고 수료증 배부가 끝난 후에는 전체 사진을 찍었다. 학당 학생들 중 수료식 때 특별 공연을 해 줄 학생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고맙게도 초급 학생 두 명과 고급 학생 한 명이 한국 노래를 부르겠다고 선뜻 나섰다. 그 학생들 덕분에 수료식이 더욱 즐거웠다. 수료식이 끝나고 몇몇 학생들이 남아서 학당 정리를 도왔는데, 이상하게 1권 저녁반 학생들은 전부 남았다. 알고 보니 교실에서 나와 단체 사진을 또 찍고 싶어서 남은 것이었다. 정말 나는 학생들에게 해 준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는 선생이었다.


수료식이 끝나고 1권 학생들과 함께. 옆에 계신 분은 나와 같이 1권을 가르치신 현지인 선생님.


1학기는 오자마자 수업을 시작하고 또 수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수료식을 해서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집 문제도 있었고 베트남도 낯설 때였다. 하지만 2학기 때는 집도 구하고 베트남에도 후에 세종학당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잘 지낼 수 있었다. 오히려 베트남 생활을 제대로 즐길 틈도 없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1학기 때 집이 없어 2성급 호텔에 살 때는 ‘빨리 귀국할 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살만 해지니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 아쉬워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세종학당 파견 교원 이야기'는 7월까지는 잠시 쉴 예정입니다. 글을 잠시 쉬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님들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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