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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l 17. 2021

<맨땅에 캠핑> 서평

넋 다운된 어른들을 위한 불명 힐링 에세이

1년 전 여름, 친구와 같이 경치 좋은 계곡에 놀러 가서 그늘진 자리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신히 찾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 놓고 신나게 놀았던 적이 있다. 날이 저물어서 자리를 정리하고 차로 가는 길에 텐트를 치고 놀고 있는 가족들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 친구도 나도 '아, 나중에 저렇게 텐트 치고 캠핑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늘진 곳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계곡이 아닌 평지에서는 비가 오는 날에도 즐길 수 있고, 감성적인 분위기에 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유튜브로 캠핑 브이로그를 보며 '언젠가는' 캠핑을 하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캠핑 도구를 일일이 다 준비하고 캠핑을 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캠핑 장비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사람들이 텐트를 치는 걸 보면 따라 하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MBC의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서 겨울에 춘천호 낚시 캠핑을 갔을 때, 다른 아빠들은 모두 겨울용 텐트를 준비했는데 김성주 혼자 여름용 원터치 텐트를 준비해서 낭패를 본 것을 봤었다. 나도 출연자들이 춘천호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기 전까지 김성주의 원터치 텐트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몰랐었다. 아마 내가 캠핑을 시작하면 그때 김성주와 똑같이 여러 실수를 하지 않을까?


권수호 작가 역시 캠핑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타프(햇빛이나 비 등을 피할 때 사용하는 가림막)를 설치할 때 타프가 세워지지 않아 햇볕에서 한참을 고생하다 결국 포기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참 안타까웠다. 작가는 몇 번의 도전 끝에 제대로 타프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작가의 캠핑 초보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이 점이 이 책의 매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정보성 책들을 읽다 보면, 아무리 내용이 흥미롭고 말투가 재미있어도 그 책의 작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는 다른 엄청난 능력자로 보여 조금 거리감을 느낄 때가 가끔 있었다. 하지만 <맨땅에 캠핑>은 캠핑에 필요한 장비, 캠핑 용어, 기술, 주의할 점 등을 독자에게 알려주는데도 작가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동질감이 느껴진다. 또 초반에 작가가 겪은 어려움, 실수 등을 읽으며 '내가 캠핑을 시작하면 겪었을 어려움'을 작가가 대신 먼저 겪어준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캠린이(캠핑 초보) 시절부터 이야기를 푼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담고 있지만, 정보성 책이 아닌 '에세이'이다. <맨땅에 캠핑>은  마흔이 넘은 작가가 삶에 지쳐 회사를 그만두고자 마음먹었을 때 캠핑을 만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받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캠핑을 직접 하지 않고도 작가와 함께 캠핑에 대해 알아가며 캠핑 감성에 취하고, 또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나의 몸도 재충전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캠핑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가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한 일화, 멧돼지를 만난 일화, 어머니 특제 초고추장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 일화 등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모든 이야기를 친근하고 유머스러운 말투로 들려 주고 있어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한낮의 태양이 싫어 떠난 곳에서 별빛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다. 나도 언젠가 캠핑을 하게 된다면 수호 작가처럼 별빛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캠핑을 시작하는 캠린이 분들, 캠핑을 하지는 않지만 캠핑이 주는 선물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은 분들, 그리고 일상에 지친 영혼을 재충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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