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4월에 출판사로부터 제 브런치 북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는 '잘못 온 메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이 내용이 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언젠가는 출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제가 원래 출간 도전하려던 책은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 이야기'였습니다. 제 매거진 '세종학당 파견교원 이야기' 내용이죠.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을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그때 당시 브런치에서 진행 중이던 '밀리의 서재 X브런치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이벤트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벤트에 도전은 하고 싶은데 해외 파견 한국어교원 이야기를 쓰자니 내용이 많아서 시간이 안되고, 이건 책을 낸다고 해도 내후년이나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던 것이기에 쓰기 시작한 게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입니다. 이걸로 쓰면 정해진 이벤트 기간 안에 브런치 북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사실 이 내용도 언젠가는 브런치에 쓰고 싶긴 했었습니다.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정말 행복했고, 소중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글로 기록해서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밀리의 서재 이벤트 때문에 더 일찍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냥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쓴 것이지, 이벤트에 당첨될 거라고 기대는 안 했습니다. 초보 작가이고 글 실력도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제 눈에도 보였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책이 되려면 주제가 하나로 잡혀야 하는데,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은 작가인 제가 생각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문화 유치원생인 진수를 만나 같이 성장하게 된 이야기 + 다문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한국어를 가르친 방법 소개' 이 두 가지 주제가 같이 들어있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뭉클스토리'라는 곳에서 출간 제의가 왔습니다! 사실 많이 걱정은 됐는데 편집자님께서 제 원고를 자세히 읽어 주시고 높게 평가해주신 게 정말 감사했고, 또 뭉클스토리에서 했던 프로젝트들을 보니 저와 잘 맞는 회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출간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책은 뭉클스토리의 새로운 브랜드 '텍스트칼로리'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을 출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 중 2~9편까지는 '진수'라는 유치원생을 가르친 이야기를 썼는데, 이 이야기로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진수는 제가 처음 맡은 다문화 아이이자 저에게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준 아이입니다. 이 아이도 저로 인해 바뀌었지만 저도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브런치 북을 만들 때는 진수 이야기만 쓸 수는 없어 이 아이와의 일화를 대폭 줄였었는데, 첫 미팅 때 대표님께서 '선생님이 브런치에는 못 쓰신 진수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대폭 줄인 게 맞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진수 이야기만 지루하게 많이 늘어놨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쓰고 싶은 진수 이야기를 함축해서 발행했었는데, 결국 진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원고를 다시 쓰고 퇴고에 퇴고를 반복하다 보니 책을 몇 번이나 출간하신 작가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신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원고를 쓰고 수정하면서 새삼 제 글 실력이 부족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원고를 써서 고칠 부분이 있는지 재차 확인하고 보냈는데도 편집자님이 보내주신 수정 사항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더라고요.
'아, 처음에 썼을 때 왜 이 부분을 생각 못했지?', ' 맞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는데! 왜 내 손으로는 제대로 표현이 안되고 편집자님이 더 잘 쓰신 거지?'. '어휴 한국어 교사인데 글을 이렇게 쓰냐......'
2차 교정이 끝나고 마지막 3차 교정을 앞두고 제 원고를 다시 읽고 있는데, 몇 번이나 읽어 봤는데도 보지 못했던 오류들이 부끄럽게도 계속 발견되네요. 좋은 출판사와 편집자님을 만나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제 첫 작품을 이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에 책 출간 과정을 올리신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 이러는 게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편집자님의 응원의 말씀도 들으며 어느새 출간 마지막 단계에 가까워졌습니다. 책 제목은 미정이고(대표님의 말씀에 의하면 책 제목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될 문제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고쳐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원고를 쓰고 퇴고하면서 계속 긴장이 되긴 했지만 출간일이 가까워지니 점점 더 긴장이 되네요.
책은 8월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아이'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온 제가 어쩌다 여섯 살 다문화 아이 진수를 만나고 서로 영향을 주며 성장한 이야기,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