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코에서 가을을

ep.01

by 추설

-이상한 만남-


늦은 밤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거리에는 퇴근길 사람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늦여름에 부는 뜨거운 바람에 섞여 흘러왔다.

집 근처 골목 한쪽에 쪼그려 앉아 고양이 사진을 찍는 남자가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뭔가 중얼거리며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고, 그냥 숨소리처럼 흘러갔다.

그는 직장인 같지도, 학생 같지도 않았다. 귀를 덮는 새까만 머리, 두 사이즈는 커 보이는 흰 셔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 슬랙스. 느슨하고 특별할 것 없는 옷차림인데 기묘하게 눈에 띄었다.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피하는 분위기랄까.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람 특유의 웅크린 어깨. 도시의 소음도, 사람들의 발걸음도, 그에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혼자만 다른 시간 속에 있는 사람처럼.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비가 오는 날에도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고양이가 있든 없든.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식 후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를 또 마주쳤다. 취기 때문인지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고양이가 없나 보네요. 왜 매번 여기 계세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 불빛이 옆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속눈썹이 길었다.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내 어깨쯤에서 멈췄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요. 뭘해도 재미가... 없거든요."

말끝이 흐려졌다. 목소리도 작았다. 역시나 낯가림이 심한지 어눌하고 조심스러운 말투. 기묘한 대답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없는데요?"

그는 시선을 멀리 두었다가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다요. 저는 늘... 심심해요. 여기가 재밌어서 있는 건... 아니고요."

문장이 끝나기 전에 목소리가 작아졌다. 말은 어딘지 날카로웠지만 표정은 비어 있었다.

"그보다..."

그가 나를 올려다봤다. 눈동자가 검었다. 빛을 반사하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눈동자 색. 잠깐 눈이 마주쳤다가 곧 시선을 피했다.

"누구세요?"

그가 무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요. 맨날 이 자리에 있으니까, 궁금해지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웃음기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귀찮다는 듯한 말투.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짜증보다는 수줍음에 가깝게 들렸다. 그게 오기를 건드렸다. 술기운 때문이었을 것이다.

"뭐 하는 분이에요?"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전히 시선은 내 어깨쯤.

"그게... 왜 궁금한데요?"

"궁금하니까요. 신경 쓰이니까."

잠깐의 침묵. 그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그냥 사람이에요. 백수고... 스물일곱, 정도."

"본인 나이를 '정도'라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스물일곱이에요. 아 스물여덟인가..?"

짧게 덧붙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보다... 술 드신 것 같네요. 이제 가보는 게... 어때요."

발음이 어딘가 느슨했다. 문장 끝이 뭉개지듯 흘러갔다. 낯을 가려서인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말 자체가 서툰 건지 구분이 안 됐다.

나는 손을 허공에 올렸다.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리 여름이어도, 비 오는 날은 쌀쌀하네요. 우산은 쓰세요."

"네. 다음번부터는요."

그날의 나는 인사도 없이 돌아섰다. 술기운이 가시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런 말들을 했는지. 이상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고, 잊혀졌다.

그를 다시 본 건 선선한 바람에 은행나무 냄새가 섞여 있는 가을이었다.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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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지.jfif 본 작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세상에 없던 색』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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