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사람들에게
요즘 따라, 아무 일도 없어도 피곤하다.
잠은 분명히 잤는데 몸이 무겁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겁지만
이상하게 대답이 조금 늦는다.
그냥 미소를 짓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노동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나를 걱정하면
나는 늘 같은 말을 한다.
“괜찮아요. 다들 그렇잖아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너무 오래 반복하다 보니
진짜 마음이 그 밑으로 깔려버렸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이 고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면
순간 숨이 막히는 것처럼 가슴이 조여 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 울면 안 돼.”
그 한마디로 스스로를 단속한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대체로 밝고, 효율적이고, 빠르다.
그 사이에서 느린 사람은 불편해지고,
조용한 사람은 금세 잊힌다.
나도 잊히지 않으려고 애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웃는 얼굴로, 피곤한 마음을 감추며.
언젠가 거울 앞에서
나 자신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눈 밑에는 피곤이 내려앉았고,
입꼬리는 애써 올라가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나일까?’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무너지는 걸 허락했다.
피곤하면 잠을 자고,
슬프면 울고,
말하기 싫은 날에는 침묵했다.
그 단순한 일들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사람들은 강해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진짜 강함은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는 게 아니라,
무너질 수 있을 때
조용히 무너지는 용기에서 온다는 걸.
요즘은 그렇게 산다.
잘 지내냐는 질문에도
이제는 “그냥 그래요.”라고 대답한다.
그 말 속에는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겠다는
작은 다짐이 숨어 있다.
오늘 하루도 버텼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내일은 조금 더 괜찮을 수도 있고,
아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젠,
진짜 괜찮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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