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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벚꽃처럼, 우리도 잠시 피었다가 흩어졌다

봄의 끝에서 다시 사랑을 생각하다

by 추설

벚꽃이 한창이던 날이었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걷고 있었고,

그 침묵조차 따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사랑의 한가운데였다.


너는 늘 내 옆에 있었지만,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됐다.

벚꽃 잎이 흩날릴 때마다

나는 마음 한쪽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분명 서로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 거리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바람이 있었다.

이별은 그렇게 찾아왔다.

특별한 이유도, 큰 다툼도 없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웃으며

“후에 꼭 보자.”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장면이 남아 있다.


너의 웃음,

햇살에 번지던 머리카락,

손끝에 닿던 온기.

모든 게 선명해서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건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있던 시간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한다는 뜻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벚꽃은 매년 다시 피지만

그때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봄이 오면 나는 늘 같은 자리를 걷는다.

그때 우리처럼,

아무 말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요즘은 너를 떠올려도 아프지 않다.

대신,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사랑에 서툴렀지만,

진심이었던 그 마음을 잊고 싶지 않다.


사랑은 늘 그렇게 지나간다.

찬란하고,

짧고,

조용하게.

마치 봄의 벚꽃처럼,

한순간 피어올랐다가

아무 말 없이 흩어지는 것처럼.


그래도 괜찮다.

잠시라도 그 봄을 함께 걸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내 안에 빛으로 남아 있으니까.


표지.jpg 작가의 출간 로맨스소설 『세상에 없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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