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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영준 Mar 26. 2024

명상과 요가란 무엇인가.

'깨달음'과 ' 알아차림'의 미학, 인도 요가와 불교 명상을 찾아서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에 세계적 권위자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 초월 명상을 즐기는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등 수년 전에 명상 열풍이 전 세계에 휘몰아쳤다. 국내도 명상이나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섰다. 2022년에 세계 명상 엡(App) 시장 규모가 약 5조 원에 달했으며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644만 명이라니 그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명상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상당하다. 단순한 기분 탓인가. 아니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종교 색채까지 느껴지기 때문인가. 더욱이 종교, 의학, 스포츠 영역이 서로 뒤엉켜서 명상이 더욱 복잡하게 다가온다. 그저 명상에 대한 유래와 그 방법 정도만 이해해도 마음이 한결 편하겠다. 명상과 요가가 궁금하다면 꽤 유익한 정보가 되리라 기대한다.     


고대 인도의 종교 브라만교(바라문교·Brahmanism:힌두교 전신)의 베다 경전(Vedas) 시대인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소 생소한 명칭이라 뜬금없다고 생각하겠다. 신기하게도 명상이나 요가의 뿌리를 파고들면 힌두교 성전인 베다 경전이라는 책과 맞닥뜨린다. 요즘 단어로 치면 고대 인도의 '종교와 사상 지식백과' 정도로 이해하면 쉽겠다. 베다 경전은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이면서 인도의 고대 종교, 사상, 철학을 기록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주요 내용은 신들에게 올리는 찬양의 시, 의식용 기도문, 철학적 대화 등으로 경전 4개를 통칭해서 가리킨다. 바로 요가(Yóga)의 출발이 베다 경전이라고 일컫는다.


인도의 베다 시대(Vedic Period)는 BC 1500년~BC 500년경으로 청동기시대를 지나 철기 시대로 접어드는 시기를 가리킨다. 당시에 인도를 지배하는 최상위 계층이 인도 아리아인(Indo-Iranians)으로 브라만 계급이었다. 브라만 계급은 고대 인도의 카스트(Caste) 제도에서 최상위층으로 성직자나 학자로서 브라만교의 교리나 제사와 같은 종교적 업무를 맡았다. 여러 신에게 공물을 바치고 제사를 올리면서 삶의 안녕을 빌었다. 이러한 제사 의식과 기도문들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한 구전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가 고대에는 문자가 없거나 문자를 기록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대 인도의 지배계층이 사용했던 표준어인 산스크리트어(Sanskrit, 범어 梵語)로 쓰인 기록이 현재까지 전해진다.  


베다 시대는 청동기시대로 인도라는 국가조차 생성되기 이전이었다. 당시에 대략 16개에 이르는 고대 부족들이 존재했으며, 서로 영토 전쟁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왕국이나 도시 국가 형태로 발전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승리한 부족이 지배계층으로서 평민부터 노예까지 다스릴 수 있는 통제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래서 브라만교를 종교이면서 피지배계층을 다스리는 통제 도구로 사용했다고 전한다. 인도 카스트 제도가 만들어진 뿌리를 베다 경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결정되며 죽어서도 다시 그대로 반복한다. 귀족은 귀족으로, 천민은 당연히 다시 천민으로 빙글빙글 돈다며 윤회(輪廻, saṃsāra)라는 개념까지 이어진다.


요가(瑜伽, Yoga)란 '실천 생활 철학에 철저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힌두교에서 정의한다. 고대 인도에서 유래한 수행법으로 종교적 의미에서 영적 수행자를 위한 고행(苦行)으로 '해탈 또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란 의미를 지녔다. 현대에 와서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심신을 위한 수련법'으로 단순하게 건강이나 스포츠 영역으로 요가를 가볍게 해석했다. 요가의 어원은 유즈(yuj)로 산스크리트어에 뿌리를 두었다. '결합하다', '얽어맨다'. '묶어둔다' 등의 의미에서 출발한다. '마차에 말을 묶는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서 신과 인간의 결합 또는 인간의 육체와 마음(정신)을 합일을 위한 방법이라고 풀이한다.     


인도의 성자라고 불리는 파탄잘리(Patanjali)를 요가의 창시자로 부른다. 기원전 2세기 무렵에 요가의 근원이자 경전이라 부르는 <요가수트라>를 편찬했다. 고대 인도에서 내려오는 4대 요가법으로 라자(Raja) 요가, 박티(Bhakti) 요가, 즈나나(Jnana) 요가, 카르마(Karma) 요가가 있다. 요가는 가장 높은 수준인 삼매(사마타, Samadhi), 해탈(모크샤, Moksha), 열반(니르바나, Nirvana) 등에 도달하기 위한 힘든 수행법으로 여긴다.


고대 인도의 요가가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혹독한 수행법을 의미했다면 현대에서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강과 스포츠 영역으로 일반인에게 친밀하게 다가왔다. 요즘에 요가를 살펴보면 하타(Hatha) 요가, 아쉬탕가(Ashtanga) 요가, 빈야사(Vinyasa) 요가, 비크람(Bikram) 요가 등을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핫요가나 파워요가 등 요가 비즈니스가 커지면서 명칭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요가는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Yoga is a mirror to look at ourselves from within.
- 아헹가(B.K.S. Iyengar)


기원전 500년경, 히말라야 산맥 아래 카필라 왕국에 고따마 싯다르타(Gotama Siddhrtha) 왕자가 태어났다. 싯다르타는 29세에 출가를 결심하여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육체적 고행과 인도보리수(印度菩提樹, Bodhi vriksa) 아래서 명상을 하면서 사문(沙門, Sramana) 수행자로 6년을 보냈다. 마침내 그의 나이 35세에 석가모니(釋迦牟尼, Shakyamuni)로 불리며 불교(佛敎)의 교조이자 창시자인 '깨달음을 얻은 자'로 부처(Gautama Buddha)가 되었다. 이후 인도 불교는 기원전 3세기 아소카왕(Asoka)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인도 전역뿐만 아니라 동남아, 중국, 한국 등 세계 각지로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불교를 크게 나누면 소승불교(小乘佛敎, Hinayana)와 대승불교(大乘佛敎, Mahayana)로 구분할 수 있다. 소승불교는 원시불교, 부파불교, 남방불교 등으로 불리며 현재는 상좌부(上座部, Theravada) 불교라는 명칭으로 아시아 남방 지역에 퍼져있다. 대승불교는 실크로드를 타고 아시아 북방 지역에 자리 잡아 북방불교로 부른다. 대승은 '큰 수레'라는 의미로서 가능한 큰 수레에 많은 중생을 태워 구제한다는 대중적인 불교의 의미를 담았다. 기존의 승려만을 위한 다소 폐쇄적 종교였던 소승불교와 다르게, 민중에게 널리 보급하여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대승불교가 제시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 북방 아시아에 대승불교가 퍼지면서 크게 발전했으며 우리나라는 중국을 거쳐 고구려에 맨 먼저 들어왔다. 당시에 고구려와 백제 승려들은 일본까지 건너가 불교 전파에 큰 공헌을 했다.


중국 수나라 시대의 천태대사 지의(天台智顗: 538~597)가 여러 수행법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체계화했다. 천태대사는 중국에서 천태종을 바로 세우고 교관겸수(敎觀兼修) 사상을 완성하면서 중국의 작은 석가모니로 불린 인물이다. 그가 실천적 불교 수행법으로 『마하지관(摩訶止觀)』, 『육묘법문(六妙法門)』 등을 저술하여 지관(止觀)을 중심으로 수행체계를 확립했다. 이른바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의 실상을 관찰하는 불교 수행법'으로서, 이른바 선() 수행 가이드를 제시한 셈이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도 지관 수행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고려시대 의천(義天: 1055~1101)까지 이어지며, 이후 고려 후기의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이 주창한 정혜쌍수(定慧雙修) 사상에 영향을 끼치며 현대 참선(參禪, Zen or Dhyana) 수행으로 이어졌다.      


국어사전에서 명상(想, Meditation)이란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이라고 풀이한다. 영어 Meditation의 어원은 라틴어인 Meditari로 '마음으로 생각하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이는 히브리어 '하가 הָגָה(Hagah)'라는 구약성서에서 사용한 묵상(默想)이라는 단어로 라틴어로 다시 옮겨졌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이슬람과 유대교 등에서 종교적 묵상(Meditation)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명상이란 '눈을 감고 고요한 마음으로 믿음의 신을 만나는 의식'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하겠다.       

  

다양한 명상법을 쉽게 구분하려면 '사마타(Samartha)와 위빠사나(Vipassana)', 이렇게 2개로 쪼갠다. 만약 쌍둥이가 있다고 가정하면 첫째 아이 이름을 사마타로 둘째를 위빠사나라고 부른다. 첫째 사마타는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이며 둘째 위빠사나는 통찰력이 남다르다. 먼저 사마타는 스트레스 상황에 부딪히면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집중명상을 자주 연습한다. 둘째 위빠사나는 화가 솟구쳐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는 실제 상황을 관찰하여 스스로 분노라는 감정을 지혜롭게 흘려보내는 통찰명상을 한다. 이렇게  두 아이를 현대 명상법과 연결하면 '사마타-집중 명상'과 '위빠사나-통찰 명상'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오늘날 대중적 명상(Meditation)의 뿌리를 '지관(止觀)'이라는 수행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관이란 단어는 지(止, samatha)와 관(觀, Vipassana)을 합친 합성어로 역시 쌍둥이처럼 함께 다닌다. 첫째로 지(, samatha)를 멈춤이라고 부른다. 정신을 집중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수행을 의미하며 영어로 Calm, Tranquility, Peace 등이 적합한 단어로 여겨진다. 다음에 관(, Vipassana)을 통찰(Insight), 알아차림(Awareness),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고 부르며 실제 현상을 그대로 꿰뚫어 보고 지혜를 얻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둘을 묶어서 '지관'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의 실상을 관찰하는 수행법이라고 말한다. 지관에서 가리키는 '멈춤과 통찰', 이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해야 비로소 깨달음을 향하는 올바른 수행이라고 설명한다.


호흡 명상, 좌식 명상, 걷기 명상, 음악 명상, 뇌호흡 명상, 씽잉볼 명상 등 다양한 명상법이 난무한다. 모든 방법이 그저 방법, 수단, 도구에 따라 특정 목적이나 비즈니스 때문에 만들어진 명칭에 가깝다. 명상에 필요한 숨을 쉬기 때문에 호흡 명상이다. 걷는 동작을 하면서 명상하기 때문에 걷기 명상이다. 씽잉볼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씽잉볼 명상이다.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음악 명상이라는 말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대인들이 여러 명상을 찾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요즘 명상 상품이 고부가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한 터라 값비싼 교습비를 내야만 익힐 수 있는 분위기라 다가서기 힘들다. 그저 나 혼자 유튜브 영상이라도 참고해서 배우려니 막막하다. 만약 명상이 필요하다면 단순하게 접근하기를 제안한다. 이미 체계화한 명상법을 찾아서 일상에서 멈추지 말고 꾸준하게 수행(修行)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아무리 경전을 많이 외울지라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방탕한 사람은,
남의 소만 세고 있는 소몰이꾼일 뿐 참된 수행자의 대열에 들 수 없다.
- 법구경(法句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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