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영준 Mar 04. 2022

♡공감과 '좋아요'를 부르는 글쓰기 원칙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가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끌어낸다-서평 잘 쓰는 법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라고 불렀다. 인간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따라서 사회생활에서 타인과 원만한 관계 유지하는 데에 공감 능력을 소환한다. 다른 사람 처지를 조금도 이해하지 않고 그저 혼자만을 생각한다면 외톨이가 되기에 십상이다. 공감(共感)이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상대의 경험한 바를 이해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에 뭐라고 쓴 거야’ 작성한 보고서에 직장 상사가 대뜸 화를 냈다.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여서 작성한 보고서였다. 하지만 회사에 올리는 보고서를 혼자 마음 내키는 대로 쓰면 어떡하냐며 한 마디 더 거들었다.


글쓰기에도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나 혼자 보는 일기 쓰기 정도만 빼고, 가능한 읽는 사람을 고려해서 글을 작성한다. 흔히 글을 쉽게 쓰라는 의미는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쓰라는 말이다. 본인에게 너무나 쉬운 표현이 상대방에게는 무척 어려울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글쓰기가 기본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세 가지 원리를 말했다. 도덕, 이성, 감정, 이 세 가지를 동원하면 상대방에게서 믿음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에토스(도덕, Ethos)로 말하는 사람의 도덕적 신뢰감을 먼저 쌓는다.

둘째, 로고스(이성, Logos)로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구성한다.

셋째, 파토스(감정, Pathos)로 감정적 호소를 통하여 상대방 감정이나 정서를 움직인다.



첫째, 에토스(도덕, Ethos), 말하는 사람에게 ‘신뢰’가 느껴진다.

‘부모님께, 하루 용돈을 만 원으로 올려주십시오. 그 이유는 8천 원으로 하루 지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점심 5천 원과 교통비 3천 원으로 둘만 합쳐도 8천 원입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내 방 치우기 천 원과 빨래 정리하기 천 원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떤 아이가 부모님께 용돈을 올려달라며 적은 글이다. 아이가 주장하는 첫 문장이 간결하다. 뒤따르는 문장으로 충분한 이유를 설명한다. 일단 메시지 전달이 명확하다.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늘어놓았다면 중심이 흔들렸겠다. 말이 장황하면 자칫 신뢰가 떨어진다. 문장 역시 짧아서 간결한 느낌이다. 주장-이유-근거-의견 순서로 말하면 정갈한 느낌이 든다. 과정을 하나로 묶어서 말하거나 글을 쓰는 연습을 권한다. 주제가 중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야 신뢰가 생긴다.      


둘째. 로고스(이성, Logos), 논리적 구성으로 형식을 갖춘다.

글 전체 구성을 세 덩어리인 ‘서론-본론-결론’으로 논리 있게 구성한다. 처음 이야기를 꺼내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는 통상적 과정이다. ‘머리말-본론-맺음말’로 부르면 이해하기 쉽다. 머리말, 서론으로 출발한다. 두괄식이라 부르며 ‘주제’가 맨 먼저 보인다. 주장을 던지고 뒤에 이유를 설명한다. 머리말을 쌍둥이처럼 ‘주장-이유’ 한 묶음으로 연습하기를 권한다. 가령 ‘물을 주시오. 목이 마르오.’ 형태다. 글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서 활용하기 좋다.     

 

글쓴이가 원하는 메시지를 한꺼번에 묶어 ‘사실-근거’ 형태로 연습하기를 추천한다. 각 묶음에 중심 문장에 사실 내용을 밝히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뒷받침 문장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좋다. 맺음말은 끝내는 말이다. 주로 본문에서 펼쳤던 내용을 정리한다. 가능한 자기 의견을 밝히고 앞으로 방향이나 한계점을 짚는 마무리가 좋다. 말하기 또는 글쓰기 모두 세 덩어리로 나누는 습관이 유용하다. 편지를 보낼 때도 첫째, 인사하기 둘째, 요청 사항 전하기 셋째, 마무리 인사하기로 격식을 차려야 비즈니스가 원만하다.


셋째, 파토스(감정, Pathos), 상대방이 ‘공감’하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이 무너졌다는 혹은 눈물이 터졌다는 표현이 피부에 와닿는다.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편이 감성을 건드린다. 항암 치료로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하고 깡마른 어머니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이런 구체적 묘사가 감정을 툭 하고 건드린다. 논리적이고 체계적 구성도 좋다. 여기에 사람 감정까지 자극하면 사람의 마음마저 움직일 수 있겠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박사는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기억과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성만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우며 감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논리 정연한 구성+감성을 끌어내는 표현=♡좋아요.’라는 등식을 기대할 수 있겠다. 무릇 실력은 기본이요. 품성까지 갖춘 이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사례. 서평·독후감 잘 쓰는 방법


평소 독후감 정도는 어렵지 않게 느꼈다. 하지만 서평을 쓰려니 어떻게 채울지 막막하다. 시간마저 촉박하면 서평 쓰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평소 책을 읽은 후에 느낌 쓰기 정도로 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 성적을 매기는 과제나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이라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인터넷에 들어가 참고할 내용이나 양식부터 뒤진다. 괜찮은 형식을 빌려오고 다른 서평도 흉내 낸다. 그저 한가롭던 독서 생활이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바뀐다.      


서평을 '책의 내용과 특징을 소개하거나 책의 가치를 평가한 글'이라고 정의한다. 서평(書評)이란, 글자 그대로 책이나 글을 평가한다는 말이다. 영어로 Book Critique다. 어떤 책을 읽고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글이다. 또는 '생각이 같다 혹은 생각이 다르다'라는 어투로 책 줄거리를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독자는 서평을 읽으면서 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서평은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좋은 화장품을 써본 고객이 제품 후기를 써서 추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평은 독서부터 출발한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일부터 서평 쓰기에 포함된다. 어떤 책을 선택해야 좋은가. 좋은 책으로 출발해야 좋은 서평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추천 도서를 간편하게 검색한다. 주위에서 책을 소개받거나 유명 작가 도서를 선택한다. 각자 편한 방법이 좋다.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책을 손에 펼치면 느낌이 생생해진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고르면 즐겁게 읽을 동기가 생긴다. 다만, 정해둔 주제가 있다면 그 중심으로 책을 선택해야 안전하겠다.   

  

서평은 독후감 또는 독서감상문 쓰기가 기본이다. 독후감 쓰기를 기본으로 거쳐 올라와야 서평 쓰기가 수월해진다. 독후감 쓰는 요령은 간단하다. 책을 읽은 후에 감상을 적는다. 수학 공식처럼 표현하면 '독서+감상문'이다. 먼저 책을 제대로 읽기부터 시작한다. 책조차 읽지 않고 무작정 독후감을 쓰려니 당연히 어렵다. 시작은 책을 선택한 계기와 간단한 소개로 출발한다. 중간은 줄거리로 요약이다. 끝에 느낀 점을 쓰면 완성이다. '소개+줄거리+감상' 순서다.     


서평은 독후감에 비평과 가치를 더한 글이다. 독후감은 단순한 줄거리나 느낌을 담는 그릇이다. 여기에 주관적 해석과 가치를 추가해야 서평 모양이 갖춰진다. 집필 배경이나 책에서 문제 삼는 대상이나 주장을 염두에 두고 서평 구조를 잡아야 비평 느낌이 난다. 서평 쓰기 요령을 몇 가지로 추려냈다.  

    

첫째, 핵심 파악하기

책을 펼쳐서 항목 네 가지를 먼저 읽는다. ⓵제목, ⓶저자 소개, ⓷프롤로그, ⓸목차 순서를 꼼꼼하게 읽는다. 책 전체 줄거리, 집필 배경, 전개 방향이 항목 네 개에서 드러난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해당 페이지를 열어서 확인하면서 읽는다. 핵심을 파악하면 전체 윤곽이 잡힌다. 줄거리를 잘 요약한다는 의미는 책 내용을 이해했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심 단어나 문장을 메모하는 방식을 권한다. 메모한 단어나 문장들을 육하원칙에 맞춰 정리하면 줄거리 작성이 간편하다.    

  

둘째, 비판적 읽기

자기 시각에서 바라보기로 바꾸면 이해가 쉽다. 서평을 쓰는 사람 관점에서 글 전체를 판단해서 해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을 위대한 발명가로 보는 시각과 함께 돈에 집착하는 악덕 업자로 보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로 갈린다는 말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의심해야 비교와 평가를 할 수 있다. 글쓴이가 바라보는 토머스 에디슨은 위대한 발명가인가 아니면 악덕 업자인가. 어느 쪽 시각인지를 선택한다. 비판적 시각으로 글을 바라보고 여러 주장과 근거를 해석해야 한다.     


셋째, 서평 채우기.

⓵도서 제목 ⓶저자 소개 ⓷작가 의도 ⓸배경 지식 ⓹줄거리 ⓺인상 깊은 구절 ⓻나의 평가와 소감 ⓼ 추천 포인트. 서평 항목 8개를 작성하면 나머지는 흐름만 잡으면 끝이다. 흐름을 잡는 원칙은 연결고리(Link)가 중요하다. 서평이 자기 비평과 추천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밋밋한 마라톤 경기를 전문가가 맛깔난 해설이나 관전평으로 흥미를 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숙련된 해설가일수록 마라톤 코스, 참가 선수, 기상 정보 등 연결고리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완이 좋다. 서평도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글 재간이 필요하다.            

독자에게 제공하는 도서 안내문이 바로 서평이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저자와 대화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메모하면 기억하기 수월하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요약하고 정리하면 책 읽기가 점차 편안해진다.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다양하게 읽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춰야 가능하겠다.   

  

서평을 잘 쓰는 3가지 방법

[입력] 교양적인 책과 관심 분야 책을 다양하게 읽기

[가공] 메모하고 정리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출력] 관련 책들과 비교하여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쓰기



이전 03화 상대방을 설득하는 글쓰기 요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