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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영준 Mar 03. 2022

상대방을 설득하는 글쓰기 요령

미팅, 면접, 회의, 토론에 적용하는 논리적으로 말하기   

“코로나 19로 지난해 경영 여건이 힘들었다. 다행히 당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당분간 나라 경제가 제자리걸음이고 주요 경쟁사들도 임금 동결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올해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라며 회사 임직원에게 임금 동결을 발표했다.    

  

문장 흐름이 이상하다. 작년 여건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고생한 직원 월급만 동결한다. 그 이유가 현재 제자리를 맴도는 나라 경제 탓이다. 여기에 다른 회사도 임금을 동결하는 분위기이니 당연하다는 논리다. 혹시 회사 직원이라는 위치가 힘의 우위에서 눌려 잠자코 있는 것인가. 다소 논리가 이상하지만 비교적 그럴듯하게 들린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三段論法, Syllogism)이다. 삼단논법은 논리적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삼단논법은 글자 그대로 세 단계를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추론 과정이다. 추론(推論)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떠한 판단을 근거 삼아 다른 판단을 끌어내는 것’이라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를 제외하면,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에 문장 세 개면 충분해 보인다. 




연역적 흐름은 일반 사실에서 출발하여 범위를 좁혀 특정 사례를 거쳐 결론에 이르는 전개 방식이다. 자기주장이 모두가 인정하는 일반 상식 수준이니 당연히 들어달라는 말투다. 마치 찾아가려는 목적지를 큰길이나 큰 건물을 중심으로 출발해서 점차 자세한 길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간혹 길을 헤맬 수도 있다는 오류만 제외하면 설득력이 있는 전개 방법이다. 일방적 주장이라도 연역적으로 말하면 상대방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 논리가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회사 사례에서 직원들이 대응하는 논리적 방법을 간단하게 연역법을 적용했다. ①올해 국내 대기업 기준으로 평균 임금이 4%가 인상됐다. ② 당해연도 당사는 임금이 동결됐다. ③ 당해연도 당사 임금을 대기업 기준에 맞추어 4%로 인상하라. 요구한 결과는 알 수 없겠지만 주장하는 방식만큼은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역 추론이라는 표현보다 연역 쓰기로 바꾸면 쉽게 다가온다. 전개 과정을 3단계로 나눴다. ①일반 사실 가져오기, ②특정 사례 적용하기, ③규칙 도출하기로 완성한다. 연역 쓰기에 익숙해지면, 글을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     



실제 사례. 토론 잘 쓰는 방법


선거 시즌이면 후보자들이 나오는 TV토론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각 후보가 내세운 정치 공약을 주장하는 이른바 ‘맞짱’ 토론이 벌어진다. 화면에 비치는 토론 모습이나 공약 내용에서 후보자 자질과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설득력 있게 자기주장을 펼치거나 상대방 주장을 논리 있게 반박하여 토론 우위를 차지하면 선거에 이길 확률도 당연히 높아지겠다.      


토론(討論)이란 어떤 논제를 가지고 각각의 의견을 말하고 논의하는 것이라 말한다. 언뜻 정치인들이 목청껏 소리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격한 토론 장면에서는 눈살마저 찌푸려진다. 불현듯 과거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주위에서 말조심하라며 꾸중 듣던 생각이 난다. 정서가 달라서일까. 아마 불편한 이유가 토론이라는 형식이 서구문화에 뿌리를 두어서인가 한다. 아무튼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에서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과정으로 토론이 중요하다. 자기주장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펼치려면 토론 절차나 방법 정도는 기본으로 익혀야겠다.     


‘토론할 때는 부드럽게 하면서도 논지를 분명히 밝히도록 노력하라. 상대방을 흥분시키지 말라.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데에 있다.’ 윌킨스가 토론에서 강조한 말이다. 토론은 어떤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쪽이 반박하며 논쟁을 벌이는 과정이다. 토의라는 단어와 혼용해서도 사용한다. 서로 반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 방식이지만, 토론이 토의보다 훨씬 과격해 보인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식 석상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그래서 공식적인 토론 용어와 규칙이 만들어졌다. 

     

토론에 들어가면 우선 찬성과 반대, 양 측으로 가른다. 이를테면 찬성은 빨강으로, 반대는 파랑으로 편을 가르는 일이다. 편 가르기가 끝나면 양측에 토론에 필요한 제목을 각각 부여한다. 가령 기념일 챙기기를 주제로 삼으면 찬성과 반대, 양 갈래로 구분하다. ‘빼빼로데이를 챙겨야 한다.’ 반대로 ‘빼빼로데이를 챙기면 안 된다.’ 양측에게 토론 규칙에 맞춰 발표 순서나 발표 시간 등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첫 주장을 입론(立論)이라 부른다. 글자 그대로, 양측 주장을 세우는 도입부를 말한다. 양측이 교차하면서 주장에 따른 질의, 답변, 반론이 이어진다. 몇 차례 협의를 통해 양측 주장이 정리되면, 최종변론으로 각자 견해를 밝히면서 마무리 짓는다.   

   

먼저 토론 개요서에 작성해야 전체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토론에 앞서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하자. 개요서를 먼저 작성하면 토론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예상되는 쟁점까지 미리 대비하여 상대 반론도 예측할 수 있다.   

   

토론 개요서에 무슨 항목이 들어가는가. ⓵논제 ⓶용어 정의 ⓷배경 상황 ⓸쟁점 정리, 네 가지 정도가 기본이다.      


첫째, 토론 말머리인 제목, 논제(論題)부터 채우고 시작한다. 


둘째, 논제에서 등장하는 주요 용어를 정의한다. 사전적 정의나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일반적 정의가 좋다. 주장하는 편의 목소리가 힘을 얻도록 정의를 규정해야 유리하다.


셋째, 논제가 등장한 배경 상황을 설명한다. 

논제를 양측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제목을 던지고 주요 용어와 배경 상황까지 전반부 작성을 마쳤다. 그러면 어느 편이 옳은지 다투는 일만 남았다. 


넷째, ‘논점+근거’ 형식으로 찬성과 반대 쟁점 모두를 정리한다. 예측 가능한 상대방 논점을 모두 파악해야 주도면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모든 주장은 근거를 기반해야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렇게 네 가지를 꼼꼼히 채워서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면, 전쟁에 임할 준비가 됐다. 이어지는 입론서 작성이나 본격적인 토론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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