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직장 상사가 올리는 카톡으로 머리가 아픕니다.” 회사 단체 대화방으로 던져지는 문자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업무 지시도 모자라 좋은 글귀에 안부 인사까지 사적 대화도 다양하다. 여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업무 보고서나 계획서를 작성하는 통에 정신이 없다. 출근하면 수십 통씩 들어오는 이메일 내용을 파악하고 적절한 내용으로 회신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혹시 직장 상사나 고객에게 핀잔을 들을까 봐 마음 편하게 글 올리기가 쉽지 않다.
막상 글쓰기로 고민할 때 해결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 고작 학교에서 배웠던 시험문제 풀이를 위한 글쓰기 실력으로는 직장에서 살아남기조차 힘들다. 그렇다고 따로 글쓰기 공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나마 글쓰기 비법이라고 찾은 내용도 믿기가 모호하다. 무조건 많이 쓰면 글솜씨가 좋아진다. 자기가 쓴 내용을 읽고 여러 번 고쳐 쓰라는 등 게으름이나 연습 부족 탓 일색이다.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기본 접근과 해결방안이 절실하다.
[그림 1] 글쓰기 고민 유형에 따른 해결 프로세스
막상 글을 쓸 때 닥치는 고민이 무엇인가. 하긴 사람마다 글쓰기가 힘든 상황이나 이유가 각자 다르겠다. 아예 현실적으로 글을 쓸 시간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바쁘다는 경우는 제외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교에 다닐 적에 과제로 내준 보고서를 채울 요량으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졌다. 간혹 아무 생각조차 안 나서 책상에 멍하게 앉아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아놓은 자료가 엉켜서 정리가 힘들었던 적도 생각난다. 이런 글이 써지지 않는 여러 상황을 압축해서 글쓰기가 힘든 경우 세 가지를 요약했다.
첫째, 쓸거리가 없어서 힘들다.
둘째, 쓸거리가 많아서 힘들다.
셋째, 쓸 수가없어서 힘들다.
위의 세 가지 경우를 다르게 설명하면,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작성할 문서를 앞에 두고 멍하니 시작조차 못 하는 유형이 있다. 한편, 쓸 내용이 너무 많아 정리하기가 힘들다는 유형도 존재한다. 우선 글솜씨를 떠나서 각자가 어디서 힘들어하는지. 또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를 살펴보고 하나씩 방법을 찾아보자.
첫째, 쓸거리가 없어서 힘든 글쓰기 유형이다. 막상 글을 쓰는데 아무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 유형을 말한다. 예를 들면, '건강한 100세 인생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려는 경우다. 처음부터 간략한 몇 줄로 정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건강한 100세라는 단어 접근부터 출발해야 한다. 광범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건강한 100세라는 자기만의 메시지를 뽑아내야 작성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중국 특허 분쟁 관련 보고서‘ 같이 전문 분야 느낌의 문서를 작성하려면 중국 특허라는 용어 개념부터 잡아야 시작할 수 있다. 잘 모르면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막막한 경우는 글의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글에서 요구하는 용어 개념부터 관련 자료까지 파악조차 되지 않으면 당연한 현상이다. 희미한 기억이나 애매한 지식을 꺼내기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기초 자료부터 찾아야만 막막함이 사라진다.
마치 이사할 집에 비어있는 공간을 멀뚱히 바라봐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얼른 방이나 화장실 등을 확인하고 공간에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야 한다. 주제와 관련하여 기본 자료부터 책, 논문, 잡지,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를 연결하여 폭넓게 공부한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면 가능한 넓은 들로 나가야 그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쓸거리가 많아서 힘든 글쓰기 유형이다. 물건은 제법 많은데 살 만한 게 없다는 말이다. 나름 공부한 덕분에 머릿속에서 쓸거리가 떠오른다. 정보 검색으로 관련 자료도 제법 모았다. 글쓴이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맞도록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다음 순서다. 문제는 여러 생각과 자료가 뒤죽박죽 엉켜서 떠오를 때다.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정리가 힘든 유형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정리하기 어렵다면 이른바 머릿속 정리와 수납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를 정보를 조직화 또는 체계화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종류끼리 구분하여 묶어서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힘이 필요하다.
셋째, 글솜씨가 부족해서 힘든 글쓰기 유형이다. 마치 수영을 배우려고 미리 책을 읽고 동영상도 반복해서 꼼꼼하게 연구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아예 수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물에 직접 들어가 수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이해했다고 바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지 직접 물에 들어가서 수영에 필요한 기본도 익히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직접 손으로 익히는 연습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는다. 써보면 안다.
[그림 2] 기억·정보 처리 프로세스
우리 뇌에서 베르니케 영역(Werniche's area)과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언어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명칭이 다소 어렵지만 1800년대 프랑스 외과 의사 폴 브로카와 독일 신경정신과 의사인 칼 베르니케가 각각 발견한 영역을 그대로 뇌 부위의 명칭으로 옮겼다. 머릿속에서 두 영역이 맡은 기능이란 책을 읽거나 말하기 또는 글쓰기를 담당한다고 이해하면 간단하다. 베르니케와 브로카 영역이 연결되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도 우리 뇌와 비슷한 구조와 과정을 거친다. 정보를 습득하여 자료로 입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련의 과정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음식 재료로 출발해야 한다. 여기에 요리법이나 조리 과정도 중요하다. 혹시나 음식을 망치는 경우가 생기면 조리 과정에서 어딘가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그 어긋난 지점을 찾아 다시 출발하면 된다. 글쓰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혹시나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전체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살펴야 한다. 정보 수집하는 첫 단계인지. 중간에 정보를 처리해서 입력하는 단계인지. 아니면 필요할 때 정보를 꺼내는 마지막 단계인지 위치 확인이 중요하다.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면 의외로 술술 풀릴 것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정보를 처리하는 맨 마지막 과정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잘못된 문장을 고르시오.’라는 문제 풀이 교육 탓도 보인다. 동시에 글 한 편을 제대로 완성해본 경험도 역시 부족하다. 문장 쓰기도 중요하지만 글 한 편 전체 흐름을 잡는 능력도 필요하다. 판세를 읽어야 세부 전략을 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