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서넛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군대 이야기다. 저마다 가장 힘든 군 생활을 거쳤다며 목소리 높여 너스레를 떤다. 무슨 재미난 일화가 그리 많은지 시간 가는지 모르고 떠든다. 그래서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역시 남자들 ‘군대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다. 군대라는 곳은 위계질서가 생명이다. 장교부터 일반 병사가 계급에 따라 서열화 체계가 명확하다. 언제라도 전쟁이 터지면 군대 병력을 조직적으로 즉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탑다운(Top-down) 방식은 머릿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위계’라는 개념을 불러온다. 위계(Hierarchy)란 사전적 의미로 계급이나 계층을 의미한다. 즉 흩어진 개념이나 사실들을 머릿속에 층층이 체계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다. 우리 머릿속은 어떤 정보가 들어오면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으로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 집 주소를 기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가장 큰 행정구역에서 출발하여 가장 작은 건물 주소로 도착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작성하기도 편하고 나중에 기억하기도 쉽다.
의미 구조도 그리기는 글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유용하다. 의미 구조도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되는 어휘나 사실을 열거하고 범주화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주제를 중심으로 연관된 생각을 떠올리거나 자료를 찾아 쓸거리를 모으기로 시작한다. 모은 자료 가운데 쓸만한 소재를 몇 개 간추린다. 선별한 소재에 계급을 붙여서 서열을 매기면 그림 완성이다. 예컨대 동물로 의미 지도를 만든다면 강아지, 토끼, 거북이, 뱀, 비둘기 등 생각나는 동물을 먼저 생각나는 대로 꺼낸다. 그리고 관련 있는 동물끼리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위계질서를 잡아 위아래 순서대로 서열을 매겨 정리한다.
글을 쓸 때에 우왕좌왕 정리가 안 되면 글감의 위계질서부터 잡는다. 상위어와 하위어에 대한 구별이 중요하다. 마치 포유류와 고양이 단어를 함께 바라보지만, 포유류는 상위어로 고양이는 하위어로 나뉘어야 한다.
글쓰기에서 어떤 주제를 놓고 여러 생각을 떠올리는 소재 발굴 연습을 덧붙인다. 여러 시각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떠올리는 연습 방법이다. 가령 귤이나 오렌지에 대한 글을 쓴다고 치자. 새콤달콤한 귤의 맛부터 시장에서 귤을 사 먹는 과정까지 다양한 상황을 글감으로 떠올린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전해주는 이야깃거리도 각자 다르겠다. 설날이면 세뱃돈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떡국도 간절하다. 소재가 많아야 글쓰기 편하다. 이들 소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주제로 삼으면 중심이 잡힌다.
의미 구조도를 그리면 글쓰기에서 주제와 소재를 쉽게 맞출 수 있다. 누구나 재미 삼아 퍼즐 맞추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작정 퍼즐 조각만 맞추다가는 포기하기에 십상이다. 어떤 요령이 필요하다. 일단 퍼즐의 전체 그림을 바라본다. 만약 호수가 배경이라면 푸른색 퍼즐 조각이 가장 많겠다. 일단 색깔 별로 퍼즐 조각을 분류한다. 그리고 퍼즐의 가장자리부터 모양을 맞추면 의외로 쉽게 맞춰진다. 글쓰기에서 글감 조각 맞추기와 일맥상통한다. 퍼즐 조각처럼 소재 조각을 맞춰서 퍼즐 그림을 완성하듯 글 한 편을 완성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심리학과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교수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사람의 정신 속에서 생각과 의식이 끊어지지 않고 연속된다는 이론을 펼쳤다. 생각을 구조화하는 능력을 키우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사고력도 함께 향상된다. 그래서 글을 잘 쓰면 생각하는 힘도 커진다고 한다. 무조건 쓰기보다 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