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소재, 글 구성하기, 4줄 쓰기를 차례로 작성한다
글쓰기를 집을 짓는 건축에 빗대어 본다. 통상 건축이라면 설계-시공-감리로 정형화된 세 가지 공정을 거친다. 글쓰기 진행방식에 반영하면 '구상-집필-퇴고‘를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 건축에서 가장 첫 단계가 설계에 해당한다. 본격적으로 건물을 짓기 전에 건축 설계도로 먼저 구상한다. 집주인이 원하는 건물 모양이나 구조를 설계도로 표현한다. 만약 건축 설계도가 없다면 건물 시공이 불가능해진다. 레고(LEGO) 장난감만 해도 조립 설명서 없이는 완성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글쓰기에도 설계도나 구조도가 필요하겠다.
건축 설계도를 해당하는 글쓰기 구상 도면을 글쓰기 개요서라고 부른다. 막상 글을 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글쓰기 모형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모형(Model)이란 어떤 시스템이나 개념에 대한 구조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일정한 패턴이나 계획이라고 정의한다. 주로 수학이나 과학에서 ‘공식’이나 ‘모형’ 단어를 쓴다. 모형을 만드는 이유는 어떤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이나 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모형을 만들어 그대로 따라가면 술술 풀리기를 기대한다.
먼저 글쓰기 개요서 구조를 설명한다. 글쓰기 설계도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무작정 글을 쓰기보다 생각을 미리 정리하라는 의미다. 글 전체 윤곽을 구조화하는 연습 기회로 삼는다. 처음에는 다소 번거롭지만, 연습을 반복하면 글을 바라보는 이해력이 향상되고 세부 구조가 보인다. 개요서를 채울 항목으로 ⓵주제와 소재 선정, ⓶글 구성하기, ⓷4줄 쓰기, 이렇게 세 가지로 정했다.
첫째, 주제(主題)는 글의 주인이다. 글쓴이의 중심 생각이나 핵심 사상이라 부른다.
‘당신 말에서 핵심이 뭐야!’ 장황하거나 설명하려다가 상대편에게 핀잔을 들기에 십상이다. 말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 전달하려는 중심 메시지를 말한다. ‘무엇을 쓸까’라는 글의 주제가 확실해야 출발할 수 있다. 간혹 소재와 혼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소재 가운데에서 주제를 발굴하거나 아예 소재가 주제로 결정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러 소재를 하나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주제이다.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찾으면 제목으로 사용한다.
소재(素材)는 글의 재료다. 글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부합하는 재료 모두를 말한다. 사랑이라는 주제라면, 가족,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동네 사람 등 소재로 가능하다. 음식에 비유하면 음식 재료다. 부대찌개를 끓이려면 햄, 소시지, 라면 등 여러 재료를 넣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적합한 소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조언한다.
둘째, 글 구성하기다. 처음-중간-끝, 혹은 머리말-본론-맺음말 구성을 말한다. 논설문에서 서론-본론-결론으로 부른다. 단순하게 글을 세 덩어리로 구분하여 쓴다는 의미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을 제외하고, 정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라면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설명할 때도 효과적이다. 글머리에 실마리를 제시하고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끝으로 요약하고 정리하면 간단하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문서 대부분이 설명문이나 논설문에 속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넷째, 4줄 쓰기다. ‘주장-이유-근거(사례)-의견’ 순서에 맞춰 한 줄씩 작성한다. OREO글쓰기라는 방법을 권한다. 미국 최고 명문으로 평가하는 하버드대학에서 가르치는 글쓰기 방식으로 알려졌다. 말하거나 글쓰기 모두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전개 방식이다. 처음에는 단어나 구문으로 연습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면 완성된 문장으로 써야 글이 좋아진다. ‘⓵주장하는 문장-⓶이유를 밝히는 문장-⓷근거로 삼는 문장-⓸의견을 제시하는 문장’으로 전개한다. 4줄 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소주제 문장’이기 때문이다. 각 단계에서 작성한 문장 하나가 문단 수준에서는 소주제 역할을 한다. 문단에서 주제문으로 맨 앞에 위치시키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하다.
실제 작성 방법을 알아보려고 영화 한 편을 사례로 가져왔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다. 개봉 53일 만에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해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다수를 거머쥐었다. 출연 배우 송강호(주인공 아버지 역 ‘기택’),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등이 출연한 이른바 기생충 가족의 가난 탈출 고군분투기다. 대한민국 상류층과 하류층 가족이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았다. ‘빈부격차의 양극화’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 간 벌어진 삶의 공간을 코믹하지만 날카롭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