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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Mar 31. 2022

꽃의 노래

언어는 정신 감응이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을 공유한다. 나의 생각과 감정, 느낌과 감각을 언어라는 수단으로 표현한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미, 언어라는 기호가 있기에 우리는 소통할 수 있다. 고대 철학자들의 생각을 2022년에도 읽을 수 있는 문자 언어 덕분이다.


하지만 언어를 쓴다고 생각하는 모든 걸 표현할 수는 없다. 뛰어난 작가나 유명한 연설가도 그렇다. 글이나 말로 본인의 생각을 전부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리고 그건 반대도 마찬가지다. 잘 다듬어진 언어도 아들이는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독자나 청자는 글자에 담긴 의미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비추어 의미를 받아들인다.


20대에 나는 내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했다. 그런 열등감이 있었고 그걸 극복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자존감이 높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자존감이 높은 친구 한 명 있었다. 친구는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말했다. 자존감이 높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 들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다른 들의 반응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게 멋있어 보였다. 그걸 따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깨달았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얼마나 귀중하게 여기는지를 말한다. 타고난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언어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지중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이번 기말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90점이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맞았으니 수학을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100점이 아니니 잘하지 못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같은 상황이지만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에게 다른 언어로 새겨지는 것이다.


나는 후자와 같은 사람이었다. 한때는 모든 면에서 100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0점이 아니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죽을힘을 다하지 않으면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방식이 그랬다. 상적인 기준을 놓고 거기에 나를 맞추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의 단점을 말하는 건 독약이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자꾸 내 단점을 말하 건 자존감이 되려 낮아는 일이었다.


작년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재벌과 결혼 여자 연예인의 결혼 생활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전까지 그녀의 결혼은 화제였. 남편이 중국인 재벌인데 나이도 리고 아이돌 같은 외모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혼 생활은 매주 방송에 나왔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로 드러났다. 남편이 재벌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배우는 방송을 하차했고 람들은  욕했다.


나 역시 그 일을 곱게 보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자존감을 높이겠다고 단점을 말하니는 나의 행동과 관심을 받고 싶어 대중을 속인 여자 연예인, 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두 사건 모두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떤 행동을 했느냐는 달라도 왜 그랬느냐에 대한 답은 하나다. 마음이 가난했던 것이다.


언어와 생각은 상호 작용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하기를 하려고 한다. 나를 아낄 수 있는 말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100점짜리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다. 그걸 알아야 한다.


겸손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다. 오만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행복하기 위한 언어습관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를 긍정하는 언어로 조금 더 행복해지려는 것이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하, 그래서 행복하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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