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중요하다. 면접을 보거나 소개팅을 할 때, 첫 출근을 하거나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날 때, 그런 자리에서는 으레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여러 가지다. 외모를 보기도 하고 얼굴 표정을 보기도 한다. 말하는 투나 걸음걸이를 보는 사람도 있다. 풍기는 분위기나 꾸며진 차림새를 보기도 하며 때로는 명함 한 장이 누군가의 첫인상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해 속에 살아간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한된 정보로 타인을 판단한다. 그가 하는 행동, 그가 말하는 몇 마디로 그 사람을 제단 한다. 몇 가지의 느낌과 몇 번의 인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믿는다. 그게 틀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나쁘게는 선입견을 갖는다. '딱 보면 알아'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게 정답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에게 느낀 첫인상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그걸 그 사람 자체로 여겨 버린다.
사람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고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다.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만의 모습, 그 다운 모습이 있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사람이다. 따뜻하고 정 많은 친구가 돈 앞에서는 야박하기도 하다. 정의감이 투철한 경찰이 집에서는 매정한 가장일 수도 있다. 밤마다 클럽에서 만취하는 사람이 껌 파는 할머니를 동정할 수도 있고, 예의 바르고 일 잘하는 회사 후배의 이상형이 그저 돈만 많은 여자일 수도 있다.
언젠가 TV에서 한 연예 기자가 배우 송강호를 인터뷰했던 이야기를 했다. 송강호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인데, 기자는 송강호에게 연기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떻게 극 중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냐고, 어떻게 연기해야 작중 인물을 실감 나게 연기 수 있냐고 물었다. 송강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이다. 예를 들어(내가 생각하는 예지만), 정의 넘치는 열혈 형사를 연기해도 술만 마시면 길에 노상방뇨를 하는 인물로 만든다는 것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의사지만 자꾸 건망증이 도지는 사람으로 연기한다는 것이다. 극악무도한 깡패여도 집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형사, 누구나 알 수 있는 의사, 똑같아 보이는 깡패도 그들만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살아있는 캐릭터가 된다고 했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우리가 오해하는 그의 모습과 다른 면, 거기서 오는 이질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놀라거나 누군가의 언행에 실망하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이다. 실망은 애초에 기대에 반하는 것이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예상대로만 행동할 거라는 생각은 상상력이 부족한 착각이다. 물론 성격이나 성향이라는 것도 있지만 늘 한결같을 수는 없다. 얌전한 고양이도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각이 굳어진다. 좋게 말하면 주관과 가치관이 생기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세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다. 살아온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보이는 만큼만 본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람은 살아 있다.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눈에 쓰인 검은 선글라스를 벗을 때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얌전한 고양이도 언제든 먼저 부뚜막에 오를 수 있음을 알자. 그걸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