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소문이 빠르다. 얼마 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이 확정되기 전, 후배가 말했다.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사수인 나에게는 미리 말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확정된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도 자기가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났을까,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후배의 이직을 이야기했다. 사수인 나는 알고 있었냐는 물음이었다. 우리 회사의 공장은 지방에 있는데, 업무로 공장 사람들과 통화할 때면 그들도 모두 "000 이직한다며, 다 들었어"라고 했다. 후배의 부탁으로 비밀을 지키던 나인데 여러 사람이 먼저 이야기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하루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분과 출장을 갔다. 통화는 자주 했지만 실제로는 처음 뵙는 분이었다. 만나서 반갑다고 대화를 하는데, 나에게 그랬다.
"너 결혼 준비한다며?"
"네?"
맞는 말이었다. 요새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뵙는 분이 그런 말을 하니까 당황스러웠다. 사적인 대화는 나눈 적이 없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도 아닌데 나의 사생활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회사에서는 소문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왜 이렇게 소문은 빨리 퍼질까. 회사에서 하루 8시간 일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조직에서의 일이라는 건 그 자체로 재미없고, 따분하다. 반면에 일을 하는 중에 들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얘기는 재미있는 화젯거리다. 그런 얘기가 들리면 귀가 쫑긋한다.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그리고 남의 얘기는 자기 얘기보다 말하는 데 부담이 없다. 본인 사정이면 숨기거나 한번 걸렀을 말도 남의 이야기는 별거 아닌냥 말한다. 뉴스에 나오는 연예인 소식 전하듯 한다. 혹시 그게 틀린 정보라도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다. 내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알까 신경 쓰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는 너도 알고 나도 알아도 상관없다. 회사는 생각보다 좁아 그렇게 몇 번만 전달되면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
문제는 말은 항상 와전된다는 것이다. 좀 더 자극적으로 과장하는 사람도 있고 잘 모르면서 틀린 사실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과장되거나 잘못된 사실이 전해지며 말의 고리가 길어지면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되도록 말을 아끼고, 귀를 닫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결혼 준비가 가십이지만 그런 내 이야기에 담긴 서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건 결혼 준비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한 평가,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그런 평판에 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담기기는 어렵다. 과장되고, 왜곡되기 쉽다. 나를 평가하는 그들의 눈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겠지만, 회사에서의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일일이 신경 쓰기는 너무도 피곤하다.
좋은 평판을 듣고 사람 관계를 잘해야 회사 생활에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고 그만한 임금을 받는 것, 그게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다. 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에 마땅한 인간관계를 하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생각해야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만 하고 싶다는 것이다. 혹시 그게 주류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도 할 수 없다. 개인주의적이라고 욕을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다.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회사에 다닐 때 조금 더 의연한 생활이 가능하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회사에서 겪는 부정적인 일들을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다. 말을 아끼고, 귀를 닫자. 회사를 다니는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