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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Sep 04. 2024

자작시

도농리 빨래터

이른 아침마다 커다란 바구니에

식구들 빨래더미 한아름이고 가는 엄마


아침잠 없는 여름매미

덩달아 나게 울어대고  


여섯 살 영이는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쫄래쫄래 엄마 따라 빨래터 간다



엄마는

개울가 아랫목에

바구니 내려놓고   


개울물 가만히 바라보다

울퉁불퉁 아빠 돌,

미끈미끈 엄마 돌,

조막만 한 아기 돌

옹기종기 늦잠 자는 돌무더기 속에서

큼직한 돌 하나 흔들어 깨워오신다  


찬물로 아침 목욕한 돌 위로

철퍼덕 철퍼덕 조물조물  


하얀 아빠 와이셔츠, 기다란 삼촌 작업복,

손바닥만 한 아기 옷까지 말갛게 씻긴다


아침 해가 따갑게 솟아오를 적  

어느새 엄마 등에 달라붙은 매미도 낮잠을 잔다  


가던 길 오종종 되돌아오는 길에

한껏 무거워진 바구니 인, 엄마 등에 땀이 베이고


어느새 우리 집 옥상 위에는

식구들 옷들이 오종종 매달려

하느작하느작 햇살에 얼굴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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