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여전히 고우십니다

우연한 동행

by 문학소녀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할머니

분이 옆에 오시더니

"저 꽃이름이 궁금한데 뭔지 아슈?"

물었다.

"저기 저 진분홍꽃 말이세요?"

"그래요 저기 저 꽃"

"철쭉이에요"

"예전에는 내가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엔 꽃이름도 생각이 잘 안나"

"어르신 저도 그런 걸요"

"아직 그럴 나이로 안 보이는데.."

"아니에요 저도 50이 넘었는걸요"

"난 올해로 78세 유 예전엔 나도

고았다오"

"어르신, 지금도 그 연세보다 젊어 보

이셔요"

할머니가 갑자기 수줍은 듯 웃으

더니

"저 꽃이 더 이쁘고 곱지 다 늙어 빠

늙으니가 뭐 이쁘요?"

"어르신 꽃도 이쁘지만 세상에서 사

람이 제일 이쁘지요"


"고운 아가씨가 말도 참 곱게 하네"

하며 내 손을 잡아 주시고는 쓰담

쓰담 어루만져 주신다.

"어르신 초록불라 이제 건너야

해요"


치과 예약 시간이 다 되어 빠른 걸음

으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빵빵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할머니한테 재촉하

는 것 같았다.

다시 뒤로 가 할머니 보폭에 맞춰서

걷는다.

빵빵대던 차들이 갑자기 덜 시끄럽다.


초록불이 깜빡깜빡거리고 빨간 불로

바뀌기 일보 직전임에도 할머니는

신호등에 반 정도밖에 못 걸어오셨다.


마음 한 구석엔 나 역시도 조급함이 있

었지만 어르신 보폭을 맞추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좌우로 살피고 손을 들고 무사히 할머

니와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꽃보다 처자가 이쁘네! 고마워요"

"아니에요 저도 혼자 서 있으면 심심

했을 텐데 어르신이랑 말동무도 하고

즐거웠는걸요"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만난 할머니,


꽃보다 할머니가 더 고우세요

한마디에 17세 소녀처럼 수줍어

하시고 좋아하시는 할머니셨다.


천천히 할머니와의 보폭을 맞추어

드린 내게, 주머니에서 사탕 한 줌을

꺼내 건네시며 손녀딸 챙기듯 챙겨

주시고는 천천히 가시 할머니의

뒷모습을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았

다.


잘은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꽃을

보고 지난날을 회상했을

젊은 시절 당신의 모습을 추억했을

지도


지금은 나이 들어 끗희끗 해진

머리와 거동이 어려운 팔다리를

속상해했을지도


꽃을 만난 할머니는 꽃이 되고 싶

었나 보다.

꽃의 이름을 물어보며 기억해 주고

싶었나 보다.


50대의 나를 보며, 당신 따님이

생각나셨나 보다.

손녀딸 생각도 났을지 모른다.


사탕 한 움큼 한 손에 쥐어 주며

해맑게 미소 짓고는 뒤돌아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할머니의 모습이

내 모습일 수도 있고

지금의 내 모습이 오래전 할머니

모습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든다.


나도 20대에는,

이렇게 금방 50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냥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고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50이 훌쩍

넘어서 살고 있다.


그 그리움으로 꽃을 바라보고

계셨던 게 아닐까...


어제 해도

이쁜 꽃들을 하나,하나

기억며 살아 오셨을 당신이


오늘은 너를 보고도

내 이름 기억이 안나

속상하셨을 그녀였을 것이다.


모르는 처자에게

너를 기억해 주고 싶어서

이름을 물어 보셨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그녀는

그 누구보다 고운 사람이였다.


집에 와서 식탁 위에 사탕 한 움큼

올려두니 애아빠가 묻는다.


"자기, 사탕 안 좋아하잖아? 웬

사탕은 그리 많이 사 왔어?"


"이쁜 할머니가 나 이쁘다고

주셔서 받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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