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받을 때 기억하면 좋다
우리 딸이 얼마 전 중국에 충장을 가서 상대방에게 저녁 식사 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술 문화가 달라 상당히 불편했던 것 같다. 중국의 술 문화는 기성세대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데 젊은이들에게는 문화 차이가 큰 모양이다. 그래서 다들 아시겠지만 한번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에서는 술과 식사는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난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량을 계산해서 식사 시간을 기반으로 적절히 분배를 해두는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손님 대접은 상대방이 평소 이상의 주량을 소화해 주어야 접대에 성공한 것이 되니 중국 분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식사 장소는 대개 원탁이 되는데 여기에 자리를 잡는 것부터 조금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우선 테이블 위에 냅킨이 뾰족한 모양으로 삐죽하게 접힌 자리가 있으면 그곳이 바로 주빈의 자리이므로 손님은 한두 번 사양한 후 그 자리에 앉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빈 냅킨 옆에 초대자 대표 자리를 비슷한 모양으로 냅킨을 접어 표시해 두기도 한다. 모두 사람들이 실수하여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 한 조치들이다. 윗 사람을 보시고 온 사람의 경우 이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
중국의 식사는 먼저 찬 요리부터 시작이 되는데 이 찬 요리부터 음주가 시작이 된다. 중국 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하도록 하자. 먼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절대 자기가 혼자 술을 마시면 안 된다. 꼭 누군가가 권할 때만 마셔야 한다. 그래서 자기가 마시고 싶을 때에도 누군가를 청해서 함께 마셔야 한다.
이 관례는 상당히 합리적인데 어떤 사람이 좀 취했다 싶으면 상대방이 술을 거절한다. 그러면 이 사람도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조금 쉬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눈에 안 띄게 서로 페이스 조절을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룰을 어기고 자기가 마구 술을 마신다거나 주량을 통제 못해서 취해서 주사를 부리는 경우 중국인 사회에서는 아주 엄중한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아마 이후 다시는 아무도 그 사람과 식사나 술을 하지 않기가 쉽다. 관계 사회인 중국에서 이러한 경우를 당하는 것은 매우 큰 타격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런 습관이 없으므로 무의식적으로 자기 앞의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맞은 편의 중국 사람이 황급하게 자기 술잔을 들어 인사를 하며 마시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실수를 커버해 주기 위한 배려이다. 그러나 이런 예절을 잘 모르는 한국 분들이 오해햐여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술을 급하게 마셔? 못난 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상대의 문화를 모르는데서 오는 오해이다.
반대로 우리 측이 상대방에게 술을 마시자고 청하지 않으면 상대가 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가 없다. 이런 경우도 예의에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술자리 매너는 자꾸 상대방에게 술을 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량이 안되면 다 마실 필요가 없다. 물론 상대는 자꾸 괜찮다며 마시라고 하지만 다 분위기 띄우는 것이지 취하도록 마시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오해해서 자꾸 받아 마시면 실수하기 쉽다.
상대방이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은 상대방이 어느 정도 취했는지 항상 보아가며 술을 권하기 때문에 술이 과해서 조금 쉬겠다고 하면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정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한 모금만 마시겠다며 '쉐의이(随意, 마시고 싶은 만큼만)라고 하면 된다. 가끔 건배를 해야 한다면 다 마시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런 경우 상대가 매너가 없는 것이다.
'건배'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소위 '깐빠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건배(干杯)로서 술잔을 마르게 한다는 뜻으로 다 마셔버리는 것, 우리 식으로 '원 샷'에 해당된다. 건배는 중국의 술자리에서 자주 나오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만나서 식사와 모임을 시작할 때 삼배를 건배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폭탄주 만드는 법이 여러 가지 있듯이 건배의 상황이나 방법도 여러 가지를 만들어서 즐기기도 한다. 중국의 각 지방마다 건배 관습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다 같이 삼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일부 술을 많이 마시는 지역, 예를 들어 동북 삼성 지역이나 산동 지역에서는 각 사람마다 삼배를 해야 하기도 한다. 즉 다섯 사람과 술을 마시나다면 한 사람마다 삼배를 건배해서 열다섯 잔을 연거푸 건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시다가는 인사불성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첨잔을 하거나 자기가 자기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을 매너가 아닌 것으로 취급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조금 마시고 내려놓으면 종업원이 첨잔을 해서 항상 가득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니 놀랄 것 없다. 그리고 자기 잔은 자기가 따라서 마시는 것도 예의에 벗어난 것이 아니다. 백주와 같이 독한 술의 경우에는 사람마다 조그만 용기에 나누어 주어 각자 알아서 따라 마시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 참고 바란다.
술을 거나하게 하고 분위기가 달아올라서 기분이 좋다고 해서 식사 자리가 파하는데 계속 술을 마시려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야 말로 정말 진상이다. 자리가 파할 분위기가 되면 손님은 자꾸 이제 그만 이제 그만하고 주인은 조금 더 조검 더 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의 관례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되면 알아서 일어나냐 한다. 주인이 이제 그만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님으로 온 당신이 오늘 정말 고맙다고 수 차례 이야기하고 정말 평생에 경험 못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공치사해가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너무너무 더 마시고 더 먹고 싶지만 배는 불러서 남산만 하고 술은 가득 차서 들어갈 곳이 없는 데다가 내일 일은 밀려 있으니 오늘은 그만 하시죠 하며 정중하게 인사하면 이제 자리는 파하게 된다.
중국의 술자리는 서로가 감정을 돈독하게 하는 자리이다. 술과 음식은 곁드는 것일 뿐 서로 배려하는 우의에 가득 찬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중국은 평등의 가치가 중요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상대방 높은 사람만 집중해서 같이 온 사람들을 소홀하게 대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들이 범하기 쉬운 대표적인 결례이다. 꼭 상대방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관심과 우의를 보여서 누구 한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 아닌, 상대방 그룹 전체에게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