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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r 19. 2020

타이완 해협의 양안 갈등

실상은 미중 갈등이다

지난달 중국 하이난 산야의 잠수함 부대에서 코로나 감염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최소한 1척의 잠수함 승무원에게서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타이완의 민진당 국회의원 왕 딩위(王定宇)에 따르면 이때부터 이미 중국 전략 핵잠 부대의 모든 훈련이 중지되었다고 한다. 동시에 두 척의 핵잠수함 생산이 가능한 발해 중공업(渤海重工)도 멈춰 섰다. 역시 코로나 19의 감염 때문이라고 한다. 


2월 9일 코로나 19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轰-6 폭격기가 타이완 해협을 비행하였다. 언제나의 위협 비행이지만 타이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2월 10일에는 歼-11이  타이완 해협의 분계선을 침범하여 타이완 영공을 넘어왔다. 물론 타이완과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타이완에 대한 위협을 중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2월 13일 미군의 B52와 전자전기가 쌍을 이루어 타이완 해협을 비행하였는데 이렇게 폭격기와 전자전기가 함께 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리고는 2월 15일 핵항모 루스벨트 호가 Bashi Channel을 통과 북으로 향했다. 동시에 경항모 아메리카가 타이완의 외해를 순항하였다. 중국으로서는 꽤나 위협감을 느꼈을 일이다. 중국은 전투기를 발진, 미군 함대에 접근하였고 이에 타이완의 대응 요격을 발진, 양측의 전투기가 상호 대치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2월 18일에는 미군의 EP-3 정찰기가 2월 12일 오키나와에서 발진 합류하였고 MC-130도 발진하였다.  양측 공군기들은 경고 및 대응 통신을 하였다. 2월 28일 중국의 공군기가 다시 타이완을 비행하는 도발을 하였다. 양측이 일종의 기싸움을 한 셈이다.

MC-130에서 낙하하고 있다

그리고는 3월 4일 미국 하원에서 '타이베이 법안(Taipe Act)'이 통과했다. 그리고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을 하였다. 지난 1, 2년간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이제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미 의회가 지금까지 중국을 압박해온 기타 법안과는 달리 타이베이 법안은 정치적인 의미가 많이 다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에 있어서보다 중국에 있어서 크게 다르다. 이 법안은 상원 통과를 해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법안의 내용도 조금은 모호한 것이 많다. 아마도 법안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행위임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타이베이 법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미 하원의 홈페이지에서 법안 내용을 찾아보면 우선 본 법안은 Cory Gardner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공격에는 빠지지 않는 Marco Rubio 의원도 발의 의원 리스트에 보인다.  

Senator Cory Gardner

본 법안은 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타이완의 국제적 보호 및 강화 동맹 법안 발의' 정도로 번역될 것 같다. 미국의 타이완 관련법은 과거 1979년 미국이 중화민국과의 외교 관계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을 때 중국의 침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소위 타이완 통행법을 통하여 미국이 타이완과의 정치, 경제, 안보 방면의 협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다시 확인되었고 미국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들이 본 법에 따라 타이완 여행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번의 타이베이 법안이 예고되었는데 사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미국이 타이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써 타이완을 지렛대로 쓰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하다. 따라서 미 의회의 법안은 단번에 핵심을 찌르는 법안이 아니라 법안이 하나 발의되고,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한 후 다시 뒤를 잇는 법안이 발의되고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모든 프로세스를 지나면 점점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는 양상을 띄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중국을 겨냥한 미 의회의 법안에 대한 뉴스를 듣게 되고 연이어 중국 정부의 '결연히 반대한다'라는 목소리를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상이 다름 아닌 중국의 21세기 전략의 최대 목적인 타이완이고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서 공공연하게 중국의 유일 정권 지위를 부정하는 행동을 취한 것이다. 이 법안은 미국으로 하여금 타이완이 세계 각국과 보다 개선된 외교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과 이를 위하여 제3 국에게 미국이 가진 외교적 역량을 사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러한 역량에는 미국이 제3 국에 지원하는 수준을 증가 또는 감소하는 수단을 포함하여 2018년 제출된 Taiwan International Participation Act of 2018 내요을 계승하여 타이완이 여러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게끔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결국 미국은 자신들은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타이완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것이며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타이완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셈이다.


미 국회의사당

중국의 반응은 매우 격렬하다. 신장 위구르 인권법 같은 법안이 통과될 때만 해도 중국의 반응은 '내정 간섭하지 마라'였다. 어떤 의미로는 더 공격적인 내용임에도 중국의 반응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은 미중 간의 갈등을 키우고 싶지 않았거니와 미국의 법안이 중국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가 어려웠던 이유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타이완 관련 법은 다르다. 타이완과 다른 나라 간의 외교 관계 증진을 미국이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 상 중국의 직접적인 적을 양성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그리고 중국에게는 타이완의 통합이야말로 국가 전략 목표이며 시진핑 주석의 위대한 중국몽의 결정체이다.


친미 반중의 기치를 높이 든 타이완의 민진당 정부에게 미국 의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너무나 기쁜 일이다. 그리고 미중 간의 갈등은 중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주장해온 국민당에게 패배를 안겼고 타이완 독립을 주장해온 차이잉원 총통에게 재선을, 그것도 타이완 대선 사상 최대의 표차로 안겨 주었다. 그렇지만 옆에서 사태를 관망해 온 필자에게는 이도 저도 모두 타이완 국민들의 뜻이라기보다는 강대국과 자기들의 주장을 우선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로 보여 과연 이것이 타이완의 미래를 위한 길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민진당 국회의원 왕 딩위(王定宇)

이러한 미국의 타이베이 법 통과에 따른 중국의 대응을 살펴보자. 우선 중국은 미국의 타이베이 법에 대해 줄곧 '강력하게 반대'하였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미국에 있음'을 계속 소리 높여 왔는데 상원과 대통령의 동의를 남겨 주고 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시간의 문제일 뿐 조만간 타이베이 법안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고 해서 미국이 타이베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비현실적인 일이며 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간 것은 아마도 국내 정치용일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민심이 흉흉하니 말이다. 안의 모순을 밖으로 분출시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모든 정권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3월  10일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맥캠벨함(McCampbell·DDG 85)이 남중국해로 항행하였다. 중국은 주권 침략이라며 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13일 미국의 경항모 아메리카가 다시 해역에 나타났는데 Gabrielle Giffords를 대동하였다. Gabrielle Giffords는 연안 작전이 가능한 스텔스 함이다. 중국이 긴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해서 13일 연합 훈련이 벌어졌다. 중국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15일에 uss green bay를 대동한 핵항모 루스벨트가 훈련에 참가한다.  함재기로 탑재된 F35B들의 기동은 물론이고 루스벨트는 급속 반전을 해가며 무력을 과시하였다. 항모의 급속 반전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과시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Gabrielle Giffords의 미사일 발사 모습

중국의 현재 처지는 미국에 당하고 그대로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3월 15일 저녁 7시가 넘어서 중국은 1차, 2차, 3차 연이어 군용기를 타이완의 사남 해역으로 발진시켰다.  조기경보기, 전투기, 호위기, 폭격기 등이 모두 포함된 구성으로 여차하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타이완은 즉시 F-16 IDF를 빌진 시켰다. 중국 공군은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에는 타이완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였다. 양측이 대치한 가운데 결국 중국 공군은 기수를 돌려 물러났다. 이 상황에 동원된 중국 공군의 항공기 수는 지난 십수 년 이래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왕 딩위는 이번 사건의 특징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야간에 중국 공군이 대규모 도발을 한 것은 보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고 타이완의 방공 식별 구역을 침범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같은 시간에 중국 국경 기타 국가와의 접경에서도 소규모의 공군 활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로 여러 면에서 복잡한 상황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어째서 타이완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어서까지 동시에 양동 작전을 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단지 타이완 법 하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미중 간의 갈등과 기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압력을 점증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타이완의 민진당이나 차이잉원 총통의 입장에서도 양안 사이의 갈등은 미국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한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서로 밀치며 싸우는 것은 미중인데 군사적 위협을 받는 것은 타이완이라는 사실은 어쩐지 우리나라의 형편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거니와 당분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양측 모두 대외적인 갈등에 있어 물러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런 상황들이 정작 타이완 국민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필자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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