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다.
얼마 전 홍콩의 위성 TV 여기자 왕요우요우(王又又)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프레스 미팅에서 중국 관영 매체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요, 저는 홍콩을 위해 일합니다.「No, I'm working for HK(不是,我是來自香港媒體)」"라고 대답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는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역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럴까? 보수 우파 젊은이를 대변하는 Charlie Kirk 같은 사람(미국의 이준석이라고 보면 된다)의 시각에서는 '베이징 정부가 공산당 정책을 해외에 선전하는 방송 채널'로 보이는 HK Phoenix TV(凤凰卫视)가 말이다.
또 하나는 당시 질의응답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 반중 인사인 장티엔량(章天亮) 교수는 이 문답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했는데 필자도 공감하는 바이다. 장티엔량은 교수는 역사문화학자이며 시사평론인으로서 New York Fei Tian College의 교수이다. 이 Fei Tian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紐約飛天大學”인에 하늘을 난다는 의미로 파룬궁과의 접점을 시사한다.
아무튼 먼저 이날의 대화 내용을 되짚어 보면 왕요우요우가 질문한 것은 "미국은 중국과 협력하여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해결할 의사가 있는가?"였다. 그리고 이 질문에는 몇 가지 외교적인 배경이 있다. 우선 진 미 국무부 장관이었던 핸리 키신저가 '미중이 잠시 분쟁을 멈추고 코로나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에 이어 주미 대사인 최이티엔카이(崔天凯)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하여 미중이 협력해야 한다는 글을 발표하였다.
https://www.nytimes.com/2020/04/05/opinion/coronavirus-china-us.html?searchResultPosition=1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 Morgan Ortagus는 협력 좋으니 함께 코로나 19가 어떻게 중국에서 발원했는지, 시민들의 자유 언론을 허용해서 조사해보자라며 비아냥을 했다.
여기에 요즘 날이 갈수록 발언 패턴이 한국 일부 여성 국회 위원들의 자극적인 발언들을 연상케 하는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华春莹) 대변인이 트위트를 날려 morgan ortagus를 반박했는데 그 내용이 또 볼 만하다. 중국에 와서 아무나 붙잡고 자유롭게 이야기해보라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내에서도 최근 극단적이 되어 가는 외교부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최이티엔카이와 중국 외교부 발언 사이에는 간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중 간의 날 선 소통은 중국에 오래 살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중국의 입장이 아주 분명하게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보다는 과거와 같이 협력하여 경제적 혜택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국몽'을 내세우며 자국 주의 , 민족주의, 그리고 위대한 중국을 외쳐온 입장에서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미국에 머리를 숙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날 선 발언을 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미엔즈(面子)'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전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대중 강경이지만 국가 서열 2위인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보면 더 적대적이다. 국가 서열 3위인 민주당의 하원 의원장 낸시 팔로시는 천안문 사건 때 중국에서 구류까지 당했던 수십 년에 걸친 반중 인물이다. 국가 서열 4위인 상원 부의장 Martha McSally 위원 같은 경우 최초의 여성 공군 전투비행사로 이라크 전에 A10 편대장으로서 참전한 바 있는 강경 인물이다. 국무부 장관인 폼페이오는 CIA 출신으로 중국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능통하고 이미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세력 진출을 예상하고 이를 저지하여야 한다는 전략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부보좌관인 매튜 포팅어(Matthew Pottinger) 역시 중국에서 로이터의 기자 생활을 하다가 권위주의 정권에 생각한 바 있어 해병대에 입대하여 장교로 근무한 사람으로 매우 유창한 중국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입대하는 사람은 보았어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입대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중국에 온유하고 부드러운 화해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한번 짚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 장티엔량의 지적이다. 그는 왕요우요우의 질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에 주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은 2, 3개월 후에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은 중국이 우리를 도와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다. 그들이 우리를 돕기를 바라지만 안 도와도 상관없다."
라고 말이다.
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을 장티엔량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기 전에 중국이 이행해야 하는 일들, 예를 들어 미중 무역 협상안의 이행 같은 것들을 먼저 취하도록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중국에 대하여 코로나 19 관련 배상을 요구한다던지 하면 중국은 미중 무역 협상 합의안과 연계하여 조건을 걸거나 이행을 지연 또는 거부할 수 있다. 그래서 장티엔량은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중국에서 받을 것을 다 받은 후에 중국에 대한 배상 요구 등을 할 생각이라고 추측한다.
필자는 장티엔량의 이러한 지적은 상당히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생각한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금은 중국에 보복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과도 일관된다고 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지금'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을 경우 그럼 '언제'라는 것이 중요해 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 3개월 후'라는 단어도 무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은 대체로 미 대선이 시작되는 시기와 겹친다. 영어로 'in a few month;라고 하면 대체로 '2, 3개월 지나고 나서'의 의미이므로 6,7월이 지난 시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이 11월에 시작된다. 즉, 필자가 보기에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 중국 조치를 8, 9월 정도에 시작하고 11월에 시작되는 대선의 레버리지로 삼으려 한다고 보인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대미지가 심할수록 아주 강경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환경이 준비되어 있다고 본다.
지난주 타이완 해협에서는 또다시 중국의 공군 편대가 타이완을 위협하는 비행을 하였고 항모 랴오닝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은 미 태평항 함대의 항공모함 4척이 코로나 사태로 모두 괌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중국 측이 시험 비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항모 루스벨트의 함장이 코로나 발병 사실을 누출했다는 이유로 면직되었는데 슬그머니 4척의 항모가 모두 괌으로 귀항한 사실을 미국이 흘린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필자는 이를 항모 4척이 모두 코로나 발병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고 항모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 없도록 미국이 역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를 명분으로 미 정부는 전세게에 있는 미국인들을 돌아오도록 하고 있다. 그것도 "NOW!"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말이다. 이 모든 정황이 언제 미중이 무력 충돌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주 타이완의 대사관 역할을 하는 AIT의 인사들이 타이완에게 전쟁 충돌 가능성을 고려하라던가, 가구에 총기류를 준비해야 된다던가 하는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안팎으로 압력을 받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타이완을 축으로 미중 간에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중국에 가장 근접 거리에 있는 한반도 내 다수의 미군 기지들도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충돌 가능성을 좋아라 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는 사람들은 이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