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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pr 15. 2020

새로운 혁신을 기다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 방식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몇 가지 산업 정책을 발표하였다. 먼저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관련 산업의 자립화를 도모한 다는 내용이었고 그리고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하여 기회 산업을 발굴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기회 산업으로 적시된 것은 비대면 산업과 바이오산업이었다. 필자로서는 문 대통령이 필자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정책을 발표해 주었기 때문에 몹시 기뻤다.


지금까지 여러 편의 글들을 써내려 오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네오파시즘 같은 20세기의 망령과도 싸우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진정한 21세기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기며 이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완전히 변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래서 무엇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는 데 있다. 필자는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속 찾아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찾은 의견들은 대체로 가벼운 느낌이다. 보다 깊은 내공과 숙고 끝에 큰 인물이 내놓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이 조만간 나올 것을 기대한다.

2020년 들어 중국 자동차 판매는 80%가 격감하였다

그때까지는 단편적인 정보, 단편적인 견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겠다. 우선 예상 가능한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 세계의 비즈니스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고 유지도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 자동차의 수익이 28.9%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아마 실제 수익 감소는 더 클 수도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로도 매출이 40%가 격감하고 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31일 통화 정책을 발표하며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한 3 가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원래 폐지하기로 되어 있었던 신에너지 자동차에 주는 보조금 제도와 베이징 상하이 등 도시에서의 차량 특별 허가 제도를 2년간 더 연장한다는 것, 두 번째로  노후 차량 등의 폐차를 지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중고차 판매에 대해 감세 조치를 한느 것 등이다. 이번 발표는 지방 정부의 프로젝트 채권 발행 들을 포함하여 기업 신용 대출 지원 등 3조 위안에 이르는 지원책인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서 과거 발상의 연장선 상에 있고  Mohamed El-Erian이 지적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전에는 무슨 정책을 써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 한다. 

Michael Levitt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상황의 호전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치고 나가야 함을 시사한다. 물론 얼나 지나지 않아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이스라엘의 노벨상 수상자인 Michael Levitt는 이번 바이러스의 감염 패턴을 분석하여 수개월 후면 상황이 종식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이번 감염 경향을 예측해 맞추어 주목을 받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데이터가 중국 정부의 데이터라는 것을 고려할 때 100% 믿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https://www.jpost.com/health-science/israeli-nobel-laureate-coronavirus-spread-is-slowing-621145?fbclid=IwAR18nD1gFhRsgOYHI5Gg_myETGbuGY6Vkgq4h1e3_0Emx6j0-lKJ1u09INg


결국 우리는 낙관론에 기대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대책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발표는 그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렇게 내일로 나아가는 추진을 하기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구태를 모두 코로나 19라는 쓰나미에 흘려보내고 새로운 혁신을 보고 싶은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우리 일상생활은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 가정, 기업 모두 바라보는 내일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바이오산업은 일차적으로 누구나 예상한 일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여 한국은 물론 세계를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거니와 쇄도하는 요청에 응하기에 바쁜 그야말로 황금 같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대면 산업의 발굴 또한 IT 강국으로 선 대한민국의 여건을 기반으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갈 수 있는 산업으로 보이니 이 또한 매우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과 석학,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후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기존의 세계와는 달라질 것을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또한 이런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바이오산업, 비대면 산업, 이런 발상은 전형적인 20세기형 사고방식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인지 확실하게 실체가 잡히지는 않으나 무엇인가 꼭 필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를 안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들을 (정리가 안 되는 관계로) 중언부언 열거해 보고자 한다.  


우선 4월 12일 자 러시아의 타스 통신에 게재된 내용을 소개하면 코로나 19 사태로 집안에 자가 격리가 되자 부부 금실이 좋은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부부가 서로 충돌하는 가정들이 늘어난 모양이다. 이 기사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자가 격리 후 도산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바깥 일도 되는 법이어서 향후의 나날들을 얕잡아 봐서는 안될 것 같다. 

https://tass.com/society/1143589

 가장 근본적인 말을 설파한 사람은 저명한 학자, 워싱턴 DC 조지 타운 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인 Deborah Frances Tannen (1945년 6월 생)이다. 그는 앞으로 '꼭 만나야 되나를 묻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의 SCMP도 한발 늦게나마 코로나 19가 앞으로의 시대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영원히  바꿀 같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사태가 진정되면 과거의 습관적인 생활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고 비교적 수용이 쉬운 온라인 교육이나 재택근무 같은 것을 수용이 것 같다고 보았다.

https://www.scmp.com/news/china/society/article/3079655/video-talking-solitary-walking-how-much-covid-19s-social?utm_medium=email&utm_source=mailchimp&utm_campaign=enlz-scmp_international&utm_content=20200414&MCUID=29d24e22fa&MCCampaignID=10279cae5b&MCAccountID=3775521f5f542047246d9c827&tc=7

Deborah Frances Tannen 교수의 말은 앞으로 우리가 적어도 집을 떠나려면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하는 비대면 사회의 산업이라는 것의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블룸버그에서 보도하였듯이 선진국들의 경제가 35%나 줄어들 것으로 보이니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그 '비대면 사회 산업'이 오기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가 당장의 문제이지 않을까.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4-14/goldman-sees-advanced-economies-shrinking-35-amid-pandemic?srnd=next-china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비대면 산업'은 누구나 즉시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어울리고 싶어 하며 서로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평면적인 스크린을 통한 통신으로 이런 것들이 만족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재택근무를 미친 짓이라고 했다고 한다. 열띤 토론, 논쟁, 우연한 만남,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촉발하는 그런 시너지가 일어나야 진정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저 2차원 화면 속에서의 통신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과거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이제 더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하지 않는다. IBM 같은 경우를 예를 들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시킨 일만 한다'는 것이다.


Vassar College 총장이며 글로벌 보건학 학자인 Elizabeth Bradley는 이제 '가상현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타스 통신의 보도 내용이나 과거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경험은 비대면의 일상화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언론인 및 문화 비평가인 Virginia Heffernan는 '습관을 깨라'라고 일갈했다. 그녀는 New York Times의 스태프 라이터, TV 비평가, 잡지 칼럼니스트, 오피니언 라이터로 일했다. 확실히 코로나 이전 시대의 사고방식의 연장선 상에는 답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오히려 구체적인 예상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답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한 미국의 작가, 언론인 및 운동가인 Jonathan Charles Rauch의 말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동성애자인 그는 과거 동성애자들이 AIDS 시대에 겪었던 일들을 회고하며 사람들은 무엇인가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온라인 거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Reason magazine의 편집장 Katherine Mangu-Ward의 글을 보며 무엇인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정작 재택근무를 해 보니 그동안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되는 이유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사실은 문제가 안되더라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녀의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즉, 스티브 잡스처럼 무엇인가 창의력을 내는 데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영감의 인터액션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Katherine Mangu-Ward처럼 타인과는 느슨한 연결이 있으며 주로 자기 내면세계의 성찰을 통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효율을 올린다. 그리고 주어진 일만 하거나 하고 싶은 사람들은 당연히 재택근무는 이상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타스 통신이 말하는 것처럼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 말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중국인이 본 포스트 코로나'에서 처럼 보다 안락한 집을 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chulrhee/344


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양식을 예상하거나 또는 이끌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같은 기술에 기반한 사고가 아니라 오히려 인문학에 기반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교수 Mary Frances Berry가 말했듯이 대면 생활이 극도로 억제된다면 '기분 전환을 갈망하는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Alexandra Lange(뉴욕에 기반을 둔 Curbed의 건축 및 디자인 비평가이자 작가)처럼 센트럴 파크가 있는 뉴요커라면 '공원이 다시 부각되는 시대'를 꿈꿀 것이다. 


금슬 좋은 부부와 화목한 가정이 전제된다면 Yale University의 Chester D Tripp 역사 교수 aul H. Freedman이 말한 것처럼 '외식보다 요리를 하는 시대'가 배달의 민족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2의 백종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실망하겠지만 말이다. 또 인류가 커다란 위기를 겪고 나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Sonia Shah가 전망하듯이 '새로운 베이비붐, 새로운 공동체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어두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인 Theda Skocpol는 "격차가 더 커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 자본, 그리고 IT 스킬을 쌓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은 결국 새로운 시대에의 적응에 완전히 배제될 것이고 이는 기회를 부여받은 아이들과 못 받은 아이들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선진국에서는 의무 교육을 통하여 이를 개선하겠지만 개발도상국,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충격을 받은 국가의 아동들은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결국 어떤 미래가 될 것인가는 우리가 오늘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로 여겨졌던 정치가, 법률가, 군인, 자본가 등의 영향력은 이제 전 같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지역 공동체 안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져오는 많은 위험과 싸우는 새로운 전사들이 점점 더 부각될 것이다. 바로 의사, 간호원, 소방관, 교사, 택배 기사 같은 사람들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사람들의 분투 없이는 일상을 영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행동하게 하는 것은  Villanova University 대학의 Mark Lawrence Schrad가 지적했듯이 '애국심의 변화'일 것이다. 새로운 애국심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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