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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12. 2020

중국 5월 통계와 노점상 경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갈등

중국 정부의 5월분 통계가 발표되었다. 먼저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물가는 동기 대비 2.4% 상승하였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3% 정도의 물가 상승을 가져가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라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3개월 연속 물가가 전월 대비 내려가고 있는 것은 시장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향이 계속된다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분야별 통계를 보면 식품 가격은 8.5% 상승으로 아직도 고공 행진 중이다. 아프리카 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통 통신비는 유가도 낮아졌고 리커창 총리의 정책으로 통신비도 낮아져서 이 분야는 -5.1%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기업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공장 출고 가격, 즉 PPI의 동향을 보면 춘절 이후 계속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사실 1월에 0%에 도달했을 뿐이며 지난 2019년 6월 이후 지금까지 계속이다.

이것은 공업 생산의 수요 위축이 완전히 굳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 정부나 차이신 PMI는 모두 50을 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만일 PMI가 정말 50을 넘는다면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공장 출고 가격이 낮아진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공업 생산자 구매 가격 쪽을 보아도 2019년 5월 이래 동기 대비, 전월 대비 모두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3개월에 오면서 동기 대비 하락폭이 더 큰 낙차를 보인다. 결국 구매를 해 주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가 대규모 적자 예산과 특별 국채를 발행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다시 생산 자원 가격과 생활 자원 가격으로 나누어 보면 그 차이가 완연한데 생활 물품의 경우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반면 공업 생산 가격 쪽이 주로 하락 폭이 크다. 생산 자원의 경우 그 하락 폭이 -5.1%에 달하는 반면 생활 자원의 경우 -0/3%에 그치고 있다.

결국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연료 에너지로 15.5% 하락, 화공 원료가 10.3% 하락, 그리고 유색 금속이 5.5% 하락, 흑색 금속이 2.7% 하락, 농업 부산품이 5.9% 하락, 건축 자재 등은 0.4% 하락에 불과하다. 특히 에너지나 화공 원료의 경우 10% 이상의 가격 하락을 보였는데 이렇게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성에는 엄청난 대미지를 줄 것이 틀림없다. 이런 에너지며 자재류는 중국의 경우 대부분 국유기업이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국유 기업의 경영 악화가 진행 중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 그림과 같이 중국의 산업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어 판단을 어렵게 한다. 위 그림은 중국의 금속 재고가 연초에서 시작하여 증가하다가 3월 말을 정점으로 하고는 감소하고 있다.(본 정보를 제공해준 윤대원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 두 가지 데이터가 모두 정확하다는 전제로 해석한다면 5월 말까지 금속 재고는 가격을 낮추어 판매를 한 것이고 이제부터는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을 인정한다면 향후 이런 금속 재료를 포함하여 생산과 수입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금속 관련 리서치 기관인 安泰科(Antaike)의 2020년 2월의 발표에 따르면 구리의 경우 2019년 대비 수입이 12.7%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 기관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금속 소비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http://www.tradeinvest.cn/information/5314/detail


결국 중국의 민간 경제도 어렵지만 기업의 어려움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필자의 구독자 분들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중국 내수 기업의 경우에는 그런대로 버키고 있지만 수출 기업의 경우 어려움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극복을 위하여 중국 정부는 대규모 정책 자금을 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특권층의 주머니로만 흘러들어 가는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중화권 미디어에 의하면 빅 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중국 정부가 이번에 공급하고 있는 정책 자금이 이미 일부 상장 회사에 의하여 주식 시장 등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부 돈을 가져다가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중화권 미디어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일부 예산을 성정부에게 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현 정부에게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 정부의 재정 악화로 기존의 관례대로 성정부에 예산을 하달하면 현 정부로는 하달이 되지 않고 성 정부에서 소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많은 현 정부 이하 단위의 지방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의 급여 조차 지급을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방 11개 성에 호우 피해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지만 중국 관영 미디어에는 보도조차 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호우에 대응하여 지방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급여조차 지불한 재정 능력이 없는 지방 단위 조직이 무슨 동원 가능 수단이 있겠는가 말이다.

이 상황에서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생계를 위하여 노점상을 시작하여 화제이다. 소위 돗자리 경제 또는 장마당 경제(地毯经济)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 노점상 경제를 독려했다.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점상 활성화로 노점용 차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수 일 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먼저 베이징 시 서기 차이치(蔡奇)가 베이징에 노점상 경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세계 속의 중국을 대표하는 베이징 거리에 노점상이 벌려지는 것은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청관(城管)들에 의한 단속이 시행되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일선 도시에 노점상 경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이징 시 서기 차이치(蔡奇)

차이치 서기는 자타 공인의 시진핑 주석의 심복이다. 그리고 중국의 언론 미디어는 시진핑의 책사라는 왕후닝에 의해 움직인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시진핑 그룹, 즉 시가군(习家军)이 리커창 총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파다하게 중화권에 퍼졌다. 그러면 시진핑 그룹은 왜 리커창을 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노점 경제를 문제 삼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많은 것은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기자 발표회에서 발언한 '6억 중국인의 월 소득 1천 위안'이 시진핑 주석이 사실화하고 싶어 하는 '샤오캉 사회 건설 완료'에 반대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속선 상에서 노점상 경제를 지지하는 것은 '샤오캉 사회'나 '빈민 구제'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입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해석이 사실이라면 중국 인민의 고통이나 문제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더 앞선다는 뜻이 된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리커창 총리는 제외되었었다.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리커창 총리의 '우한 즉각 봉쇄' 같은 판단을 시주석 그룹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연초의 상무위원회에서는 '거시 경제 지표는 달성되어야 한다'며 리커창 총리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민심이 시 주석의 여러 과오로 인하여 리커창 총리 쪽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시 주석 그룹이 더 동요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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