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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8. 2020

중국, 전시 체계인가 아니면 공유 경제 회귀인가?

중국 중앙반공청이 지난 9월 15일 신시대 민영 경제 통전 공작에 관한 의견(关于加强新时代民营经济统战工作的意见)을 공포하였다. 각 지방 정부 및 각 부처에서 협력하여 실질적이고 철저하게 실행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https://dy.163.com/article/FMKUO2ND0514R9OJ.html

이 의견은 어떤 내용인가? 우선 '민영 경제 통전'이라는 말이 낯설다. '통전'이라는 말은 '통일 전선'의 준말이다.  영어로는 “UNITED FRONT”라고 표현한다. 통일 전선은 다름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외부 세력과 힘을 합쳐서 싸우고자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같이 나가서 싸우자 라는 말이다.

http://www.china.com.cn/guoqing/2014-10/11/content_33731468.htm

그런데 민영 경제에 대한 통일 전선은 무슨 의미인가? 일단 공산주의는 공유제 경제를 그 기초로 하기 때문에 민영 경제, 즉 사유화 경제는 공유제 경제와는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것은 '계획 경제'의 기제를 '시장 경제' 기제로 바꾸어 놓은 등소평 이론을 도입하고 있다. 이 시장 경제 기제 도입으로 중국 경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는데 그 주된 주체는 민영 기업이라는 것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 경제는 사유제 경제이며 중국에서의 민간 기업의 괄목할 성장은 사유제 경제의 규모가 공유제 경제의 규모를 압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나치게 성장한 민간 경제는 중국 공산당 내의 좌파에게 민간 경제가 공유제 경제를 압도하면서 중국의 공산주의 체계에 대한 위협감을 주어 왔다. 이번 의견에서 3 가지 주요 의의를 표방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1. 민영 경제 통전 강화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구현하는 중요 방식이다.

2. 민영 경제 통전 강화를 통하여 민영 경제인들이 개혁개방을 확대 심화하여 국가 통치에 적극적, 주동적으로 정부에 협력하여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위를 충분히 보이게 해야 한다.

3. 공급 측면의 구조적 개혁을 심화시켜 민영 경제인들의 발전에 대한 신심을 공고히 하고 창신 능력을 제고하고 민영 기업의 발전 방식의 전환 지원을 장려하고 산업 구조를 조정하고 성장 동력을 변경하고 민영 경제의 더 나은 발전을 추진한다.

복잡한 이야기이지만 한마디로 줄인다면 민영 경제인들이 중국 공산당의 말을 듣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전반적인 요구 사항이 두 개 제시되었다.

1. 지도 사상. 독자 여러분들 짐작하셨겠지만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지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동원되는 단어들 19대 2중, 3중, 4중 전회 정신, '5위 일체', '4개 전면', '4개 의식', '4개 자신', 2개 유호' 등이 나오고 필자가 주의한 새 단어 '흔들림 없이 당의 말을 듣는다' 등이 나오면서 이들 사상을 통해 '2개 100년' 분투 목표를 실현한다고 한다.

2. 기본 원칙. 본 사업에 대한 당의 지도력을 견지하여 '당의 민영 경제인에 대한 지도력과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여 가깝지만 깨끗한 정경 관계를 만들어 민간 경제인들이 당의 지도 하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도로를 가는 정치적 인식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그다음에 나오는 민간 경제인들을 어떻게 사상 교육을 시키겠다는 말은 생략하겠다. 이어서 수준 높은 민간 경제인사들의 대오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옛날 다닌 적이 있는 국내 S사의 인사 팀들이 만드는 계획과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놀란 내용이다.

- 공작 범위를 명확히 한다.(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 선발 기제를 완비한다.

- 상시 교육 양성 시스템 등 교육 육성을 강화한다.

-  규범 정치를 조직한다. (민영경제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직무수행 의식을 강화하고, 직무수행 심사제도와 퇴출 체제를 갖추도록 유도)

- 젊은 세대 양성에 노력한다. (나이 든 세대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독자 여러분들은 여기까지 읽고 나면 민간 기업의 오너들 기분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다음에 민영 경제의 고 품질 발전을 위한 단락이 나오는데 필자에게는 매우 의미 심장한 내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느낌이 없는 모양이다. 필자의 괜한 생각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 되었든 필자로서는 생각이 가는 대로 여러분들께 말씀을 드리겠다.

먼저 새로운 발전 이념을 실천한다는데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引导民营经济人士按照新发展理念谋划推进企业改革发展,充分利用政府搭建的各类产学研用对接平台,发挥民营企业在科技创新和成果转化中的积极作用。深入开展调查研究,及时反映和推动解决民营企业转型升级面临的体制机制性障碍

민영 경제인들이 새로운 발전 이념에 따라 기업 개혁 발전을 추진하고, 정부가 준비한 각종 산학 연구용 매칭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하여, 심도 있는 조사 연구를 실시하여 민간 기업이 직면한 시스템 기제성 장애를 변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문제의 해결에 즉각 반영하고 추진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뒤를 잇는 말은 경영 리스크, 특히 금융 리스크를 방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이 말들을 공허하거나 형식적인 말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당히 심각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산학 연구용 플랫폼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자원해서 투입하는 연구 개발을 의미했을 리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제기된 '연구'는 국가 경영의 입장에서 필요한 연구라는 의미가 된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자명하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이 전면적인 국산 기술을 개발하려 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일시에 전 방위적인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려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 특히 화웨이와 같이 기술 역량이 있는 모든 중국 기업이 미국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독자 기술로 자신들의 모든 제품을 변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매우 무리한 발상이라고 할 수 수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다음 말도 이해가 된다. 민영 경제인들의 국가 중대 전략 참여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고 있는 것이 '일대일로'다. 일대일로 건설에 민영 기업을 적극 참여시켜 국익을 자각하고 중국 민간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사실 상 일대일로 사업은 모두 국유 기업, 그것도 국가 전략 산업을 하는 기업들이 수행해왔다. 왜 과거에는 국유 기업이 수행했으며 왜 이제는 민영 기업에게 참여하라고 하는가? 필자는 짚이는 데는 있지만 확신이 없어 이 자리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음으로 민영 경제인들이 심화 개혁에 뛰어드는 것을 지지한다고 한다. 민영기업이 혼합소유제 개혁에 참여하도록 장려하여 민영기업을 유도해 법인 지배구조를 보완하고 중국식 현대 기업 제도의 창설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혼합소유제'와 '중국식 현대 기업 제도'라는 단어들이다. 아마도 '중국식 현대 기업 제도'의 내용은 '혼합소유제'인 모양이다. 그럼 '혼합소유제'의 기업은 민영 경제인사의 것일까 아니면 중국 정부의 것일까? 여러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실 것이다.


물론 이렇게 민영 경제인들에게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달래 주는 조항들도 있다. 협상 내용을 규율하고 소통할 것이고, 의사소통 협상 방식을 혁신할 것이고, 상회와 민영기업의 연계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민영기업의 요구사항 반영과 권익보호 메커니즘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민영 경제인들이 내놓아하는 것은 99이고 이런 조항들은 그저 립 서비스에 불과해 보인다. 이어서 상공 연맹이니 소속 상회니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민영 경제인들을 연맹이나 상회 등을 통해 조직화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결론은 민영 경제를 통일 전선으로 이끄는 것은 중국 공산당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 ㅖ 기제를 완비하고, 조직 보장을 강화하며, 능력 건설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발표가 있은 후 바로 다음 날부터 각 지방 정부에서는 후속 조치를 위한 회의와 보도가 이어졌다. 그것은 이번 발표가 구두선이 아니고 정말 진지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민영 기업가들은 이제부터 그들의 앞에 어떤 깃이 놓일지 좌불안석일 것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실 필자와 같은 일개 필부야 국가 차원의 일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말이다.




중국은 과연 필자가 상상한 대로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제재, 경제 재재, 그리고 경제 분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민영 경제를 통제하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시진핑 그룹이 본색을 드러내어 사유화 경제를 버리고 공유화 경제로 가려는 것일까? 


중국이 공유화 경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방향에서 눈에 띈다. 혹자는 지금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서 사용 중인 건강 코드(健康码)는 기존의 스마트폰 지불 데이터와 결합하여 완전한 주민 정보의 확보를 의미한다고 하며 빅 브라더의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도처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안면 인식 기술이 돌아가고 쑤저우 같은 곳에서는 교통 규칙, 쓰레기 분리 등 소소한 일에 벌점과 가점을 운영하는 문명 코드(文明码)를 도입하여 시민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영 경제 통일전선 못지않는 비중의 '쌍순환  경제' 정책이 확정되었고 다액 현금 관리 제도와 디지털 화폐 시범 서비스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일부 미디어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자 양표'를 준비한 모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농촌에서는 노동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 점수를 주는 '공분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마오쩌뚱 시대로의 회귀, 공유제로의 회귀, 그리고 시진핑 좌파 그룹의 발호로 보는 것이다.


필자는 중국이 공유제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14차 5개년 계획을 하고 있는 중국은 '전시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받는다. 미국의 압력이 강하면 중국은 더 급하게 전시 체제로 전환할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을 배척하는 소리가 높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는 그것이 안타깝다.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벌이면 21개 미군 기지가 소재한 한국이 과연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주한 미군은 한반도에 얌전히 있고 중국도 그를 인정해서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중국이 주한 미군을 공격하면 한국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중국 망하라는 사람들은 그래서 한국군이 중국을 공격이라도 해야 된다는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전쟁은 먼 이야기이고 역사 속의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닥칠 일도 아니고 아들 딸들에게 닥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적어도 미국이나 중국에게 전쟁은 현실이다. 당장 지금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도 심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미중 전쟁 시 한반도에의 영향, 그리고 우리의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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