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liable Entity List
9월 19일 중국 상무부가 제재 기업 명단에 관한 규정(不可靠实体清单规定, Unreliable Entity List)을 공포했다. 그 전문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www.mofcom.gov.cn/article/b/fwzl/202009/20200903002593.shtml
우선 이 규정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어떤 조직들이 제재 대상이 되는가를 알아보면 다음 두 가지 범주를 정의하고 있다.
(1) 중국 국가주권, 안전, 발전 이익에 위해를 가하거나
(2) 정상적인 시장 거래 원칙을 위반하여 중국 기업, 조직, 개인과의 정상적인 거래를 중단하거나 차별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국 기업, 조직, 개인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그럼 이 제재 명단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알아보자. 조직으로는 중국 정부가 관련 부처들이 참가하는 업무 체계를 구성하고 제재 기업 명단 담당 조직에서 실시한다고 한다. 이 조직은 권한 또는 신고나 건의에 의해 외국 조직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고 조사 시 공고를 한다. 조사는 딩사자에 대한 문의, 관련 문건과 자료의 복사 또는 열람, 기타 필요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결정은 다음에 의거한다.
(1) 중국 국가 주권, 안전 및 발전 이익에 대한 위해 정도
(2) 중국 기업, 조직 혹은 개인의 합법적인 권익에 대한 위해 정도
(3)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는 정도
(4) 기타 고려 요인.
제재를 가할 경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의 제한 또는 금지
(2) 중국 내 투자의 제한 또는 금지
(3) 관계자와 관련 교통수단 등의 입국 금지
(4) 관계자의 중국 내 취업, 체류 또는 거주 자격 제한 또는 금지
(5) 상황의 경중에 상응하는 액수의 벌금
(6) 기타 필요한 조치
중국 정부의 이런 '규정'은 사실 평이하다. 하지만 좋게 표현해 폭넓고 임의적인 해석과 결정을 하는 중국 정부의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이러한 규정이 생겼다는 자체가 많은 외국인 및 외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리스크는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저변의 상황을 모를 중국 정부가 아니다. 특히 주관 부서인 상무부는 외국 및 외국 기업과 가장 접촉이 많고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인 관계를 추진해온 부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이 생긴 것은 바로 미중 무역 전쟁 때문이다.
중국의 이 외국 기업 제재 명단이라는 일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의 기술 기업에 제재를 가한 시점인 2019년 6월 4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Unreliable Entity List (不可靠实体清单)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었다. 이때 당초 상무부의 본 제도 추진 발표 시 대외무역법(对外贸易法), 반농단법(反垄断法;독점금지법), 국가안전법(国家安全法) 등에 기초해 만들 것이라고 하여 당시 전문 가들이 이에 기반한 추정들을 했었다. 다음은 그중 하나인 로펌 WilmerHale가 추정하는 근거 법 조항이다.
대외무역법 제7조, 외국이 무역에서 중국에 대해 차별적 기준으로 금지되거나 제한적이거나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은 그러한 국가나 지역에 대해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음
반농단법은 독점계약, 시장지배력 남용, 독점행위 집중을 통한 독점행위 등 독점행위를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17항은 무역을 거부하거나 차별적 조건이나 가격을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금지함
국가안전법 제59조는 국가가 국가보안 위험의 예방과 완화를 위하여 국가보안 심사 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네트워크 정보기술, 기반시설 건설제품 및 기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거래와 활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투자, 특정 물품, 핵심기술,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국가보안 심사를 하도록 규정
원칙적으로 중국의 입법은 ‘전인대 의결 사항’이지만 상기 세 가지 법령을 근거로 하고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세칙 등을 작성하는 방법을 채택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신속히 탄력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을 건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격렬한 것이어서 이 기업 제재 명단 제도가 신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는 전망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중국 정부의 상응 조치는 좀처럼 발표되지 않았고 상무부의 프레스 미팅에서 기자들의 단골 질문 메뉴가 되고 말았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입장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2019년 8월 1일 신용 연합 징계 대상 명단 관리 방법(商务信用联合惩戒对象名单管理办法)이 제재 기업 명단 제도와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 상무부는 본 방법은 관계없는 독립 사안이라고 답변하였다.
다음 달인 9월 26일 로이터 기자의 질의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UEL 제도(기업 제재 명단 제도)는 특정 국가의 기업, 조직 또는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며 공평 경쟁을 위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국의 ‘단변 주의’에 대항하는 중국의 ‘다자주의’는 중국 정부의 기본 전략이므로 UEL 제도에서도 다자주의를 적용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리고 상무부의 이 답변은 기존 관행대로 모든 국가의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식이 될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해가 바뀌고 사안이 발생한 지 1년이 다된 2020년 5월 15일에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관련해서 “중국 상무부가 애플, 퀄컴, 시스코 보잉 등을 ‘신뢰 불가 기업’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1년 만에 이 제도를 다시 거론한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본 안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1년이 넘도록 중국 정부는 제재 기업 명단 제도에 대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외국 미디어들도 점차 관심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중국 국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 본 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국 상무부 홈 페이지에 남기는 중국 국민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금년 4월, 5월이 되면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중국의 네티즌들이 ”중국 상무부가 ‘항의’만을 할 뿐 실질적 조처하지 않는다. 무슨 UEL 하나를 1년이 다 가도록 못 만들고 있느냐 “라는 항의성 글들을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어 가는 가운데 2020년 6월 160년 6월 16일 중국 정부는 ‘중공 중앙 국무원 신시대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더 빠른 개선에 관한 의견 (中共中央国务院关于新时代加快完善社会主义市场经济体制的意见)’이라는 문건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UEL을 구축 보완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외교부가 곧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에 반발하여 미국 록히드 마틴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것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추측된다.
이제 드디어 1년을 넘게 끈 중국 정부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타협이 어렵다고 보고 미중 대립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을 시사한다. 중국은 그 특유의 임의성, 폭넓은 해석권과 재량권에 의거해 미국보다도 훨씬 자유롭게 이 제도를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에게는 더 큰 비즈니스 리스크가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