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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08. 2021

인구-농민공-부동산-호구제도-토지개혁-채무-쌍순환경제

점과 선

어제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번 중국의 인구센서스 결과에 많은 중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필자가 제작한 관련 영상은 역대 최소 클릭 수를 기록했다. 한국 분들은 현재 중국의 인구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인구 조사 결과는 빙산의 수면 위 부분이며 이를 통해 빙산의 수면 아래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China population census delay may be due to coronavirus impact on migrant workers, demographer says | South China Morning Post (scmp.com)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 인구 연구자인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조교수 Cai Yong을 인용하여 많은 이들이 중국의 출산율 저하를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인구 이동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중국의 국가통계국은 인구 관련 통계를 조작하는 잘 만들어진 메커니즘을 잘 가지고 있지만 이번 펜데믹과 이로 인한 대규모의 인구 이동의 영향을 반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蔡泳 Yong Cai,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조교수

Cai Yong이 직접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의 의미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인구 통계를 입맛에 맞게 주물러 왔는데 코로나 사태라는 현상이 발생하자 통계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는 뜻이라고 본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인구 문제는 사실 노동력의 문제, 중국식 표현으로 하면 요소의 문제, 공급 측 개혁의 문제로 그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국가 통계국의 데이터에 의하면 농민공의 수가 2억 8천5백만에서 1.8% 감소했는데 이렇게 농민공의 수가 감소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도시의 궂은일을 해주고 있는 농민공의 연령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China population: coronavirus pandemic fuels decline in migrant labourers amid fears about ageing workforce | South China Morning Post (scmp.com))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농민공도 이제는 50 이상의 고령층이 더 많다. 이제 도시에서 농민공 인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때 이번 2020년 인구 센서스 결과는 아마도 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이며 그것도 백만 단위가 아닌 수천만 단위가 된 것으로 추정을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감소가 있을 수 있는가를 설명할 수가 없었는데 Cai Yong의 추정은 이를 설명해 주는 면이 있다. 물론 진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농민공의 감소는 곧바로 도시 지역 부동산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2억 8천5백만에서 1.8% 감소라면 513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 등록되지 않은 농민공의 숫자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농민공이 감소했을 터인데 이런 현상은 중국 중소 도시들의 수요 부진, 부동산 하락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과학 기술 자립과 내수 경제 활성화를 국가 기본 전략으로 삼았는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 가운데 사실 상 가장 중요한 것이 농촌 경제 활성화이다. 이 부분은 필자의 저서 "중국의 선택"에 자세히 설명하였다.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촌의 인구가 증가해야 할 것이나 중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구제 개혁을 한다. 호구제 개혁을 통해서 인구 300만 이하의 도시는 주변 농촌의 농민들을 자기 시의 시민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중국 정부는 농민들이 도시로 유입해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중국 정책 키워드인 "재고량 대 증가분"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필자는 이전의 글(베이징 대학 교수들이 보는 양회 이슈 전망 (brunch.co.kr))에서 국가발전개혁위 전 부주임 쉬셴핑(徐憲平)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한 바 있다.

국가발전개혁위 전 부주임 쉬셴핑(徐憲平)

농민들을 도시로 보내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부동산 경기 하락을 막으려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필자가 "제2의 토지 개혁"이라고 부르는 집체 소유제 농지의 산업화 개발 정책이다. 중국의 광대한 농촌 토지는 중국 정부의 소유가 아니다. 농촌의 토지는 건국 당시 공산주의 혁명전쟁의 과정 중에 농민들에게 분배하여 경작하게 한 "집체소유"이다. 즉 한 농촌의 토지는 그 농촌 촌민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 정부, 즉 각 도시에서는 중앙이 하달하는 GDP 목표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상당 수의 관료가 부패한 돈을 위해 과도한 인프라 투자를 해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재정은 초기에는 땅을 팔아서, 팔만한 땅이 없어진 다음에는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해 왔다. 이제는 누적 채무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되어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지방 정부의 채무 만이 아니다. 채권을 조달하기 위하여 각 지방 정부는 소위 개발은행, 발전 은행 등을 설립하여 자금을 유치했는데 지방 정부 재정의 파탄, 그리고 부동산 경기 하락은 부동산 버블의 폭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곧바로 금융 전반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국가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소위 "금융 시스템 성 위기"이다. 

이렇게 중대한 정부 정책을 개인 이익의 시각에서 비판한 마윈은 이제 중국 정부의 보복을 당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선택한 전략이 "집체 소유제 토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농촌의 토지를 어떻게든 정부가 이용하려 하는 여러 정책이 있었다. 그중 하나도 성공한 것은 없다. 농민의 손에서 토지를 빼앗아간다는 것은 국가의 기반을 뒤흔드는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에는 부분적으로, 또 제한적으로 새로운 토지 정책을 시험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중앙 차원에서 그것도 전국적으로 농촌의 토지를 산업용으로 개발하겠다는 정책은 14차 5개년에서 분명하게 선언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비중 또한 지대하게 크다. 이번에는 진지한 것이다. 


이 새로운 토지 정책은 쉽게 요약해서 말하면 농촌의 농지를 기업인에게 제공한다. 그 판매(소유권이 아니라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지만 판매라고 하자) 수익은 정부가 가지며 농민에게도 나누어 준다. 그러면 농촌에 산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의 GDP가 올라가고 농민들에게는 일자리도 제공될 수 있다. 토지 매각 대금을 나누어 받은 지방 정부에게는 해당 농촌에 그 돈을 인프라 투자 등으로 써야 한다는 정책도 발표되었다. 실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중국의 호구부

한편 땅을 잃은 농민들은 갈 곳이 없다. 다른 농촌으로 가도 토지는 모두 해당 지역 농민들의 집체 소유이다. 그러므로 땅을 잃은 농민들이 갈 곳은 도시 밖에 없다. 이렇게 농촌에서 토지 매각 대금을 손에 쥐고 떠밀려 나온 농민들을 도시에서 도시민으로 호구 전환을 해서 받아 준다. 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할 테니 손에 쥔 땅 판 돈으로 살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하락하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고 GDP는 상승한다. 중앙 정부는 농민을 많이 받아 주는 도시에는 인프라 투자 예산을 더 주는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다. 


중앙은 이 돈이 지방 정부들의 채무를 갚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도 공공기관의 돈을 갚기보다는 더 인프라 투자를 해서 사욕을 채우려는 관료들이 더 많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것이 최근 리커창 총리가 감사 대상 프로젝트를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주요 공공 투자 및 자산으로 확대하겠다는 회계감사법을 통과시킨 이유일 것이다. (http://www.xinhuanet.com/politics/leaders/2021-05/06/c_1127414649.htm)  


그리고 도시로 쏟아진 농민공들은 지금 겪고 있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 줄 것이다. 교육 수준이 낮은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고수익일 수 없다. 가진 돈을 집을 사는데 다 쓰고 나면 이들은 점차 도시 빈민으로 전락해갈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정책 하에서 적어도 수년간은 농촌 개발 붐이 일어날 수 있고 농촌의 GDP는 성장할 것이다. 농촌의 개발에 미국이 억제하는 첨단 과학은 필요하지 않다. 중국의 기술, 중국의 자본, 중국의 경험 만으로도 농촌의 경제 개발은 해 낼 수 있다고 중국 지도부는 믿는 것 같다. 그리고 농촌 정책 파금 효과의 규모를 고려할 때 사실 상 바로 이 농촌 정책이야 말로 쌍 순환 경제의 주축인 내 순환 경제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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