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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명 Jul 06. 2024

콩국수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서.

세상엔 급하게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이 있다. 나에게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위험한 음식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뜨거운 두부요리. 오래 익힌 두부를 허겁지겁 먹다가 식도부터 위장까지의 거리를 생생하게 알게 된 순간이 있었다. 엄청 뜨거운 것이 천천히 내려간다. 목은 지난 거 같은데 이제 가슴 언저리가 타고 있다. 녹아서 구멍이 나지는 않겠지. 찬 콜라가 가득한 컵에는 물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컵의 곡면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간다. 뜨거운 두부가 딱 그 정도의 속도로 내 속을 타고 내려갔다. 가슴 깊은 곳의 뜨거움. 식어버린 열정까지 다시 타오르던 영겁 같은 시간.


의외로 콩국수도 급하게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다. 햇빛이 쨍하게 선명하던 작년 여름, 저녁 찬거리를 사러 동네 마트에 다녀오다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국밥집에 들렀다. 평소라면 편육에 소주 한 병. 혼술을 마시곤 하던 단골집이었지만 그날은 마침 덥기도 했고, 몇 시간 뒤에 저녁도 만들어 먹을 계획이었기에 간단히 콩국수를 시켰다. 그리고 또 한 번 임사체험을 했다. 고소한 콩국물을 깨까지 야무지게 떠서 몇 번 먹었다. 역시 여름엔 콩국수지. 아침부터 미뤄왔던 허기가 파도처럼 밀려왔고 젓가릭질은 점점 호쾌해져 갔다. 입안 가득한 국수가닥을 와구와구 씹고선 삼키는데 가슴쯤에 가서 턱 하니 막히는 느낌이 왔다. 두드려도 보고 일어서도 보고 물도 마셔보는데 머리까지 쭈뼛서더니 어지럽기 시작했다. 콩국수를 먹다가 숨이 막혀 죽는 삶이란 행복한 인생일까?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죽어가던 나를 지켜보던 사장님이 무심하게 다가와 한 잔의 음료를 건넨다.


"레모네이드."


비타민C가 가득한 음료를 해독제라도 마시는 심정으로 조금씩 들이키고 나니 모래시계에서 모래알이 빠져 가나는 만큼의 속도로 막힌 국수가닥들이 위로 내려갔다.


"콩국수도 천천히 먹어야 합니다. 의외로 목에 잘 걸려요"


먹기 전말하셨으면 아마 흘려들었겠지? 그래도 저런 말은 먹기 전에 해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도 레모네이드로 생명을 구해주셨는데. 콩국수를 먹다가 손님이 죽어버리면 사장님도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을까. 그럴 때를 대비해 레모네이드를 준비하신 건가. 콩국수를 먹다가 진짜로 죽은 사람도 한 명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유니크한 임사체험을 하고서도 매미가 떼 지어 울고, 햇빛이 투명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가는 날이면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가 땡기는 순간이 있다. 순천에서 먹었던 50년 된 콩국수는 진짜 맛있었는데. 이 정도로 콩국수를 좋아하는 거면 비건생활에도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


[콩국수는 단백질도 많고, 맛이 심플하고 환경친화적인 요리입니다]
[맛있는 편육은 쫀득하며, 잡내가 없습니다. 초장과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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