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통한 치유효과 체험
KBO 상반기가 마무리된 시점, 데이터 분석 수업의 기말리포트로 KBO홈페이지 기록실에 게시된 공격, 투수, 수비, 주루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가지 분석을 했었다. 비 전공자가 한 학기 배우고서 많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라는 면에서 당연히 재미 수준에 그칠 줄 알았다. 글이 씨가 될 줄이야. (롯데 가스라이팅이 이렇게 무섭다. 결국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된다.)
1. 타격보다 투수 관련 지표가 좋은 팀이 승률이 높았다.
-롯데는 극단적으로 타격 중심의 팀이었다.
2. 희생번트와 주루 관련 시도가 많은 팀이 승률이 높았다
-번트, 도루... 둘 다 엉망인데 잘하는 게 롯데였다.
3. 롯데는 안타대비 득점이 하위권이었다.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을 것으로 보였다.
5. 롯데는 WHIP가 높고 실점도 하위권이었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그래도 이겼었다.
-이것도 긴 시즌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았다.
4. 승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바탕으로 한 예측승률과 실제 승률 간의 괴리가 큰 팀이 롯데와 한화였다. 두 팀에는 데이터로 나타나지 않는 운, 작전, 기세 등이 가장 많이 작용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1~4를 바탕으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상반기에 이미 진행한 경기가 많느니 4할 승률만 거둬도 어찌 될 줄 알았다. 연패는 없는 팀이었으니.
분노를 빼고 차갑게 다시 봐도. 데이비슨을 10승 당일날 방출한 게 연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각종 지표 대비 높은 승률, 그러니까 분위기나 기세같이 비 정량 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던 상황에서 선수들 로열티에 찬물을 제대로 뿌리는 짓을 했다.
'롯데라는 구단은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겠구나.' '낭만은 개뿔도 없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비 부산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연차가 낮은 선수들이 많은 선수구성은 팀 케미에 대한 탄력성을 높이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팀의 구심점이던 주장이 전날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설상가상. 모든 스포츠는 일정 수준의 피지컬을 넘어서고 나면 멘털의 영역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데이비슨과 감보아의 출전 경기수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감보아는 훌륭한 구위를 가졌지만 각 구단을 상대로 한 바퀴를 돌며 분석이 끝나고 대처법들이 나올 상황이었다. 전반기보다는 당연히 쉽지 않을 후반기였다. 데이비슨은 이미 그 과정을 지났고, 대처법에 대한 대처법을 어느 정도 쌓아가고 있었고 그 결과가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고 본다. 한두 경기 더 지켜봐도 좋았을 테지만, 그 경기 전에 이미 대체선수 계약을 마무리해버린 듯하다.
이게 최고로 화가 나는 부분이다. 시즌 중에 용병교체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온 팀이 똘똘 뭉쳐 10승 만든 그날에?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통보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짓이다. 벨라스케스와의 계약에 쫓겨 그렇게밖에 못할 상황이었다고 추측된다. 돈 쓰는 입장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협상도 못했다는 건 납득이 안된다.
그날 저녁 데이비슨의 마지막 인사가 올라올까 마음이 쓰여서 수시로 인스타를 체크했었다. 2시가 조금 넘어 동료들의 인사가 담긴 스토리를 태그 하는 게 보였다. 그 시점에 윤동희도 데이비슨을 태그 한 스토리를 올렸다. '아 이놈들 이때까지 회식한 거 같은데...'. 내일 직관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슬픈 예감. 그게 이 연패의 시작이었다.
*30년 넘게 롯데를 봐왔고, 92년 코시 직관도 했습니다. 롯데는 술, 담배만큼 해롭습니다. 끊는 편이 건강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