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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Dec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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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리튬 전지 업체의 안타까운 사고

2017년 4월 20일 충남 예산 쪽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큰 화재 사고가 났고 공장 자체가 전소됐다는 보도와 함께, 인근 민가에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폭발음이 계속됐었다고 한다.

상기 업체는 비츠로셀이란 업체로 소위 전지 밥 좀 먹고 있다는 현업자들도 낯선 업체이다. 특히, 취업 후 리튬이온 이차전지 쪽 업무로 시작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한 곳이다.

비츠로셀은 군용 리튬금속 일차전지를 생산하는 업체이다. 군용 리튬 일차 및 이차전지는 필자가 최초로 한 국가 R&D가 군용 리튬 이차전지 개발 과제였기 때문에 익숙한 내용이다. 이 전지에 관해 알만한 사람은 손꼽을 정도라 할 정도다.

어쨌든 최초 보도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제조사 인양 났고 이 보도가 곡해되면 리튬이온 이차전지 공장에 화재가 나면 이렇게 위험하구나 하고 오해가 깊을 수 있는 사건의 좋은 예가 일어나버렸다.

군용 리튬금속 일차전지는 군 무전기 등에 쓰이는 것으로 Li/SOCl2 일차전지이다. 이 전지를 제조하는 공장은 일차적으로 리튬금속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덧붙여, SOCl2도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화재 후 대기오염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화재 진화 중에 크고 작은 연속 폭발음이 계속 들렸다는 것으로 보아 리튬금속을 대량으로 다루는 곳은 특수 화재이기 때문에 소화 방식 자체가 다른데, 이 부분이 잘 지켜져 소방 작업이 진행됐을지가 걱정될 따름이다.

이번 화재를 보니 필자의 경험이 하나 떠오른다. 대략 11,12년 전쯤 필자의 실험실에 학연학생과 연구원이 실험을 하다가 후드 안 폐리튬을 잘못 처리해 불이 난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단 등 업무가 많아 외부 일정이 많았는데, 우연찮게 그날은 연구실에 있다가 밖이 소란스럽고 연기가 나서 연구실로 가보니 이미 화재가 나서 연기가 자욱한 상황이었다. 연구원들과 학연학생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타 분야 센터 사람들도 화재를 보고 대피하기 시작했었다.

당시 필자는 불을 끄겠다고 소화전을 끌고 온 시설팀 분들을 잠시 멈추게 하고 방독면과 방화 장갑을 낀 채 실험실을 들어가 보니 자욱한 연기 속에 불꽃이 보이는 곳은 폐리튬이 보관되어 있는 쪽이어서 시설팀 아저씨 한 분 백업을 받아 들어가 방화 장갑을 끼고 폐리튬을 빼내어 인화물질과 격리할 수 있는 금속 용기에 넣어 시간을 두고 폐리튬 킬링 작업을 한 후 화재를 진압하였다. 시설팀 분들은 실험실 위험물질 정보가 없었고, 리튬 전지 화재 진화법 자체를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무작정 소화전을 끌고 와 물을 뿌렸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돌이켜 보면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때 화재 진압을 한 후, 가장 먼저 도망간 연구원들과 학연학생들에게 좀 세게 질책을 한 바가 있다. 그 이유는 화재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인 걸 가장 잘 안다 해서 가장 먼저 도망을 가게 됐을 때, 화재 상황을 모르는 건물 내 사람들은 허둥지둥하다가 탈출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 피할 수도 있었던 화재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고 현장도 그 현장 책임자들이 소방서, 경찰 등 구조하러 온 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가장 잘 안다 해서 가장 먼저 도망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비츠로셀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고 생산활동을 오랫동안 중지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거래소에서 거래정지까지 된 상황이다.

비츠로셀 화재 보도를 보고 필자 연구실 화재를 돌이켜보며 느끼는 소회는 재난 때 그 재난현장을 잘 아는 이들과 재난 진압 담당 공무원들이 외면하여 벌어진 대형 참사 하나를 떠올리게 되며 그 정도로 큰 피해가 있었어야 할 사고였다 싶은 안타까움이 든다.

곧 있으면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출마한 모두가 자신이 적임자라 주장하지만, 실전에 임하여 세월호 같은 사건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후보와 그 주변은 없어 보인다. 누가 되더라도 통합정부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능하나 연줄을 타고자 하는 논문 중개인 같은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 공공의 직위를 이용한 자원개발 사기를 시도한 전직 공무원들 같은 적폐들은 새 정부에선 배제하여, 어느 후보가 이야기했듯 ‘차별 없는 등용’으로 위기 상황에서의 통합정부를 구성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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