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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an 27. 2021

왜 매번 작심삼일을 반복할까?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7

월급쟁이의 일곱 번째 질문!


"왜 매번 작심삼일을 반복할까? "


 박광오 차장은 정말 오랜만에 교육에 참여했다. 신입사원 연수와 대리 교육을 받아보고 이후 10년 가까이 회장 비서실 수행비서와 해외지사 파견으로 승진자 과정이나 여타 역량 교육들은 한 번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10여 년 만에 참여하는 이번 차장 교육에 기대가 컸다.


 2박 3일 과정 중 두 번째 날, 강의 주제는 ‘당신 인생의 최고 경영자라 돼라’라는 제목과 함께 부제로 셀프 리더십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꽤 유명한 외부강사가 자기소개와 함께 첫 시간을 보내더니 두 번째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박 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차장님! 회사의 사명과 비전 아세요?”

 “그럼요! 고객을 위한 인간존중 및 가치경영, 그리고 고객을 선도하는 초일류 물류기업입니다”

 “ 오~ 역시 비서실 출신이라 다르네..” 주변의 동료들이 감탄했다.

 강사는 빙그레 웃더니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 그럼 차장님의 사명과 비전은 뭔가요?”

 “ 네? 아...  ”   

박 차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애초 자신의 사명과 비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강사는 안타까운 눈빛을 잠시 보내더니 전체 교육생에게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 정말 이상하죠? 회사의 사명과 비전, 목표는 모두 암기해서 외우고 다니는데, 정말 회사보다 더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명과 비전은 없는 것일까요? 어쩌면 오늘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 방향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사님 말씀이 틀린 게 없네..  나 자신에 대해서 별로 생각 없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강사는 우리 차장들보다 여건이 훨씬 안 좋은 사례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막노동 신분에서 자신의 사명과 비전을 가지고 과학자의 꿈을 이룬 교수 이야기

100번 거절만 당하다가 101번째 계약을 따내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제대로 세워 월 1억의 보험설계사가 된 성공 보험 세일즈맨 이야기를 통해 너무 나태하게 살아온 지난 삶을 반성하게 했다.    

 

 세 번째 시간부터는 계속 생각하고 작성하고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잘 생각해 본 적 없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 꿈 , 미래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렸고, 그 아래쪽에 어설픈 개인의 미션, 비전과 목표를 적었다.      

 솔직하게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고 싶다고 적고 싶었지만 그래도 보는 눈도 있고 발표도 해야 하다 보니 적당히 건강한 몸과 화목한 가정을 중심에 약간의 사회봉사를 가미한 미션과 비전을 적었다.       

      

 그다음에 목표를 적어야 하는 시간인데 강사는 갑자기 만다라트를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예전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계속 끄집어 내려할 때 활용되던 도구인데 어느 날부터 매년 자기 목표를 작성할 때 활용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투수이며 강타자인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 때문이라고 했다. 
  박 차장의 기억에도 몇 년 전 일본에서 벌어진 프리미어 12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대표 타자들이 줄줄이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그 괴물 투수가 떠올랐다. 

그가 고등학생 때 일본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다라트로 촘촘한 계획을 세웠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루고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하게 되자 그의 고교 시절 만다라트가 공개되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자기 목표를 세우는데 활용되고 있다.     


 박 차장도 자신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 만다라트를 그렸다.

 행복한 박광오 차장이라고 가장 가운데에 적은 다음 주변 8개의 칸을 채웠다.  돈, 건강, 지식, 가정, 친구 관계, 회사 업무, 미래준비 등.. 빼곡히 채웠다. 

그리고 각 8개의 단어를 주변을 둘러싼 8개 사각형의 가운데에 옮겨적고 그 주변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총 81개의 칸을 채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채웠다.

다 채우고 나서 바라보는데 마음이 매우 뿌듯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조별로 발표하면서 한층 책임감이 높아졌다. 잘 될 거라는 동료들의 격려도 받았다. 

그래! 이제 정말 열심히 계획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지!     


두 달 후 박 차장은 집에서 한창 방 청소를 하다 책 꽃이 뒤쪽으로 떨어진 만다라트를 발견했다.

교육 이후 책상 앞에 붙였었는데 어느 날부터 안보이더니 책 꽃이 뒤쪽에 떨어져서 먼지가 쌓여있었다. 박 팀장은 조심조심 만다라트를 접어서 먼지 안 떨어지게 휴지통에 버렸다. 그때 세웠던 목표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리학 레시피!

월문심답(월급쟁이의 질문에 심리학이 답하다) 1

 1. 자기 조절과 의지력     


 셀프리더십 교육이나, 신년, 또는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운다. 

금연, 독서, 다이어트, 운동, 글쓰기, 영어 공부 등 매번 분명하게 정하지만 항상 좌절했던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라 믿고 또 시작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빼곡히 적었던 다이어리를 보면서 좌절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우리는 왜 계획을 세우면 늘 실패할까?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한 것일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의 재발견“ 에서 우리가 셀프 리더십류의 교육에서 항상 멋지게 계획을 세우지만 얼마 후 실행에서 좌절하는 모습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통찰하게 한다.


 바우마이스터가 말하는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힘의 가장 핵심은 자기 조절력(Self regulation)이며 이 자기 조절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의지력(Willpower)이다.      

 이러한 의지력은 생각해야 하는 것에 몰입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제하고, 긍정 정서를 유지하고, 목표를 방해하는 유혹에 저항하며, 현재의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시간도 관리하며 인내심을 발휘하는 등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을 한다.     


 의지력의 원천은 에너지, 즉 포도당(Glucose)인데, 이 포도당은 여러 곳에서 개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총체적인 하나의 원천으로 형성되어있고, 여기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영역에 사용되며 조금씩 소진된다. 

포도당은 음식, 휴식 등을 통해 충전되고 다양한 활동으로 소진되는데 특히 정신적 활동이 활발할수록 그 소진의 속도는 매우 빨라 판단, 의사결정, 인내하기 등등을 할 때 급격히 소모된다.      

이 에너지인 포도당이 모두 소진된 상태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우리는 모든 상황에 굴복하고 만다. 생각을 조절할 수 없고, 원치 않는 감정 상태를 벗어날 수 없으며, 유혹의 충동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다음 날 분명 후회할 행동을 하게 된다. 

         

2. 목표 간 Trade-off     


 우리가 세우는 목표를 보면 일단 너무 많다.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이것저것 조금씩 적었고 그렇게 해서 일단 오늘 할 일만 열 개가 넘는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세 개만 줄여본다.  그래도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목표가 모두 다 잘할 수 없는 Trade off 관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세웠다. 뭐가 필요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동 조절이 아닐까? 일상의 곳곳에서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출근하면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같이 먹자는 유혹이 올 때마다 먹고 싶은 충동을 제어해야 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평소보다 절반만 먹는다. 계속 먹고 싶어도 멈춰야 한다. 퇴근길에 헬스장에 들린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운동을 하면서 땀을 빼면서 에너지를 소진한다. 집에 오는 길에 너무도 맛있어 보이는 튀김 가게의 냄새를 참아내면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아내와 애들이 된장찌개를 식탁에서 맛있게 먹고 있다. 거실에 TV가 켜져 있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은 왜 켜놓았는데? 전기세 누가 내는 거야! 이번 달 관리비가 얼마 나온 줄 알아? 왜 이렇게 절약을 못하는 거야! “

 아이들은 어리둥절, 아내는 저 사람이 왜 저러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목표를 적은 다이어리를 본다.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올해의 목표 1번 다이어트, 2번 아내, 아이들과 화목한 가정 만들기’          


3. 의지력 관리와 목표 달성     


 이러한 자기 조절력의 프로세스와 실행방식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 가지를 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의지력은 근육이다.     


우리가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량이 늘어나 파워나 지구력이 생기듯 의지력도 충분한 훈련과 영양섭취로 그 근육을 키울 수 있다. 

 포도당을 잘 유지하기 위해 항상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좋은 컨디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다 라는 말이 예전의 70년대 고리타분한 표어 같지만 실제 지금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 될 것이다.     


둘째, 유연한 계획과 에너지 사용 최소화     


 다이어트와 금연 같이 상충되는 목표를 피하고 한 번에 하나씩 생각하는 것이 좋다. 

꼼꼼하게 매일 해야 할 리스트를 정하는 계획보다는 느슨하고 여유 있는 장기 목표로 오늘 못해도 내일 하면 된다는 식의 유연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에너지를 최소화 사용하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면 그만큼 의지력이 소진되어 정말 필요할 때 쓸 수가 없다. 


따라서 생각 없이 행동할 수 있게 하고, 조절하는데 에너지 없이 조절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자명종이 6시에 울렸다. 오늘 운동을 해야 한다. 시계를 보면서 고민한다, 나갈까? 좀 더 잘까? 아.. 그래도 나가야지.. 아니 내일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미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운동을 나간다 해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이후 일정이 위험하다.

그래서 자명종이 울리면 일단 생각 없이 일어나야 한다. 판단하지 말고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는 것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오바마는 일생을 살면서 자신이 오늘 입을 옷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신경 쓰고 결정할 일이 너무 많은데 뭘 입을까를 고민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혹을 참기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면 애당초 시스템으로 유혹이 없는 곳으로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금연을 위한 제도적 장치 (금연장소 확대, 흡연 시 벌금, 담배광고 금지) 등이 많은 금연자를 만들어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자기 모니터링     


fMRI가 발달된 이후 뇌연구를 통해 좀 더 과학적인 방법론을 찾을 수 있는데 뇌에는 인슐라(insula) 부위가 있다. 이는 민감하게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주로 기분 나쁜 일에 대해 듣거나, 구두쇠가 물건을 살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인슐라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추적해보니 이것이 가장 활성화되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카드 명세서를 받아 목록을 볼 때, 운동량의 거리가 기록된 스마트폰을 볼 때, 방 안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등 자기 모니터링의 순간이었다.     

 

사회심리학자 위클런드와 듀발은 사람들이 자아를 중립적인 형태로 표현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에 대해 집중할 때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것과 자신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개념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의식은 늘 자기를 자기 자신이 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과 비교하도록 부추겨서 자기 조절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어플을 통해 시간을 사용한 내용, 음식 먹은 것들, 돈을 사용한 내역, 운동한 거리 등을 항상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목표 실행 방법이다.             


넷째, 단순하고 꾸준한 훈련     


위와 같은 세 가지를 하더라도 사람은 의지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늘 좋은 환경에만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영양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도 취하고, 에너지 사용도 최소화하며, 자기 모니터링도 하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의 여건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항상 안 좋은 상황, 즉 기본적 여건이 안될 경우를 늘 예견하고 절제된 활동을 매일매일 꾸준히 훈련하라는 것이다. 

 아프리카 탐험가 스탠리가 먹지 못하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꾸준히 했던 것이 바로 매일매일 일어나면 하는 면도와 글 쓰는 일이었던 것도 다 이 맥락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박광오 차장은 이제 먼저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주로 모니터링에 신경을 쓴다.  

자신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를 매번 자기관리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한다. 그럼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확인하게 되고 낭비요인을 찾아서 조정한다. 계획을 미리 세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자기 모니터링을 통해서 발견한 내용을 수정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부족할까?’ 라면서 매번 자책하던 버릇도 없어졌다.

그리고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주로 생각한다. 

일단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단서만 보면 실행에 옮기는 연습을 매번 하고 있다.     

 새벽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고 누워서 일어날까? 말까? 하면서 고민하던 것을 없애기 위해 알람을 반드시 일어나서 끌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끄면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절대 인터넷을 열지 않는다. (이를 위해 와이파이를 비행모드로 설정해두었다)

바로 한글파일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쌓아온 글이 벌써 꽤 모였다. 

얼마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글을 올리는데 ”회장님만 아시는 비서실의 워크스마트“라는 시리즈 글이 꽤 많은 직장인 독자들이 생겼다.      

 그의 목표인 ” 내 이름으로 책 출간하기 “ 가 벌써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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