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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봉희 Apr 28. 2020

엄마를 닮아 예쁜 구석

손, 손가락 그리고 손톱

 외모적으로 엄마를 닮은 여러 가지 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손, 손가락 그리고 손톱. 10대 시절을 보낼 때는 작은 손에 길고 얇게 뻗은 손가락과 손톱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다. 큐티클도 잘 생기지 않는 얇고 길게 뻗은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면 마음에 쏙 들었다.


 고등학생 때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예쁜 손톱 사이에 물감 때가 잔뜩 끼어 새까매지면 슬펐다.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얼룩덜룩 변해버린 손톱 주변과 끝부분이 열심히 그림을 그린 흔적 같아 영다가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리 까만 때를 없애고 싶어 손톱도 바짝 잘라보고 손도 더 자주 씻었었다.


 하루는 내 동생 손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이 녀석 손도 나 못지않게 너무 예쁘다. 나와 달리 커다랗고 짙은 쌍꺼풀이 있는 눈을 가진 동생이 엄마 손까지 닮은 게 샘이 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성도 취향도 다른 동생과 내가 이렇게 엄마의 예쁜 구석을 닮은 사이라는 게 신기하다.


 요즘 엄마와 동생의 손은 안녕한지 궁금하다. 예쁜 걸 많이 만지며 사는지, 열정이 가득 차 올라 자기 계발을 위한 필기도구를 쥐며 사는지, 따뜻한 사람의 손을 잡으며 사는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사는지 말이다.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모든 순간을 알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엄마와 동생의 손이 고단함보다는 따뜻함을 많이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예쁜 구석>


“어머~ 누굴 닮아 이리 예뻐?”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말해

사람들이 누굴 닮은 거냐고 물어


그럼 나는 남동생도 예뻐요

엄마를 닮아서라고 말해


엄마를 닮아 예쁜 구석 덕분에

이렇게 또 좋은 소리 많이 듣고 살아

이렇게 또 사람들의 사랑받으며 살아


엄마를 닮아

내 삶이 관심과 사랑으로 물들어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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