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뮌헨 시내를 정신없이 쏘다녀볼 계획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캐리어를 정리하고 리셉션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 락커에 짐을 맡겨놓습니다.뮌헨에 이틀을 더 머무르기로 결정해서 호텔에 같은 방을 더 쓸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제가 쓰고 있는 방은 이미 예약이 찼기 때문에 다른 방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 체크아웃을 하고 세 시 이후에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을 비워야 하는데, 캐리어를 들고 돌아다닐 수는없기에 숙소에 맡깁니다. 락커 대여비용은 여섯 시간에 4유로로, 10시가 조금 못 돼서 나왔기 때문에 3시 반까지는 숙소에 한 번 들러야 합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동선을 생각하느라 골치가 아픕니다.
제 숙소는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도심 북쪽에 위치하는데 중앙역에서 그렇게 먼 편이 아님에도 대중교통으로 직행이 없어교통이 조금 불편한 편입니다. 당장 뮌헨 레지던츠로 가려고 하니 대중교통으로는 26분이 걸리는데 자전거로는 17분 거리입니다. 그래서 U반이나 버스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당장 호텔 앞에는 자전거들이 몇 다스가 놓여 있는데 이게 전부 공유 서비스 자전거입니다. 공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자전거의 락을 해제하고 제가 이용한 시간만큼 금액을 지불하면 됩니다. Donkey Republic이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데, 30분 이용료가 2.0 유로로 대중교통 이용료인 2.9유로보다 쌉니다. 시간도 적게 걸리지 금액도 적게 나오지 자전거를 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전거 이용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Donkey Republic 앱에 제 계정을 등록하려면 전화번호로 날아오는 메시지로 확인 답장을 받아야 합니다. 제 유심이 영국 유심이라서 국가번호가 +44로 시작하는 건 알겠는데 어디부터가 국가번호를 제외한 번혼지 몰라 한참을 헤맵니다. 막 찾아보다가 알아낸 사실인데, 국내에서 사용할 때에는 앞자리에 0을 붙여서 쓰지만 국제번호에선 0을 제외하고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마치 한국 전화가 010으로 시작하지만 국제전화로 사용할 땐 지역번호 앞에 0을 빼고 국제번호 82를 붙여 82-10-XXXX-XXXX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듯합니다.
일단 등록에 성공하니 그다음은 일사천리입니다. 앱으로 사용 가능한 자전거를 찾고 언락을 하니 바로 탈 수 있습니다. 손잡이 가운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놓고 신나게 달려봅니다. 자전거 도로가 차도, 인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교통 흐름하고 맞물리게 되어있어서 역시 타기가 편합니다만, 조금 타다 보니 한 가지 문제를 깨닫습니다. 다른 자전거들이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같은 도로를 쓰는 저도 속력을 내야만 한다는 겁니다. 평소 체력이 약한 제가 페이스를 따라가려고 자전거를 밟다 보니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자전거를 좌우로 흔들며 가속하고 속도를 내는 사람들을 보니까 독일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도 좀 터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우 흐름에 맞추어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조금 현기증이 느껴집니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사용법 알아내느라 한참을 걸렸다는 것은 안 비밀
마구 달려서 도착한 오데온 광장은 굉장히 시끌벅적합니다. 무슨 전기자동차 관련 행사를 하는데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아인츠 츠바이 드라이 퓐프'를 반복하며 역동적인 동작으로 움직이는 게 무슨 에어로빅 댄스 같은데 아침부터 지치지도 않나 봅니다. 자전거를 조금 탔다고 헥헥거리는 제 자신을 보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그런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젠 허기까지 느껴져서 더 어지럽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침도 안 먹은 상태입니다. 주변에 테아티너 교회, 펠트헤른할레 등 관심이 가는 장소를 빠르게 둘러보고 먹을 것을 찾으러 신시청사 쪽으로 나가봅니다.
역사적인 오데온 광장에 전기자동차 부스 밖에 눈에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이런 멋들어진 교회는 사진 한 장 빨리 찍고 넘어갑니다. 배고픈 게 우선입니다.
오데온 광장을 지나 경치가 예쁜 상점가
와.. 너무 배가 고픕니다
유럽에 와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스파게티만큼 당기는 음식이 잘 없습니다.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스파게티는 먹어도 잘 질리지 않고 무난하고 배불리 먹기 좋아선지 자꾸 찾게 됩니다. 특히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무난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늘 찾아간 곳은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인데 가격이 좀 비싸고 맛은 무난한 편입니다. 근데 요리는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웨이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말을 걸 때마다 익살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장난을 치는 게 재미있습니다. 마실 것을 따로 시키지 않았더니 제게 실망스러운 재스쳐를 취하면서 오버를 하거나, 영수증을 가져다 달라고 할 때 단호하게 'No'라고 이야기하면서 제가 'Why?'라고 이야기를 하자 익살을 떠는 모습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탁한 계산은 하지 않고 제 옆자리에 앉아 뮌헨 여행은 어떠냐, 재밌는 것이 많을 것이다, 맥주가 생각나면 이 가게로 찾아오라,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제게 명함을 줍니다. 이렇게까지 서비스를 했는데 팁은 얼마를 줄까 고민하는데 제 팁은 받지도 않고 영수증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서 구글 맵에 자신에 대한 좋은 리뷰를 남겨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마지막에 피스트 펌프를 하고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옵니다. 식당에서 오래간만에 실컷 웃다가 나옵니다.
(사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던) 스파게티
팁을 주는 대신 이렇게 이름이 적힌 영수증 하나를 받았습니다. 사진도 같이 찍어달라고 할 걸...
기운도 차렸겠다 신시청사로 향해 봅니다. 시청사 앞 마리엔 광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게 무슨 행사가 또 있는 모양입니다. 시청사 건물에도, 주변 광장에도, 지나다니는 트램에도 무지개 깃발이 곳곳에 걸려있는 게 어떤 일일까 조금 궁금해집니다. 동네를 한눈에 보고 싶어 성 피터 성당의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전망대 입구는 성당 입구와는 별개로 나뉘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줄이 한참을 기다려도 잘 줄지 않습니다. 전망대 내부의 인원수 제한 문제로 짧은 줄을 한참을 서서 기다립니다. 인원을 왜 이렇게 빡빡하게 조절하는지 물만이 목 밑까지 올라옵니다만, 전망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가봤던 성당의 전망대 중에서도 통로가 압도적으로 좁습니다. 겨우 한 명이 지나갈까 말까 한 통로를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엉켜서 매우 혼잡합니다. 헉헉거리며 도착한 전망대는 너무 좁아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앞사람이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서서 구경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제 선두에 계신 분이 관람 방향인 시계 방향이 아니라 반 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해서 전망대가 완전히 아수라장입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 30분을 전망대에 갇혀서 정면만 멍히나 쳐다보니 좋은 풍경도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그나마의 풍경도 철망 때문에 시야가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게 위안입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줄
으아아 통로가 왜 이래
천신만고 끝에 올라서서 겨우 찍은 마을 사진
신시청사는 무지개 깃발과 함께 북적거립니다. 오늘은 무슨 날일까요?
시청사를 지나가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신기한 풍경의 치즈 가게
유럽권에서 이렇게 여러 명이 폐달을 밟으며 맥주를 마시는 신기한 운송수단을 여럿 본 적이 있습니다. 정체가 뭔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마리엔 광장 구경이 끝난 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립 공원이라는 영국 정원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공원 입구에는 강가의 작은 다리 사이로 급류가 흐르는 지점이 있는데, 여기서 형성된 파도로 파도타기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닷가가 없는 내륙지방의 좁은 강가에서 파도타기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시원시원하게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파도를 즐겼다 싶으면 급류를 타고 떠내려가는데 웃으면서 떠내려가는 걸 보니 재밌는 모양입니다. 어디까지 떠내려가나 쫓아가는데 서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급류에 뛰어들어 떠내려가는 게 보입니다. 좁은 강가에 흐르는 급류에 떠내려가면 다칠 만도 한데 떠내려가는 걸 즐기다니 참 터프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심지어 다리 밑으로 지나갈 때에는 다리를 붙잡고 얼마나 급류를 버티는지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어디까지 떠내려가나 저도 계속 뛰어서 쫓아가 보는데 제가 먼저 지쳐서 그만둡니다. 십 분을 넘게 뛰었는데도 계속 떠내려가는 게 도대체 급류가 어디까지 흘러가는 건지 감이 잘 안옵니다.
좁은 강가에서 파도타기라뇨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도 즐기는 터프한 독일 사람들입니다
분명 헤엄치면 죽는다는 간판인 것 같은데...
뛰는 건 관두고 공원을 산책하듯이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진짜 많습니다. 공원 공터에 단체로 엎드려 태닝을 하는가 하면, 퍼포먼스를 하거나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산책하는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저는 이런 인파를 피해서 오솔길을 지나 언덕 위에 세워진 영국 정원의 모노프테로스(작은 사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휴식을 가져봅니다. 흡사 정자처럼 생긴 정원은 인파와 햇살을 피해 바람을 쐬는데 그만입니다.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원을 한 바퀴 돌면 좋은데 30분 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니고도 이제 전체의 15% 정도밖에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세 시가 가까운 시간이기에 호텔의 체크인 타임을 생각하면 그만 정원을 나가봐야 합니다. 아까 정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왔으면 더 많이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근처에 자전거가 있나 앱으로 찾아봐도 이용 가능한 자전거가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대신 Lime 킥보드가 놓여 있어 돌아오는 길은 전동 킥보드를 타고 오기로 합니다. 혼잡한 인파를 가르며 킥보드로 속도감을 만끽해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공원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까지 드니 더 스릴이 있습니다. 자전거처럼 허벅지를 혹사시키며 힘을 들일 필요 없이 가속 버튼 하나면 시속 20 킬로가 가볍게 넘으니 라이딩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비록 분당 0.2 유로의 가격이 나가지만 말입니다)
공원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공원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공원 한 구석의 모노프테로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침 구석에 놓여있는 킥보드를 타고 공원을 빠져나가 봅니다
영국 정원에서 레지덴츠까지 신나게 킥보드를 밟고 나니 시간이 조금 남아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가까운 한인 마트에 들러보기로 합니다. 아시안 마트는 몇 번 가봤는데 한인 마트는 아시안 마트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서 한 번쯤은 와보고 싶었습니다. 뮌헨의 유일한 한인 마트는 가게 입구부터 한국식품이라고 쓰여 있는데 꼭 70~80년대 골목 식당이 생각납니다. 가게 앞에 '직원 및 알바생 구함 (남, 여 / 근무 시간 협의 가능)'이라고 한국어 구인공고가 붙어 있는 게 조금 심상치 않습니다. 독일어가 일절 쓰여 있지 않은 공고문은, 마치 독일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독일어가 불가능한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고문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대부분 근로자 처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납니다. 확인할 방법도 없는 억측은 관두고 가게에 들어서니, 각양각색의 라면과 식재료, 한국 아이스크림과 주인이 직접 만든 한국식 반찬들을 파는 것이 보입니다. 생각보다 다양하게 나열된 제품들을 보니 조금 놀랍습니다. 저는 해외에선 보기 드문 라볶이와 불닭볶음면을 하나씩 구매합니다. 개당 1.3~1.5 유로 정도의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가끔 먹어볼 정도면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나갈 때 불닭을 잔뜩 사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현지인을 봤는데 그 지독한 매운맛을 좋아서 사가는 건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사가는 건지 잠시 상상을 해봅니다.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는 '직원 및 알바생 구함'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
한인마트에서 시간을 쏟고 나니 이미 지하철을 타고 달려도 락커룸 제한 시간인 4시까지 도착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는 수없이 락커의 추가 요금을 내는 걸로 말끔히 포기하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님펜부르크 궁전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는 버스와 트램을 갈아타며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오늘 자전거도 타고 킥보드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버스와 트램까지 정말 온갖 이동수단은 다 활용해보는 듯합니다. 님펜부르크 궁전은 궁전 앞뒤로 넓게 펼쳐진 정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갈대밭처럼 넓게 펼쳐진 길을 따라서 형성된 강에 오리와 백조들이 한가롭게 자고 있는 모습은 신기합니다. 코 앞에 가서 사진을 찍어도 일어나질 않는 것이 온몸으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옵니다. 님펜부르크 궁전에서는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들과 이들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차량 퍼레이드와 시끌벅적한 웨딩 사진을 촬영이 이루어지는데, 그럼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노곤하게 조는 새들의 모습에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고 현기증을 느낍니다. 도대체 저는 어느 세상에 있는 걸까요?
마치 시골 개울가에 있는 것 같은 님펜부르크 궁전의 풍경
화려한 님펜부르크 궁전의 홀
궁전을 지을 당시의 궁전과 정원의 모습입니다만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꼼짝하지 않던 백조의 나른함에 현기증까지 느껴집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대형 식재료 마트에 들러 물을 잔뜩 사 옵니다. 비싸게 사면 3.5유로나 하는 1.5리터 페트병 생수가 식재료 마트에선 1유로도 하지 않습니다. 욕심에 페트 세 개를 사 가방에 넣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3km쯤 되는 거리에 유효한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오는 것보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시간이 한참 걸리는 망할 사건이 발생합니다. 7kg 정도의 짐을 지고 3km를 행군하는 것처럼 숙소로 돌아옵니다. 도중에 한국어를 쓰는 두 사람을 만났는데 도와달라고 할 새도 없이 버스를 놓칠까 냅다 달리는 모습에 조금 눈물까지 나려고 합니다. 어설프게 구글 지도만 보고 교통편 계획도 없이 큰 짐을 샀다가 고생하는 스스로의 멍청함에 헛웃음까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치 지게를 지는 것처럼 배낭을 멘 등을 앞으로 숙이고 그대로 묵묵히 숙소까지 걸어가 봅니다.
그렇게 간신히 숙소로 돌아와서는 간단하게 씻고 요리 준비를 해봅니다. 그렇게 삽질을 하면서 사온 식재료를 맛도 못 보고 뻗어있을 순 없습니다. 저녁시간의 게스트 키친은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라볶이 라면을 끓여먹습니다. 저번에 경험하기를 게스트 키친에는 라면을 끓이기에 적합한 작은 냄비도 없고, 라면을 덜어먹을 만한 도자기형 그릇도 없기 때문에 일부러 한인 마트에서 국물 라면보단 볶은 라면을 사 왔습니다.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적당히 끓인 뒤 기름과 소스를 넣어 볶고 그릇에 덜으니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얼추 아까 점심때 먹은 스파게티와 비슷한 비주얼이 보이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맛있게 된 라면에 포도 몇 송이를 곁들여 먹으니 저녁 식사가 제법 괜찮습니다. 삽질하고 몸을 혹사시킨 게 오히려 보상심리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릅니다만은, 뿌듯한 마음을 한편에 남겨두고 싶은 뮌헨의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