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기억

즐길 수 있을 만큼만 왔으면 좋겠다~

by Old Bamboo 노죽


내 고향은 남쪽 지방이라 어릴 적 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내리기는 하는데 금세 녹아버려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눈이 쌓이면 그야말로 겨울 놀이의 축제였다.


그러던 내가 회사에서 해외 근무를 하게 되었고 추운 나라 우크라이나 3년, 러시아에서 4년을 살았다.

보통 10월쯤에 눈이 내려 다음 해 4월 초까지 눈은 생활의 일부였다.

다행히 다른 건 몰라도 눈 치우는 것은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세계 최고였다.

아무리 밤새 눈이 내려도 아침 출근 도로는 제설 작업이 되어 있었다.

밤새 제설 작업으로 도로에 쌓인 눈을 가장자리나 인도 쪽으로 밀어서 정리를 해놓는 것이다.


거기 살면서 내 평생에 볼 눈은 원 없이 봤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은 상태에서 눈이 내리면 순식간에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겨울이 되면 미리 스노우 타이어로 그것도 쇠로 된 작은 징이 박혀있는 타이어로 교체는 필수였다.


쉬는 날 눈이 새로 내리면 고층 아파트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그 눈을 쳐다보는 것도

장관이었고, 다음 날 그 나라 아이들이 나와서 높고 낮은 언덕에서 썰매를 타는 것은 만국 공통의 놀이였다.


이렇게 눈을 즐기면서 살다가 폴란드와 미국에서 생산 공장에 일을 하게 되었다.

눈이 오면 일단 현장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매일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사전에 계획을 점검하고 대비를 해야 했다.


만약 밤새 눈이 내리면 출근과 함께 제설 작업을 해야만 했다.

우리 직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회사 앞에 지나가다가 쌓인 눈 때문에 미끄러져 다치게 되면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되는 안전 조항 때문이었다.


엊그제 우리나라에 내린 첫눈이 많이 내려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 10cm 정도만 내리고 그쳤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내린 눈을 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포근히 쌓인 눈을 보면 어릴 적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만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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