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글귀-4
어디서 봤는지 들었는지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을 만들어라".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게 의미가 있었던 글귀, 문장들과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와 내가 이해한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나온 구절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스스로를 주장하지 않으며,
모두가 기피하는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출처] [도덕경] 노자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나는 상선약수 上善若水라는 글귀를 처음 듣고 뭔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물은 산속에서 발원하여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기도 하고, 강이 되어 굽이굽이 흐리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흘러서 결국 바다와 만나게 된다.
나에게 상선약수 上善若水는 인의예지 仁義禮智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뭔가 강요되고 쪼이고, 각이 진 도형이 떠오르게 하는 인의예지와 달리,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마치 구를 연상시키는 상선약수가 편하게 느껴진다.
고대 중국 통치자들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고 백성을 법에 따라 다스리고자 하나
법을 통해서만 국민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때 많은 사상들이 등장하는데 국가의 법이 아닌 인의예지 仁義禮智와 같은 인간의 도리,
성인/군자의 자세 등을 강조하는 유학을 통치의 이념으로 채택한 나라들이 많았다.
크고 작은 모든 일탈 행위를 모두 법으로 다스리기에는 국가 역량에 한계가 있기에
국가나 사회에 중대한 범죄는 법으로 다스리고, 일상생활의 소소한 문제는
인의예지 仁義禮智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회 규범, 도덕을 따르도록 백성을
계도하였다.
이로 인해 작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소속된 집단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 도덕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도 생각해 보면 학교나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또는 하지 말아야 할 많은 덕목들을 강요받아왔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강요된 규범들로부터 벗어나 왠지 자유롭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와 완전히 문화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사람들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뭔가 새롭고 자유롭다고 느끼는 감정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강요되지 않고, 자유롭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런 행동 양식을 생각할 때
상선약수 上善若水가 절로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야 할 규칙/규정들 속에서 살아왔다.
50대 중반이 되어 이제야 지금까지의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럽고
나 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상선약수 上善若水를 다시 떠올린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