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조차 감수하는 이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생각-1

by Old Bamboo 노죽


지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4일 차를 마치고, Puenta la Reina라는 도시 숙소에서 휴식 중이다.


인천 공항에서 프랑스 파리 공항까지 14시간을 날아와서 오후 6시 30분경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였다. 샤를 드골 공항 3 터미널 옆에 있는 버스 정거장에서 밤 10시에 Bayonne으로 가는 Flix 야간 버스를 탑승했다. 그런데 이 버스가 파리 시내 다른 두 정거장을 거쳐서 결국 밤 12시 파리를 벗어났다.


꽉 찬 만원 버스에 우리나라 우등 고속 아니 일반 고속버스 보다 좁은 간격에 덩치 큰 유럽 사람들이 몸을 구부려 맞춰 가고 있으니 175 정도의 나는 불편함을 언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튜버들이 주로 TGV나 야간 침대 기차로 이동을 했나 보다.

밤 10시에 탑승한 버스는 중간에 서너 도시를 경유하고 나서 다음 날 아침 10시에 도착지에 나를 내려주고 떠났다. 꼬박 12시간 짐짝처럼 몸도 펴지 못하고 있다가 내리니 차라리 살 것 같았다.


여기서 다시 기차로 1시간 더 이동하고서야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생장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바욘 역에는 나처럼 순례길을 위해 큼직한 배낭을 둘러맨 여행자들로 붐볐다.

한국, 대만, 일본 그리고 유럽 각 국 그리고 미국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순례길로 향하고 있었다.


생장 기차역에서 내리면 멋진 주변 풍경을 구경할 틈이 없다. 재빠르게 순례자 사무실로 이동하여 순례자 여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저렴한 숙소, 좋은 침대를 배정받을 수 있다. 예쁜 생장 동네 구경은 그다음이다. 이렇게 기나긴 시간을 거쳐 숙소에 들어가니 이층 침대 5개, 10명이 함께 자는 공간이다 옆에 샤워 부스 2개가 있고 화장실은 바깥 공간에 따로 있다.


한국을 떠난 지 약 35시간 동안 씻지 못한 꾀죄죄한 몸을 짧은 샤워로 인간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졌다.

씻는 것은 그래도 할 만한 편이다.

각 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는지 엄청난 코골이로 한 번 잠이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코골이늠 양반이다, 방귀 소리도 여기저기.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순례길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어 약 28km를 걷고 기진맥진 다음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휴식을 취하는데 시차도 나고, 음식도 다르고 하니 규칙적으로 가던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가면 우렁찬 소리와 함께 가스만 나오고 결과는 없이 힘만 빼기를 몇 차례…


불안함을 가지고 2일 차 약 25km를 걷고 도착한 숙소에서 배변 활동 정상화는 지상 과제였다.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고, 효소도 먹고 배를 계속 문지르며 정성을 기울인 끝에 한국의 아침 시간 즈음 이곳 새벽 2시에 가까스로 성공을 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그보다 더 행복감을 느꼈다.


길을 걸으며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면, 본인들이 살던 곳에서의 삶보다 불편하고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 기나긴 길을 걷겠다고 나섰는가?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800km의 길을 걷고 있는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에는 뭔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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