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의 낭만
아침 시간에 아주 혼잡한 환승역 주변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거기는 지하철을 갈아타기도 하지만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광역 버스들과도 연계가 돼서
출근 시간에는 많은 인파로 지나가기도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지하철 역을 나오니 광역 버스를 타기 위한 몇 개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많은 사람들 틈을 지나쳐가는데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다들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고 일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누군가가 시집을 읽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멈춰서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맞았다. 진짜 얇은 두께의 시집을 읽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아직까지도 기억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시집을 본 게 대기업에서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임을 준비하는데
동료 한 명이 유명한 시인의 시집에 인사 글을 적어 선물로 줘서 그때 읽어본 게
10년이 넘었다.
해외 근무할 때 하루 종일 업무에 파묻혀서 지낼 때, 뭔가 일 이외의 다른 것에
잠시라도 생각을 돌려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다.
한국 책을 원하는 대로 구할 수 없으니 일단 e-Book으로 철학, 불교 관련된
책을 읽으며 마음을 추스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스마트폰 앱 하나가 문학 출판사에서 만든 "시요일"이다.
매일 하나의 시를 공유하며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업무로 바쁜 일상이었지만 하루에 한 편 시를 의무감으로라도 읽겠다는
생각으로 꽤 열심히 시의 이해보다도 일과 관련되지 않은 그 활자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를 읽는 젊은이 덕분에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다시 그 앱의 알림을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