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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Aug 27. 2021

운동권 할매가 있는 풍경

양재천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마주친다. 다리 아래 서늘한 공간이나 데크 깔린 공터에 혼자서 또는 둘이서 운동 삼매경인 내 또래 60대 여성들.


간단한 요가 동작에 몰입된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스쿼트나 런지에 열심이거나 국민체조 동작을 반복하는 이들도 있다. 적당히 헐렁한 옷차림은 튀지 않고 수수하다. 호감이 간다.  


우리는 안다. 이제부터 내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건 바로 내 자신의 건강 능력임을.  앞선 세대보다 갑자기 길어진 노년에 당황하면서도 아들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심정! 누구나 똑같다.


그 절박함으로 우린 걷고 스트레칭을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들이 운동권 할미로 거듭나게 된 배경이다. 남의 시선 쯤이야 별 게 아니다. 우리에겐 다이어트와 건강 챙김이란 원대한 목표가 있다. 그뿐인가? 우리 세대의 건강은 국가 복지의료 예산을 절감시키는 애국적 행동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노년의 날들을 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하루하루를 정말 사람 사는 것같이 살아내고 싶을 뿐이다. 너나없이 노년의 삶을 무엇으로 채울지 모색하고 고민한다. 서툴지만 이런저런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단군 이래 가장 독립적인 여성 노인들의 등장이랄까. 바로 그 평범하지만 비범하기도 한 K-Grandma의 연대기를 제각각 써내려 가보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Live Act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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