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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Nov 29. 2021

골짜기 국수주의자의 점심

외딴 사과 골짜기집 하루 중 최고 중요한 일과는 삼시세끼다. 따뜻한 밥을 하루 세번씩 차려먹는다는    건 보기보다 빡센 노동. 그것도 별로 친하지 않은 삼식이 남편과 아웅다웅하며  검은콩 불리고 보리 듬뿍 넣어 밥을 짓는 내  모습이라니. 웬 모범주부 코스프레냐고 친구들이 놀려댄다.


 남편이 점심 모임으로 시내 외출하는 날은 횡재다. 평소 당뇨를 앓는 남편 때문에 국수도 자제해왔던 나. 오늘은 국수주의자답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겠다.


 서둘러 멸치가루랑 다시마, 마른 표고 세 알로 육수를 낸다. 시엄마의 하사품인 집간장 한 술에 청양고추도 팍팍 썰어 넣는다. 불로시장에서 사다 놓은 칼국수를 풀어 끓여주고 채썬 호박, 당근을 투하하면 끝.


 칼국수의 베프 김치만 곁들여 후루룩, 바로 국수주의자의 천국이다.  11월의 끝이라 뜨끈 얼큰 국물은 이제 밤낮으로 땡길 터.  올 겨울 추위 속 잔치국수, 메밀온면, 칼국수랑 온갖 라면에 냉동 짬뽕까지 먹어 댈 생각에 벌써 신난다. 나이를 먹지 않는 이놈의 식탐!  내 자신을 비웃는 한편 눈오는 날엔 어떤 국수가 좋을지 즉각 구상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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