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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상품 Aug 18. 2019

진짜 배려 vs 가짜 배려

이기적 이타주의가 필요한 이유

세상엔 ‘진짜 배려’‘가짜 배려’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한비. 4회. 내가 아는 그녀 이야기>


‘배려’라는 가식으로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그것으로 상대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심지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짜 배려’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내가 겪은 그녀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를 말할 땐 

‘배려심이 깊다’

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었고 그녀도 그녀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배려심’으로 꼽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배려가 가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녀는 뭐든지 괜찮다고 한다. 설령 괜찮지 않더라도. 


 그녀와 단 둘이 저녁을 먹었던 적이 있다. 뭘 먹을까 그녀에게 물었는데 그녀는 뭐든 괜찮다고 해서 우리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피자집을 갔다. 주문을 할 때에도 어떤 종류의 피자나 다 괜찮다고 해서 제일 무난한 포테이토 피자를 주문했다. 피자가 나온 후 피자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그녀를 보고 왜 안 먹냐고 물으니, 그녀는 ‘그냥’이라며 자기는 천천히 먹을 테니 너 많이 먹으라며 나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자는 푸석푸석해서 별로야.’

 

 그 일이 잊혀질 때쯤, 어느 날 그녀가 급식으로 나온 감자채를 보고 말했다. 순간 나는 그녀와 먹었던 포테이토 피자 생각이 나서 ‘너 저번에 나랑 포테이토 피자 먹었잖아!’라고 말하니 그녀는 나에게 ‘그야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라며, 나를 한순간에 친구의 취향도 고려 안 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냥 속 편하게 말해줬으면 하는데...


둘째, 그녀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를 한다. 


 그녀의 배려를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를 ‘배려왕’이라 칭한다. 그 이유는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모든 일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게 오지랖일지라도. 


 다리에 금이 가 몇 주동안 깁스를 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그 친구를 위해 가방도 들어주고 화장실도 같이 가주었다. 그 친구가 목발이 익숙하지 않았던 초반엔 그녀의 배려가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 친구가 목발에 익숙해지고 나서도 그녀는 그 친구를 위해 여전히 부축을 해주고 화장실도 같이 가주었다. 그 친구는 수차례 그녀의 도움을 사양했는데 그녀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그 친구에게 무한한 도움을 줬다. 결국 그녀는 그 친구에게 ‘너 때문에 더 불편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배려는 멈췄다. 




셋째, 그녀의 배려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특히 나는 그녀와 친했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겪었다. 


예컨대, 반 친구 중 한 명이 교과서를 안 가져왔다고 하면, 그녀는 그 친구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고 짝꿍이었던 나와 내 교과서를 같이 봤다. 그로 인해 나는 불편한 자세로 책을 나눠봐야 했고, 제대로 필기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나에게 말도 안 한 채 내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경험도 있었다. 감기 걸린 친구에게 내 담요를 빌려줘서 나는 추위에 벌벌 떨다 감기에 걸렸었다. 


만약 그녀와 함께 공중화장실에 줄이라도 서면, 그녀가 볼 일이 급한 뒷사람 배려를 해주느라 순서를 양보할 때 똑같이 볼 일이 급한 나까지도 양보를 강요받았다. 


나는 그렇게 그녀와 친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배려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녀가 ‘가짜 배려’를 한다고 해서 ‘나쁘다’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니다. 분명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양보를 해라’, ‘겸손이 미덕이다’ 라며 지나치게 배려를 강요하는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나댄다’, ‘잘난척한다’라는 비난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타인의 시선에 의해 움직이는 ‘배려’라는 가면을 쓴 사람이 된 것일 수 도 있다. 


그녀 이야기는 ‘가짜 배려’를 하는 사람들을 욕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다만, ‘배려’에도 순서가 있다면 자신을 먼저 배려해야 타인을 위한 배려가 나올 것이고, 누군가를 의식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고 상대가 원하는 배려가 ‘진짜 배려’에 가까울 것이다.


당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위해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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