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컨설팅하는 저자의 화려한 경력에 비추어 볼 때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저와는 상관없는 책인 줄 알았지만 읽을수록 보물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크리이에티브한 기획력을 기르는 생활습관을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뭔가를 기획하여 상업화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자체를 기획하며, 결국 조금씩 다른 시선을 가지며 일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저자는 기획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말로 하는 언어, 말이 아닌 암호, 표정, 제스처, 음악, 회화, 건축 모두가 의미를 실어 나르는 ‘기호’가 된다. 이 기호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공부하고, 그 의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때는 과감히 해체하여 재구축하는 과정을 기획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기획은 곧 디자인이다. 우리는 생활을 디자인하며 살아간다.
기획은 언제나 우리 일상에 있다.
책의 내용 중 기획자의 생활습관, 공부습관으로 제시한 것 중 몇 구절만 소개합니다.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로 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습관이 반복되면, 우리는 일체의 반복되는 억압의 조건들을 극복해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를 깨닫게 된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내일의 기획은 공식이나 방법론, 프로세스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결국 반복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습관과 반복의 내성이 생긴 우리에게는 한 방에 바꾸려는 커다란 계기가 아닌 사소하고 작은 차이와 그 반복만 필요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니체가 말한 정신의 세 가지 단계(낙타-사자-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사자의 자유정신을 기반으로 어린아이의 새로운 창조력을 담아내고자 한다면, 일단 낙타가 되어야 한다. 선행 연구에 대한 존중, 위 세대에 대한 겸손, 성실한 배움의 자세와 이전의 지식을 몸과 머리로 견디어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려면 일단 책상 앞에서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니, 어찌 공부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부는 무거운 습관과 반복으로 시작됩니다.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공부는 기본기를 익힌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단계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 단계를 무시하여 좌절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자처럼 자신의 고집과 역량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원칙에 충실하며 일상의 무게를 지는 낙타의 겸손함의 자세가 전제되지 않고는 자유도 창의력도 발휘될 수 없습니다.
웬만한 바이블이 아니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며 정리해야 한다. 혹은 정리할 시간이 없으면 책에 그어둔 밑줄이 그 정리의 결과가 된다. 다음에 다시 인용하거나 필요할 때엔 밑줄만 다시 읽는다.
내 장서 중에 밑줄이 그어지지 않은 책은 딱 세 부류다. 책이 너무 훌륭한데 쉽게 이해되지 않나 내공을 더 쌓은 후 읽으려 잠시 덮어둔 책, 밑줄을 긋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책, 안 읽은 책.
저자는 많이 읽기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독서도 일종의 대화입니다. 자신의 지식의 프레임을 수정하는 과정이지요. 독서는 재미있어야 하지만 재미만을 위한 독서는 우리의 고정된 고집불통의 지식프레임을 깰 수 없습니다.
대화의 구조
대화는 상대의 말을 해독(Decoding)하는 ‘경청’ 및 ‘이해’의 과정과, 나의 생각을 상대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로 암호화(Encoding)하여 전달하는 ‘말하기’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상대의 말을 상대가 가진 지식 프레임 내에서 먼저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대다수는 자기 프레임 내에서 상대의 말을 해독하려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상대가 어떠한 지식 프레임 내에서 말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화는 상대를 읽는 공부인 것이다. 상대가 가진 지식을 공부하고, 내 지식과 견주어본다. 그리고 부족한 것과 나은 것을 구별해본다. 대화가 없으면 공부를 발전시키기 어렵다.
대화는 겸손과 경청을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대화하면서 단단한 벽에 이야기하는 느낌을 가진 적이 많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지식 프레임으로만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해석하며 자신의 프레임만을 강요합니다. 진정한 대화가 아닙니다. 나는 과연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내가 그 벽 같은 사람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들어본 적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들어본 적 있는 것’은 ‘내 지식’이 아니다. 진짜 내 지식이 되려면,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다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기획의 절반은 ‘학습’이지만, 학습을 완성시키고 오래 유지시키는 또 다른 절반은 ‘표현’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