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치려는 유혹

by 청블리쌤

(2019년 작성하고 묻어 두었던 글)


우린 언제나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순간조차 그냥 지나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이 순간은 늘 반복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로 인한 것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일상조차 서로 같은 순간은 아니며 혹 비슷한 순간이라 해도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스스로 벌이는 도박일지도 모른다.


결국 지금 이 순간만 소중하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순간 멈춰 서서 그 순간을 담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래 사진은 2019년 봄, 자전거 타고 집에 가다가 다리 위에서 찍었던 벚꽃 사진...

매년 봄마다 보이는 거라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는 몸짓이길 바라면서...

image.png?type=w773
image.png?type=w773


반복될 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에 대한 필연적인 귀결은 후회다.


귀찮다는 이유로 기약 없는 다음 기회로 미루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2019년 3월) 올해도 어김없이 1학년 담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포항 수련원 바닷가에 와있다. 바다는 여전하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른 바다다. 난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며 함께 하는 학생들도 예전의 학생들이 아니다.


image.png?type=w773


학생 인솔과 지도의 부담감으로 소중한 것들이 가려져 있지만 애써 즐거움을 찾으려 하기보다 아이들의 행복과 추억을 지켜주기라도 해야겠다. 그 대가는 그들의 행복한 기억 한편에 한 컷 정도 함께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은 내게도 행복한 기억의 한 조각이기도 하길...

image.png?type=w7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