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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17. 2023

알고 보니 내 블로그 홍보 댓글?

https://brunch.co.kr/@chungvelysam/520

어제 스승의 날 포스팅에 비밀 댓글이 달렸다. 그중 개인적인 이야기를 제외한 일부 내용을 댓글 남긴 제자의 허락 없이 인용한다.


선생님~~ **이에요 ㅎㅎ 늦었지만 댓글로나마 편지드립니다! 선생님을 늦게나마 다시 블로그를 통해 뵙게 돼서 정말 좋습니다 스승의 날에 인사드릴 선생님이 계시다는 게 제자로서 엄청난 복인 걸 느껴요 ㅎㅎ

사실 선생님 블로그를 읽고 나서 예전보다 더 팬이 된 것도 맞아요! 당시에는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도 저의 공부 상담이나 영어 질문이었을 테지만 블로그에서 선생님이 어떤 가치를 전달해 주고 싶어 하시는지, 저희에게 어떤 교육관으로 수업을 해주시는지 그 이면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감동이었거든요! 제가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을 때도 치열하게 고민하신 그 결과물을 들었겠구나.. 농담까지 완벽히 설계하신 그 정성을 내가 받은 거구나..를 글을 읽을 때마다 알게 되었고 오늘도 느꼈어요 ㅎㅎ 여전히 선생님은 인기폭발이시군요~^^ 나중에 저 친구들 다 모아서 정모를 하면 강당 꽉 찰 것 같네요 ㅋㅋㅋ 뿌듯해요!!ㅎㅎ

.... 


댓글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

학생들에게 이런 가치로 수업을 한다는 걸 일일이 얘기하지 않았고, 수업 준비에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구구절절 얘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학생들은 그저 결과물로만 수업을 판단하기 때문에 한 시간의 수업 이면에 선생님들의 준비에 대해선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교생선생님들이 막상 수업을 해보니 수업 준비가 쉽고 당연한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고 그들에게 가닿는 좋은 수업일수록 더 그렇다고.

좋은 선생님들은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연애편지 쓰듯이 몇 번을 뜯어고치기도 하고, 예문을 준비할 때도 정보의 바다에서 겨우 하나둘씩 건져올리면서 아이들의 흥미와 감동을 위해 애쓰기도 하며 소중한 삶의 가치를 담아 인생을 가르치기도 한다. 나도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그런데 블로그를 보고 졸업한 제자가 그걸 알아주다니... 그저 감격이었다.

알아주길 바라고 애쓴 건 아니지만, 진짜 덤으로 주어지는 축복 같은 메시지였다. 


그래서 교생선생님께 블로그를 당장 시작하라고 조언드렸다. 부디 완성하려는 마음 갖지 말고, 준비되면 시작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 대지 말고... 결국 축적의 힘으로 자신의 성장을 이뤄가는 것이니.. 영어전문성을 위해서든, 삶을 위해서든, 교사 준비를 위해서든...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은 그 부족함에 더 매력을 느끼면서 더 공감하게 되어 있다고. 그런 교류가, 때로는 공적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자꾸 글을 쓰게 만들고, 글을 쓴 대로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빨리 시작할수록 더 좋다고...


나도 글을 끄적여서 이런 축복 같은 일들을 겪고 있다. 살아가는 대로 글을 쓰지만 쓰는 대로 살아내기도 하니 아니 쓸 이유가 없다.


제자도 자신의 삶을 짧은 댓글에 담아두어 기어이 나의 응원을 끌어냈다. 이렇게 글로도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과 교류가 가능하다.

가만 보니 제자의 댓글은 그 자체로 내 블로그 간접 홍보 같기도 하다. 비밀댓글로 놓아둘 일이 아니었다ㅋㅋ


밤새 교사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제자의 댓글이 달렸다.

저도 선생님 생각났지만 스승의 날 야자감독했어요 ㅋㅋ ㅠ

선생님께 배웠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선생님께서 살아내시는 기록들을 때때로 엿보며 어떻게 가르칠지 더 고민하게 됩니다 항상 감사해요.





위의 긴 댓글을 남겼던 제자의 비밀댓글이 달렸다. 자기 글을 허락도 없이 인용했다고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완전 호의적인 댓글이었다.

그 중 일부...


... 선생님들은 수업은 한 시간인데 준비하는 시간은 더 필요하시고,, 3분 무대를 위해서 몇개월 연습하는 아이돌같아요 ㅋㅋㅋㅋㅋ 소속사대신 스스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남겨주셔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ㅎㅎㅎ 저희때 청블리쌤은 진짜 아이돌급 인기긴 하셨어요 푸핫^^ㅋㅋㅋㅋㅋ 제 글 또 인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제자의 더 확장된 비유에 감탄했다. 교사의 수업을 아이돌에 비유하다니.. 내 블로그글을 소속사 대신 올리는 비하인드스토리라고 한 것도.. 그러다 아이돌급 인기였다는 망언으로 급 마무리하긴 했지만ㅋㅋㅋ

제자에게 대댓글에다가 이 댓글도 블로그로 옮기고 싶지만, 아이돌급 인기라는 말에 독자들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예상되어 참겠다고 해놓고는... 그 결심이 몇 분도 지속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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