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카이캐슬을 보고 쓴 교육이야기(고2)

by 청블리쌤

<사교육 열풍의 이유는?>

IMF 이후로 커져버린 전 국민의 불안감을 인해 물려줄 재산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학벌은 출세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의대나 SKY 등에 연연하는 것은 그저 출세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드라마는 분명한 문제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말만 놓고 보면 금수저들만의 여유로 비춰질 수도 있어 기대한 것만큼 큰 실망을 주었다.


책상에서만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유럽여행을 가서 자기탐색을 하거나, 고졸로 혼자 일해가면서 부모님께 교육비를 갚아가면서도 친구들 몇 명과 몇 년 안에 자신들만의 클럽을 여는 것, SKY만이 살 길이라는 교사에 대한 도전으로 수업교재를 집어던지며 단체로 학교를 뛰쳐나가 자유를 외치는 것 등의 설정은 굳이 학교를 안 다녀도 여행 다니면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재력이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는 현실에서도 치열하게 애쓰고 노력하시는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는, 자신이 속해 있는 시스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시스템을 거부하지 못하고 잠잠히 참고 있는 대다수의 학생과 직장인들에게는 오히려 좌절과 무력감을 줄 수 있어 다소 유감스러웠다.


사교육은 생존을 위한 절실함일 수도 있다. 혹 자의든 타의든 사교육을 하지 않는 상황에 처해지면 부모든 학생이든 불안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대개는 자신만 사교육을 안 받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과를 떠나서 이미 자신은 도태되었을 거라는 낙인된 좌절감으로 무력해지기 쉬운 상황이다.

그러니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는게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사교육을 잡을 수 있나?>

드라마에서 사교육을 잡는 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해결책으로 내놓은 이상적인 방법은 그저 혼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거나 학교를 떠나 자기탐구를 하는 것... 둘 다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드라마 작가가 교육부도 해결하지 못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는 없는 한계는 드라마를 보는 모두가 각오했어야 했다.


사교육시장을 제한한다는 것... 시장논리상 그렇게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데 그런 상황은 올 것 같지 않다. 온 국민이 일제히 조급함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고, 남들보다 앞서지 않아도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사회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데 모두 묘연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욕심을 안 부리면 자신만의 손해이며, 성과를 떠나서 자녀들의 사교육에 투자해주지 않았을 때의 가질 자책감을 대다수의 부모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 전형을 폐지하면 되는가?>

학종에 부작용이 많은 건 사실이다. 소위 금수저 전형으로 규정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인식될 정도다. 블라인드 서류전형 및 면접을 하더라도 특목고나 우수한 학교에서의 학교행사나 활동 등은 우수집단에 맞춰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고 대비 확고한 비교우위가 존재한다.

그런데 정시로는 절대로 진학하지 못할 대학이나 학과 진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학종이기도 하다. 학생부교과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수능최저등급만 맞추면 수능성적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쉽게 진학할 수 있지만, 우수대학일수록 교과전형보다 학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능이 아닌 학생부 전형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학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대개는 수시는 학종, 정시는 수능으로 이분화된다.(그러나 2021년 이후 정시 비중 확대와 블라인드전형 등의 이유로 주요대학에서도 수능최저등급을 전제로 한 교과전형을 늘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학종의 어려운 점은 내신이나 비교과 등이 구멍나지 않고 2년 반 이상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며, 이에 비해 정시는 평소의 철저한 내신관리나 비교과의 관리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결국 수능이라는 단 한 번 시험의 중압감을 감당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수능을 통한 정시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건 똑같은 잣대로 부정부패의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 공정한 시험을 일제히 치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교육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거나 내신 등의 부정행위 등이 밝혀지면 온 국민의 공분을 사며 정시 확대를 외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시는 최상위권 대학일수록 수능의 한 두 문제만으로 의대나, 대학이나 학과가 달라질 정도여서 심리적 압박감이 크며 한 두 문제 찍어서 맞히냐의 여부로도 성패가 좌우되는 한계도 있다. 정시 확대가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수시의 비중을 능가하지 못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그런 문제는 당분간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한편으로는 고교격차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비평준화고교 상황에서 각 학교마다 최상위권은 존재하며 성실함과 뛰어난 인성 등의 이런 경쟁력으로 수능으로 진학할 수 없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주는 것이 기회의 균등인 것인지,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한줄로 세워 좋은대학부터 차례로 진학시키는 것이 진정한 정의인 것인지의 고민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학서열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 학벌이 취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우리나라 정서상 때론 납득하기 힘든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위험한 일인데, 수능이외의 잣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에서 어는 정도까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늘 학종에 대해서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수록 성토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입시컨설팅을 받은 정보력으로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학종에 절대적이어서 금수저 전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내신을 바탕으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학생들도 학종에 대비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물론 그렇다고 대다수 학생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고 같은 학교 내 내신이 우수한 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전형일 수는 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수능에 의한 정시보다도 금수저 전형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걸 어느 정도의 선에서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학종은 생기부로 학생들을 통제하려 하여 학생들을 압박하는 부작용도 더러 있지만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특목고나 자사고에서의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신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에서의 기회의 측면도 있으며, 대학에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완벽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대학교육 방향에 맞는 학생들을 소신껏 선발할 수 있는 대학 자율권을 제한적으로나마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여 학종비중이 당장 대폭 줄어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방거점대학의 경우도 학생부교과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차츰 학생부 종합의 비중을 늘려가며 교과를 줄이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학종은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는 전형이긴 하다. 매번 내신을 잘 관리하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활동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한 이유는 합격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교과학습에 대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어 비교과활동에 참여할 여유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능수준의 영어를 완성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영어비교과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그 높은 능력으로 수업시간에 다양한 활동과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호기심 확장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는 반면, 충분히 수능영어를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업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하여 비교과에 신경 쓸 역량도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수한 학생 중에서 내신 성적이 기대치보다 낮은 경우라면 자기의 수능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낮은 수준의 대학만 지원가능하므로 학생부전형으로 지원할 기회는 대개 사라진다. 그러면 상위권대학 기준으로 논술(매년 비중이 줄어들어 거의 멸종될 위기에 몰려 있는 전형이지만)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수능공부의 연장이므로 정시를 대비한 수능공부를 하면서 논술준비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시는 서울 주요대학 위주로 40%까지 비율이 늘었고, 수시에서 채우진 못한 인원이 정시 정원으로 이월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족한 비율이며, 재수생이나 N수생 강세를 생각하면, 그리고 불수능 등의 변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결과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부담이 커진다.

그러니까 매번 내신관리를 잘하면서 학생부 교과나 종합전형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학교생활 성실히 하면서, 다양한 활동에 힘쓰면서 인성까지 키워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본인의 선택에 관계없이 정시와 논술로 몰리는 상황이어서 특히 우수한 학교에서 눈높이가 높은 학생들은 재수를 필수 코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복합한 상황을 교육부관계자가 모르지 않을 것이니, 보다 공정하고 학생들의 과중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 책임을 다했으면 한다.



<서울대 의대를 가려면 드라마처럼 해야 하는가?>

서울대의대는 그렇게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코스로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학교에서 4년간 서울대 의대 진학한 학생만 5명 가르쳤다. 서울대말고도 SKY대학과 의대 진학생들도 많이 지도했다. 그중 많은 학생들은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심지어 방과후수업은 물론 추가로 신청하여 야간 영어특보수업도 수강하고, 주 1회 어휘시험 및 각자 학습한 내용을 점검받고 학습코칭을 받는 영어멘토링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도 많다. 오히려 더 절실히 해야 하는 성적이 좀 부족한 학생들보다 이 학생들이 더 열심히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학생들이 오롯이 내 수업이나 멘토링 과정 및 학습코칭을 받았기 때문에 서울대 의대나 원하는 대학을 간 것은 아니다. 그저 그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에 충실하였고, 학교에서의 이런 과정도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였던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좋은 수업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 성과는 각자 다 다르다. 준비도에 따라 출발점부터 다르기도 하지만 수업의 참여도나 몰입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공부를 잘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계속 가속이 붙은 것처럼 더 열심을 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서울대 의대는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간적인 것을 버려야만 하는 극한의 방법으로만 진학 가능한 길은 아니다. 그 제자들은 충분히 인간적이었고 친구들과 대체로 잘 지냈으며 특히 그중 한 명은 모든 과목 수업에 누구보다도 몰입하고 겸손하게 뭐든지 배우려는 훌륭한 인성으로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의 칭찬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난 나의 수업과 방과후수업과 특별보충수업, 방학특별보충수업, 점심시간 인문학영어독해특강, 영어멘토링 과정 등에 한 치의 교만한 태도 없이 늘 겸손한 자세로 진심을 다해 수업을 듣고 활동에 참여한 그 학생의 눈빛과 수업과 활동 중에 느꼈던 교감의 깊이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나름대로 행복하면 된다. 나름대로의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멈추고 스스로의 기준에서 자신의 발달단계에 맞는 자연스러운 성장을 기뻐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모든 조급함과 불안함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 결국은 모두가 다 걷게 되는데 누가 먼저 걸음마를 빨리할 수 있냐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사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닌, 일개 현직고등학교 공교육 영어교사로서 나의 처방은 이렇다.


기본부터 할 수 있는 데까지 자연스럽게 한 걸음의 성취를 느끼고 감사하면서, 한 걸음이 이미 보상이며, 그 걸음을 멈추는 그곳이 도달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도달점을 정해놓고 억지로 끼어 맞추거나 끌려가는 게 아니라...

그래서 공부하는 과정이나 입시의 과정조차도 행복할 수 있기를



물론 꼭 당장 공부가 아니라도 된다. 드라마의 프리미엄급 방황을 허락하지 못하는 제한된 재력과 능력이 아쉽긴 하지만...

딸들에게 공부가 꼭 자신의 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안을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하기 싫은 분야라도 예의를 지키고 성실하게 하는 것이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능력이 뛰어나도 할 마음이 없다면 그냥 거기까지인 거다.


딸들은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겠다고 해서 첫째는 베이스기타 학원, 둘째는 실용댄스학원을 다니도록 했다. 물론 그 진로를 허락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취미생활을 보다 더 잘 즐기면서 하라는 배려일 뿐.

그렇게 원하는 것을 해가면서 나름의 방황의 과정을 지혜롭게 잘 통과하여 자신의 길을 결국 찾게될 거라 믿는다.


대학은 능력으로만 선택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의 한계에 맞춰서 가야 불행하지 않다. 열심히 공부할 의사가 전혀 없는 학생이 명문대를 진학하는 것이 오히려 재앙일 수 있다.

딸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도 인정한다. 굳이 서울의 좋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으려고 하는 딸의 노력(?)도 존중한다.


단, 모든 선택의 책임은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줄 필요는 있다.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며 바람직한 방향 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어떤 길을 가는지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 같은 길이 아니고 남들이 다 가는 길이 아닌 독특한 길이라도 본인이 행복해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함께 행복해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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