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사교육 대표강사였던 저자가 공교육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교육을 떠나 공교육 살리기의 일환으로 펴낸 책입니다.
공교육 교사인 제게는 응원 같은 메시지였고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중 공감되는 몇 부분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성적 경쟁에만 몰두한 학생들의 미래>
저자가 인용한 최근 5년 동안 서울 공대생을 지도한 교수의 글입니다.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에서 진학한, 또는 성적이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역량으로, 과도한 영재교육이나 사교육으로 인한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상실이다. 이 학생들은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탐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기도 전에 소위 선행학습, 심화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미리 배웠고, 그렇게 배운 답을 남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으로 잘한다는 보상을 받아온 학생들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특징은 답을 손에 쥐여주는 교육에 익숙하여서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간/기말고사 등에서 기출문제와 다른 형태의 문제를 내었다고 항의를 하거나, 프로젝트나 졸업연구같이 독자적인 창의성을 발휘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매우 어려워하는 경향을 띤다. (중략) 이러한 학생들은 특히 특목고 출신이라는 우월감과 자존감이 강한데,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이 일반고 출신 학생들과 구별되는 차별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든가 그를 위해 노력을 하는 등 자신에게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치의대 진학이나, 사법시험/로스쿨, 해외 유학 등 다시 다른 학생들과 구별되는 소속을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특목고와 일반고의 모든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성향은 '실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다. 본인이 성장과정에서 단 한 번의 실패도, 단 한 번의 어려움도 겪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며, 그 실패나 어려움에 대해서 과도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기성세대들이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수업에서 B 학점을 처음 받은 후부터 1년간 방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학생이라든가, 여자 친구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겨서 힘들어하게 되니. "나는 어려운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힘들어"라고 결별을 선언하는 학생.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 그런 일을 잘 피해서 해야 한다"고 인생철학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학생 등이다. 이러한 성향은 아직 모르는 일들, 또는 본인은 해보고 싶지만 주변에서 불안한 의견을 내는 일들에 대해 도전하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노답인 문제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멍청하다는 인식. '하면 된다'는 기성세대가 열정페이를 하도록 '노오력'을 강요하기 위해 만든 말이라는 인식을 또래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적이 우수할수록 더 두드러진다.
학력고사의 거의 끝자락이었던 시절 서울대를 지원하여 다음날 학력고사를 위해 서울의 하숙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한 수험생 어머니가 자기 아이가 전교 1등이라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여기 수험생 중에 전교 1등 아닌 애들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한 마디 던져 그 어머니를 민망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시전형 없이 일제히 대학을 지원하여 해당 대학에서 학력고사를 응시하여 합격/불합격의 명료한 결과를 기다리던 그 당시에도 전교 1등, 서울대라는 이름값은 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제가 지도한 전교 1등이었던 제자는 서울대에 진학하여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서울대라는 환경에서 더 이상 자신은 공부 잘하는 정체성이 통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다 낙방의 충격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미리 겪은 저는 그 치열한 경쟁의 속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압니다. 그 정체성 유지를 위해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로 잡히면서 지금 이 순간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아픔인 것이지요.
사교육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마냥 뛰어놀며 삶을 배우고 사회성을 배웠던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들을 숨겨 놓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 효과>
저자가 이 책에서 이어가는 주장을 제가 파악한 흐름과 제 생각을 더해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즐거운 마음으로 원해서 공부하는 습관
일단 습관은 익숙한 일을 반복하여 뇌의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도록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소위 요요현상이라는 게 옵니다. 따라서 기존 습관을 고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뇌가 에너지 소비를 권장하는 행위, 즐겁고 재미있는 행위를 찾아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행위를 찾아 자연스럽게 반복함으로써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기존 습관을 대체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런 즐거움의 습관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즐거운 공부의 시작입니다. 기계적으로 학원을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 습관보다는 말이지요.
2 개별화 교육 강조(사교육보다 공교육이 희망인 이유)
그는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피트 로즈를 인용합니다.
“평균적인 교육은 단 한 사람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니까 개별화 교육에 대한 강조입니다. 즉 배움의 속도, 평소의 관심, 공부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별화 교육을 구현할 곳은 학교뿐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저자가 사교육에서 한계를 느끼면서 떠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교육은 수익성의 여부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액 과외 등이 아니면 사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는 개별지도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진정한 교육자들이 사교육 시장에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학원은 수익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학생이나 학부모가 불만을 품고 다른 학원으로 가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사교육은 학교 수업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상위 10퍼센트 정도의 학생들을 모으는 데 성공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잘나가는 과외교사는 늘 성적순으로 소수의 인원을 선별해서 수업을 합니다. 과외교사의 능력인지 학생의 역량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연히 그럴 경우 성과가 좋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공교육의 개별화를 위해서는 헌신적인 교사들과 어느 정도의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긴 합니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전제입니다. 보통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는 사교육을 학교 수업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문화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소수 사명감 있는 교사의 외침은 무시당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 공교육 현장에서도 많이 계셔서 저는 늘 희망을 읽어내곤 합니다.
3 사교육의 부작용 : 과잉학습, 오개념 형성, 불안감 지속
학원에서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하도록 해야 존재 이유를 인정받기 때문에 학원은 필요 이상의 과제를 내주는 등 과잉학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깊이보다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오히려 오개념이 형성이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깊이보다 속도가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비교우위에 결정적인 지표로 작용합니다.
학생들은 몇 번의 선행학습을 돌렸다는 단순한 실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며 절실함 없이 학교 수업에 임하기도 합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포함해서 제대로 알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칩니다. 그러면 더욱 더 불안감이 깊어집니다. 뭔가 열심히 하긴 하는데 심리적 안정감이 주입된 것 외에는 실제 학업역량으로 드러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계적인 반복으로 당장 성적을 올릴 수도 있지만 실력의 지속 여부와 심화교과과정 진행될 때 제대로 된 이해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4 학교의 장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족지연능력을 떠올리게 하는 마시멜로 실험은 더 중요한 단계의 실험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각자의 절제력을 테스트하면서 방치하기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의도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데 이어, 흔들리지 않는 신뢰관계에 의해 보다 확실한 성취의 단계로 이어졌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신뢰를 바탕으로 환경을 조성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로 공교육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영향보다 또래 효과도 크다는 주장을 이어갑니다.
5 교실공동체의 기능
다양한 학생들이 공존한다는 것은 서로의 다양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서로 나누고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모습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인재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과정평가로 수행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어 수업환경도 강의식 수업에서 이미 다양하게 학생 참여수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기부에 교과세특을 기록할 수가 없으니 그런 변화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의지와 동기에 의해서만 학업성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서로 협력하면서 사회적인,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문화로서의 동기유발로 더 큰 학습효과를 거두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내신의 불리함이 있어도 여전히 특목고나 자사고나 높은 수준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것은 학교의 격차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속성 외에도 그런 사회적인 문화와 그 분위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 외에 자세한 학습방법과 구체적인 실천 방향들을 공들여 정리한 내용은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각자 확인해보시길...
<결론>
저자는 이미 프롤로그에서 대치동에서 얻은 결론을 아래의 표로 명확히 제시하였습니다.
이상적인 사교육은 학교수업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때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받아 학교 수업에 몰입하도록 돕거나(선행이나 높은 수준의 과정보다는 이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학교수준보다 심화해서 뭔가를 도전하고 싶은 경우에 받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그저 떠맡기는 느낌이 아니라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학교를 자퇴하지 않는 한 특히 고등학교는 엄청난 수업의 양을 감당해야 합니다. 거기다 추가로 더 배우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어차피 스스로 하는 자습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저 구경만 하다가 지칠 수 있습니다. 자습이 없다면 문제 풀어주는 걸 지켜보는 건 선생님의 능력이지 자신의 실력은 아직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협력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실패할 권리,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기회, 자신만의 능력과 속도로 배워가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행복을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