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3학년부장의 의미, 숙명 같은 미션

by 청블리쌤

지금 부장교사는 옛날에는 주임교사라 불렸다. 학생주임을 줄여서 학주라고 했다.

지금은 주임보다는 더 높은 직책을 부여해서 부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명칭만 바뀌었을 뿐 대우나 혜택이 특별히 더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부장교사를 하면 무엇이 좋을까?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없다.


부장수당이 있기는 하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수당이 7만 원이었고, 2024년부터 15만 원으로 2배 넘게 인상되었지만, 일반 회사에서 부장수당을 들으면 놀란다고 한다. 그 액수가 실화냐고...

담임 수당도 2024년부터 동반 인상되었다. 13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모두 보직교사(부장교사)와 담임교사 기피 현상을 막는 유인책이다. 설마 이만한 수당으로 교사들의 마음이 움직일 거라고 믿는 건 아닐 것이다.

교사들은 수당 때문에 부장이나 담임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숭고한 의미와 동기가 있다.


부장교사는 업무의 집중을 의미한다. 수업 외적인 업무를 말한다. 그것도 학교 교육을 뒷받침하는 일이니 수업만큼이나 숭고하다.

그래서 수업과 담임 업무만을 바라며 담임 평교사로 퇴직하겠다는 내 생각은 이기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다.


나도 고등학교에서 거의 최고 연장자일 때 학년 부장을 2년 동안 했었다.

상황 자체가 나를 부장의 자리로 내몰았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후배 교사가 모두가 기피하는 학생부장을 하는 걸 보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초빙교사 면접을 할 때 교장선생님이 학생부장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셔서, 담임교사가 아닌 교사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한 적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하면 누가 학생부장을 하겠냐고 나무라듯 내게 말씀하셨다. 당연히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내가 학생부장을 감당할 역량이 되지는 않지만 모두가 기피한다면 나의 역량 부족을 핑계로 담임교사로 피해있을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물론 담임보다 업무부장을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업무부장과 담임 역할의 배분이 이상적으로 이뤄지면 가장 좋겠지만.


직전 학교에서도 교장, 교감쌤께서 부장을 하라고 계속 권하실 때 담임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니 옜다 하면서 담임에 부장까지 얹어주셔서 학년부장을 하게 되었다. 그때 수당은 2배로 받았다. 부장수당 7만 원, 담임수당 13만 원... 그러나 보통은 수당을 두 배로 준다는 이유로 학년부장을 자원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부장과 담임을 하나도 아닌 더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서는 담임을 안 하는 학년부장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가장 기피하는 부장 중 하나라고 한다.


새로 옮겨 온 여기 중학교에서는 연령대가 높으시거나 능력 있는 분들이 많아서 난 담임의 역할만 해왔다.

작년 3학년 담임쌤 11분 중에 나이로 서열 6번째이니 해야 할 부장을 기피하면서 담임을 하고 있다는 자책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누님 선생님들은 하나밖에 없는 남자쌤인 나를 너무도 잘 챙겨주셨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이대로 가자는 분위기를 우리끼리 만들었다.

역량은 정말 뛰어나시지만, 나보다 연장자이시고 젊은 날의 열정 그대로 애쓰셨는 학년부장님께서 너무 힘들고 지치셔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선생님들은 만만한 내게 학년부장을 자원해서 이 멤버 그대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나의 마음에 타격이 일도 없었다. 나는 그저 학년부장 아닌 담임만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학년부장님께 너무 죄송했다. 학교를 옮기시자마자 맡으셔야 했던 건, 내게도 3학년 부장 제안이 있었지만, 내가 극구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이 자꾸 권하자, 내가 학년부장되면 학년 회식은 폐지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쌤들은 학년회식도 포기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반응에 감사해야 할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내게는 소통 능력도 부족하고, 리더십도 없는데...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는데 마침 이런 가사가 나온다.

"그대 먼저 헤어지자 말해요. 나는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아녜요"

낭만적이지 않은 상황에 이런 가사에도 감정이입이 되다니... 난 담임쌤들께 좋은 학년부장이 아녜요ㅠㅠ


그런데....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ㅠㅠ

3학년 부장으로 낙점되었다.

중학교에서 가장 기피하는 부장이 생활부장과 3학년 부장이라서 새로 학교를 옮기는 분들께 둘 중에 어떤 부장할 거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그 부장 중 하나를ㅠㅠ


3학년 부장의 역할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학년부장은 학교와 다른 학년의 입장을 담임쌤들께 전달하고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년에 굵직한 사안이나 담임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 있으면 학년부장이 함께 나서야 하고, 일이 커지기 전에라도 관여를 해서 사전 해결이 되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학년 부장 중 중3 부장에게는 고입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정보 공유, 원서작성, 추후관리 등의 업무를 해야 하고, 반이 많을수록 과부하가 걸린다. 우리 학교는 11개 반이다.

각 고등학교에서 홍보를 나오면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원만한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고입 관련 문의를 수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앨범 업무도 3학년 부장의 가장 큰 업무다.

졸업여행, 2학기 기말고사 끝나고 전환기 꿈끼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업무를 독단적으로 할 수 없고 담임쌤들과 학생들과의 의견을 수시로 조율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상황처럼 직전 3학년 부장님이 너무 완벽하고 열정적으로 잘 해냈을 경우는 아무리 애써도 비교당하게 되어 있다.

끝도 없이 고민과 생각이 이어진다. 나이가 권위는 아니지만, 나이로 협조를 호소하기에는 선배님들을 모시고 해야 하는 자리여서, 부담은 크지만...


밀당하듯... 내가 먼저 3학년 담임을 지원하지 않았고, 순리대로 학교의 상황에 맞춰 들어온 제안을 받으면서, 역량은 부족하지만 최선은 다해보겠다는 대답으로 나의 부족함을 합리화시켰다.


예전에 학년부장을 할 때도 처음부터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담임쌤들께는 나도 학년부장을 원하지 않았고, 이렇게 잘 못할 것이 뻔해서 거부했었던 거라고, 내 능력의 부족함을 호소하며 협조를 암묵적으로 부탁드렸다.

내게서 일정 기준 이상의 능력을 기대하지 말라는 선을 명확하게 했다.


학년부장을 하면서 그래도 의미 있고 정말 좋았던 건, 담임반 학생뿐 아니라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더 소신껏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가진 자료를 담임쌤들과 공유하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할 때도 괜히 나서는 게 아닌가 눈치가 보였고, 영어멘토링 학습코칭이나, 방학자기주도학습코칭 등을 학반을 넘어서 학년 전체 희망자를 받아서 할 때도 조심스러웠는데 학년부장을 하면 그런 부담에서 다소 자유로울 것 같았다.


어제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 대상 강의를 끝내고 친한 쌤들과의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지 강의를 들으셨던 한 선생님이 내게 수석교사가 아니냐고 물으셨다. 그 질문의 의도는 확실치 않았으나, 수석교사 자격도 없는데 이런 강의를 하느냐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고 보니 수석교사도 아닌 내가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면서 수석교사 코스프레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히려 수석교사 타이틀이 없어서 어디서든 불러주시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초대에 다 응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면 담임 쌤들 눈치가 보여도 영어멘토링,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등을 학반을 넘어서 주저함 없이 진행해왔던 것처럼.

내겐 타이틀보다, 교사와 학생들과의 만남,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더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왕 학년부장이 되었다면, 학년부장으로서의 무게감 중 일부가 그동안 내가 해오던 교육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등학교 학년부장 2년간 학년 규모로 학생들에게 진심을 다할 더 크고 많은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부디 그래야 내가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잘 하는 누군가를 무작정 따라서 하려 하거나, 잘 하는 척하거나, 헛된 기대를 하게 하는 것보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작한다면, 모든 부분에서 모두에게 마음에 들게 자리를 지킬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제한된 나의 자원을 순차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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